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8일 보육교직원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이 시작됐다. 하지만 첫날부터 서버가 다운돼 접종 대상자 상당수가 예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금요일 예약이 집중된 탓에 일부 보육교사는 타 지역으로 이동해 백신을 맞는 ‘원정 접종’까지 하는 상황이다.
#백신 맞으러 경기도에서 강원도까지…보육교사들 한숨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1~2학년 교사 등 총 38만 명을 상대로 한 백신 접종이 13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질병관리청은 8일부터 3일간 백신 접종을 위한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정부는 38만 명분의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사전 예약 과정에서 상당수의 보육교사가 어려움을 겪었다.
예약 시스템부터 불안정했다. 8일 0시 시스템이 열림과 동시에 접속자가 몰리며 서버가 다운돼 접속 자체가 어려웠다. 보육교사 A 씨는 “예약하기 위해 안 자고 기다려 자정에 들어갔는데 대기자가 많아 접속이 어려웠다. 대기자만 6만 명 이상이더라”며 “다른 교사는 한참 기다려 겨우 접속했지만 바로 오류가 나 먹통이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교사가 8일 새벽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경기도의 어린이집 원장 B 씨는 “몇 시간씩 대기해도 서버가 계속 다운됐다. 새벽 3시 넘어서야 겨우 접속이 됐다”며 “교사들이 다음날 출근해야 함에도 밤을 새다시피 하며 예약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주 사전 예약 때 시스템 오류가 있었다. 10만 명 정도가 오류로 예약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모두 보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접속 후에도 백신 예약은 쉽지 않았다. 보육교사 A 씨는 “겨우 접속이 됐지만 원하는 날짜의 수도권 물량은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며 “수도권에서는 접종할 수 없어 강원도까지 접종하러 간다. 왕복 5시간이 걸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보육교사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원정 접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 등 수도권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백신 접종을 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의 보육교사 C 씨도 “강원도 횡성에 자리가 남아 겨우 예약했다. 2시간 거리지만 예약에 성공한 게 어딘가 싶다”고 말했다.
#교사들 ‘백신 휴가’에 학부모 불만, 접종 후에도 연차 사용 어려워
정부가 백신 물량을 여유롭게 확보했음에도 예약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보육교사의 백신 접종 신청일이 금요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보육교사가 접종 후 주말 동안 휴식을 취하기 위해 금요일 예약분을 두고 경쟁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해당 지역의 백신 물량이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금요일 접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 접종’을 떠나는 이들이 상당수다.
백신 접종 후 발열, 근육통 등의 면역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백신 접종 후 휴식을 취하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은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육교사 D 씨는 “접종 후 휴가를 내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지 않나. 급하게 대체 교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가 쉬면 다른 교사가 우리 반 아이들까지 맡아야 하는데 눈치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교사 E 씨 역시 “토요일(17일)이 제헌절이라 접종하는 곳이 많지 않다. 금요일 예약도 순식간에 끝나버려 어쩔 수 없이 수요일로 예약을 했는데 원장이 화를 내며 예약을 취소하라고 했다”며 “접종 후 휴가를 쓰면 아이들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천의 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에게 ‘백신 휴가’를 써야 할 것 같다고 전달하니 반응이 좋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는 갑자기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불만이 크다”며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겨 갑자기 아이들을 돌보기 힘든 상황이 오면 난감해진다. 어쩔 수 없이 주말에 휴식을 취하도록 교사들에게 금요일 오후 접종을 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접종 기간에 어린이집 휴원 명령을 내려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자는 “보육교사들은 접종 후 보육업무를 해야 한다. 긴급으로 보육업무를 하라는 복지부 지침에 따라 몸이 부서져도 나와서 보육업무를 한다”며 “아이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무조건 근무해야 한다. 전국 어린이집을 접종 기간에는 긴급보육 없는 강제 휴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청원은 12일 현재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보건복지부는 강제 휴원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긴급보육은 해야 하니 아예 문을 닫는 것은 어렵다. 다만 학부모들에게 접종 후에는 가능하면 가정보육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는 경우라면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며 “교사들이 여름방학처럼 접종 후 휴가를 받길 원하지만, 학부모 중에는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상황도 있어 일률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장이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보육교사 A 씨는 “보육교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겨우 일주일 내에 접종하라고 하면 금요일 하루에 몰릴 것이 뻔하지 않나. 의무적으로 휴가를 낼 수 있게 해줄 것이 아니라면 금요일, 토요일에 물량을 집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방접종센터나 보건소, 위탁의료기관 등에서 예약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물량을 조정한다. 복지부에서 일괄적으로 요일별 배정을 할 수는 없다”며 “질병관리청의 일반 지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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