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본인보다 압도적으로 유명한 아내를 둔 덕(?)에 대중들에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결혼 잘한 남자’, ‘신이 내린 꿀팔자’라는 수식어구가 붙는 대한민국 남편들이 있다. 다름 아닌, 장항준, 이상순, 도경완이 그 수식어구의 주인공들이다. <싸인> <시그널> <킹덤>의 김은희 작가, 예능과 본업인 가수로 양 업계에서 ‘톱’을 찍었던 여가수 이효리, 트로트계의 여왕 장윤정이 그들의 배우자이니 그럴 만하다.
그런데 재미난 건, 속된 말로 아내가 더 돈을 많이 벌고 훨씬 더 유명 인사지만, 이들은 그런 아내들의 위치를 인정하며, 심지어 아내와 본인들의 관계를 유쾌하게 공개할 줄 아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때론 그 관계를 개그 소재로도 올릴 줄 아는, 자존감 높은 남자들. 문득 이렇게 지혜롭고 마음도 넓은 남자들과 결혼한 3명의 유명인 아내들도 참 복 받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 커플 중 누가 더 결혼을 잘했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서로에게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꼈던 커플은 사실 장항준-김은희, 이상순-이효리 커플이다. 남편들의 아내에 대한 마음가짐이 1의 주눅도 없이 유쾌하면서, 동시에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배려도 느껴져서다. “아내인 김은희 작가가 돈을 잘 벌어서 처음엔 좋았는데 점점 사람들이 칭찬을 하다 보니... 더 좋아!”라는 반전 개그 등을 구사하는 영화감독 장항준. 아내인 김은희가 천재 작가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것을 즐기며, 받아들이고 “오히려 자신은 이를 누릴 수 있다”라고 말하는 등, 아내와의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를 개그로 활용하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여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장항준-김은희 부부를 아는 연예계 지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장 감독이 가난하던 신혼 때부터 김은희 작가가 카메라나 수영 등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서포트 해주고 뭐든지 지원했을 정도로 애처가였다고 말이다. 게다가 김은희 작가가 작가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당시 각본가이기도 했던 장 감독이 펜으로 쓴 원고지를 컴퓨터로 타이핑 하는 걸 도와주면서 부터란다. 스릴러, 호러 장르에 특화된 작가로 명성을 알린 김은희 작가가 있기까지는 과거 장 감독의 다양한 경험에 대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다. 그러니 김 작가 품은 지금의 내공과 배경지식은 그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진 것이 맞다. 알고 보면 결국 어느 한쪽이 오롯이 잘난 것이 아니고, 혼자 오롯이 다 이룬 게 아닌 셈이다.
이상순-이효리 커플도 위에 언급된 장항준-김은희 커플처럼 공생관계가 비슷한 구도다. 이효리가 가요계를 호령하고 예능에서 카리스마를 내뿜을 수 있는 건, 제주도에서 그녀에게 차를 내려주고 밥을 해주고 옆에서 기타를 쳐주는 이상순이 있어서다. 때로는 수많은 대중의 시선에 지친 아내를 데리고 유럽의 골목골목을 함께 여행해 주고 누벼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이효리가 있을 수 있는 거다.
얼마 전 ‘대한민국에서 가장 결혼 잘 한 남자’라는 타이틀로 이상순이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왔을 때 한 말은 이러한 생각에 더 힘을 싣는다. 프로그램 MC 유재석이 “결혼 생활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이라는 질문에 이상순은 “시소”라고 답한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하지만 결국 제자리에 있잖아요.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삶이 제가 추구하는 결혼 생활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다들 효리한테 ‘상순이가 다 맞춰준다. 상순이가 그렇게 해주니까 너 그렇게 사는 거야’라고 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효리도 엄청 노력하거든요. 두 사람의 노력이 없으면 이렇게 안정적으로 살기 힘들어요.”
이상순의 이러한 질문의 답을 들으며 부부관계도, 더 나아가 인간관계도 어찌 보면 ‘시소’ 같은 관계가 아닐까 싶었다. 때론 관계의 부등호가 한쪽으로 치우칠 때가 있어도 그렇게 어느 한쪽의 배려와 희생이 있기에, 그 관계는 돌아가고 유지가 되고, 더 나아가 제자리로도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한참 한 쪽으로, 나만 힘들게 치우친 관계에 놓여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관계를 다시 한번 차분하게 프레임 밖에서 바라보길 바란다.
프레임과 관점의 차이, 지금 내가 살짝 기운다고 생각하는 그 관계가 단순한 ‘접시저울’인가, 오고가는 힘의 밸런스가 있는 ‘시소’인가, 한번 생각해 봐라. 시소처럼 기울기가 오고가는 관계에는 타이밍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한 쪽이 더 아쉽고 모자란 것은 없다. 지금 조금 마음이 서운한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상대방이 시소처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부터 확인해 봐라. 그것이 서운함에서 벗어나고 관계에 밸런스를 되찾을 방법일 수 있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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