#천막 노점‧거리가게 여전히 혼재
청량리역 4번 출구를 나서면 각종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다. 노점 뒤로는 청량리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가 한창이다. 포장마차 한가운데에 ‘청소년 유해환경을 근절합시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지만 대낮에도 테이블 곳곳에는 술병이 놓여 있었다.
반면 5번 출구와 6번 출구 사잇길, 1번 출구 주변에는 천막 노점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거리가게들이 영업 중이다. 상인들은 매대에 의류와 생활용품, 과일 등을 진열해두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일부 상인은 보도 중간까지 상품을 깔아두기도 했지만 대부분 매대 안에서만 물건을 판다는 원칙을 지키는 듯했다. 상인들은 구청 직원이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점검을 나온다고 말했다.
동북부 교통의 요충지로 꼽히는 청량리역은 노후했던 과거 모습을 버리고 탈바꿈 중이다. 서울 3대 집창촌으로 성업했던 ‘청량리 588’ 일대를 철거하고 재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역사 주변 노점상들을 정비하는 절차가 필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3m 폭의 보도 절반 이상을 노점들이 점유한 상황에서 보행 편의와 위생 문제를 개선하는 문제가 시급하다는 시각이다.
#“거리가게가 사유지 침해” 길 한복판에 등장한 울타리
청량리우체국 맞은편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 현대코아 앞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도 거리가게 갈등의 부산물이다. 현대코아 측은 상가 소유의 땅에 거리가게 판매대가 설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소유지 경계에 길이 약 80m, 높이 약 1.2m의 울타리를 세웠다.
상가 앞 노점을 대상으로 거리가게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건 작년 7월부터다. 구청은 상가 앞 도보에 8개 매대를 설치해 일부 상인들이 기존 자리에서 계속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매대의 경우 인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노점들이 점유하던 보도 일부가 상가 소유지였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구청, 노점, 상가의 ‘3자 갈등’이 야기한 피해는 시민들이 떠안게 됐다. 울타리로 인해 버스 정류장쪽 보도가 좁아지자 구청은 차선폭을 줄이고 보도블록을 깔아 길을 넓혔다. 그 덕에 25개 노선이 지나가는 정류장은 더욱 복잡해졌다. 또 80m 길이의 울타리가 버스 정류장과 보도를 가로지르는 탓에 울타리를 빙 둘러야만 버스를 탈 수 있게 됐다. 울타리 양 옆으로 자전거나 리어카까지 묶여 있어 통행에도 방해가 된다.
#거리가게 본질 두고 지자체-상가-노점연합 입장 차
지자체와 상가, 노점은 ‘거리가게 허가제’를 두고 선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상가 측은 ‘무허가 노점의 영업권을 지자체가 보호하는 게 맞냐’며 지자체가 노점 상인의 생존권만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해석을 경계하며 노점의 생존권만 보호하려는 정책도, 노점 죽이기 정책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점을 철거해 보행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지자체의 의무와, 영업을 포기하지 않는 노점 사이에서 찾은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다만 동대문구청은 상가가 제기하는 사유지 침해 문제는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대문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상가 관리단과 아파트 입주자 대표 측 모두 처음에는 거리가게 사업에 찬성을 했다. 이후 입장을 바꿔 반대하고 있지만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유지지만 공유지로 사용되는 성격이 있다. 교통방해가 성립되는지 확인해 울타리를 철거하는 안까지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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