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기존 백신이 델타 변이에도 효과를 보이는지 관심이 뜨겁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은 델타 변이가 등장하기 전 개발됐다. 현재 국내에서 만들고 있는 백신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 과연 이 백신만으로 괜찮은 걸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도대체 뭐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표면에 무수한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이 솟아나 있다. 바이러스는 인체 숙주세포 내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세포에 달라붙어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도와주는 ‘열쇠’ 역할을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와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물질인 RNA를 복제하기 시작하면서 인체는 코로나19에 감염된다.
변이 바이러스는 이 RNA 복제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서 나타난다. 약 3만 개의 염기로 구성된 RNA 유전물질을 그대로 복사해야 하는데, 하나씩 다른 염기를 끼워 넣은 것이다. 이중나선구조로 된 DNA는 변이를 교정할 안전장치가 있지만, RNA는 단일가닥 구조로 돼 있어 오류가 생기기 쉽다.
이러한 원리로 생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전파성, 치명성, 백신과 치료제 등의 효과 감소 측면에서 하나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려 변이’로 지정해 관리한다. 현재 규정된 우려 변이는 영국발 ‘알파’,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베타’, 브라질발 ‘감마’, 인도발 ‘델타’ 변이다. 이 외에 WHO가 예의 주시하는 ‘관심 변이’도 6종이 있다.
이 가운데 델타 변이가 현재 세계 각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13일 기준 우리나라는 일주일째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기록했고, 델타형 변이가 전체 변이 바이러스 검출 건수의 63%를 차지했다. 델타 변이의 전파력은 기존 바이러스의 2.7배이며, 주요 변이인 알파 변이보다는 1.6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코로나19 증상이 고열, 오한, 미각·후각 상실이었다면, 델타 변이는 두통, 콧물, 기침, 인후통 등 감기와 증세가 비슷하다.
#기존 백신, 맞는 게 좋을까
그렇다면 기존에 나와 있는 백신으로도 델타 변이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그렇다. 백신은 감염이 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과 감염이 되더라도 사망 확률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는 감염 예방 효과는 조금씩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사망을 막아주는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 델타 변이 예방 효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데이터는 제한적이다.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 발표되고 있는 데다 실제 임상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백신 제조사와 해외 연구진들은 잇따라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우선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개발한 백신의 경우 80% 안팎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임상3상에서 보고된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효과인 95%보다는 다소 떨어진다.
지난 5월 영국 연구진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시 델타 변이 감염을 막는 데 88%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6월 영국 스코틀랜드 연구에서 화이자 백신 델타 변이 예방률은 79%였다. 7월 캐나다 연구진은 87%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보건부는 델타 변이가 확산한 6월 6일부터 7월 3일 화이자 백신 예방 효과는 6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델타 변이 확산 전인 5월 2일~6월 5일 예방 효과는 94%였다.
중증에 이르러 입원하는 것을 예방해 사망 확률을 낮춰주는 효과는 감염 예방 효과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 보건부가 조사한 화이자 백신의 중증화 예방 효과는 98.2%에서 93%로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의 6월 발표에서도 화이자 백신은 1회 접종 후 94%, 2회 접종 후 96%의 델타 변이 중증화 예방 효과를 보였다.
다른 백신은 어떨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화이자보다는 낮다. PHE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모두 1차 투여 때는 델타 변이를 막을 수 있는 확률이 33%에 그친다. 그러나 2차 투여 후 화이자 백신은 88%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0%로 증가한다. 입원 예방 효과도 아스트라제네카는 1회 접종과 2회 접종 후 각각 71%, 92%로 화이자 백신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모더나 백신과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 백신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모더나는 백신 2차 접종 후 8명의 혈청을 실험한 결과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 항체 반응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에 맞설 때 중화항체 수가 줄었다. 델타 변이 중화항체 수는 2.1배 감소했다. 얀센은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 참여자 8명의 혈청을 분석한 결과 베타 변이보다 델타 변이에서의 중화항체 활성이 더 원활히 이뤄졌다고 1일 밝혔다.
#지금 개발 중인 백신은 어떻게 되나
기존 백신으로도 어느 정도 델타 변이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이제는 ‘부스터 샷(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 접종)’ 논쟁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화이자는 델타 변이를 타깃으로 한 백신 부스터 샷을 개발 중이라고 8일 밝혔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두 번 맞게 돼 있는데 면역 효과를 높이려면 세 번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 화이자는 8월 중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WHO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편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조사들도 델타 변이 확산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아이진, 유바이오로직스 등이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임상시험을 새롭게 조정하는 등의 큰 움직임은 없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의 임상2상 진행 중인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일단 기존 바이러스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봐야 하므로 기존 임상은 그대로 진행하되 델타 변이에 대한 동물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변이 가능성에 대비해서 ORF3a라는 항원을 추가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마다 새로 임상 시험을 하게 되면 최종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임상 과정에서 변경 여지는 없다. 다만 DNA 백신은 플랫폼 형태 백신이라 상업화 이후 항원 일부 변경 등을 통해 새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해 기존 백신 연구 2종과 별개로 추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바이러스를 토대로 개발 중이던 국산 백신들이 델타 변이를 막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그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비교 임상이 도입되고 있다. 가령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과 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을 비교하면 장기적으로 델타 변이에 얼마나 예방 효과가 있는지도 비교가 가능하다. 기존에 개발 중인 국산 백신들은 임상을 그대로 이어나가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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