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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격진료·약 배달은 동네 병원·약국과 상생"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한시적 허용 이후 226만 건 원격진료 진행…"기업·정부·의사·약사 참여하는 협의체 만들어야"

2021.07.09(Fri) 10:55:24

[비즈한국] 원격 진료·약 배달 앱 ‘닥터나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닥터나우는 2020년 7월 ‘배달약국’이라는 이름으로 첫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약사법 위반 등으로 약사회와 갈등을 빚으며 사업이 한 차례 중단됐다. 그러다가 정부가 병원 내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를 허용하면서 새 버전인 ‘닥터나우’​로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재개했다. 

 

최근 약사 단체는 또 다시 약사법 위반 등을 이유로 ‘닥터나우’​ 제휴 약국 대규모 탈퇴 운동과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닥터나우 서비스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된 근거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비롯한 약 오남용 우려다. 또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라고 해도 의약품 배달 행위는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한 닥터나우 측 생각은 어떨까. 비즈한국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닥터나우 본사에서 장지호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원격 진료·약 배달 앱 ‘닥터나우’가 뜨거운 감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닥터나우 본사에서 만난 장지호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Q. 닥터나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오늘 오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 지난번에는 안철수 대표도 회사를 방문했는데 정치권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는 시기에 여러 규제가 남아 있는 게 의료 분야다. 2000년 원격 진료 시범 서비스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불법이고, 의약품 배송을 막는 약사법은 1964년에 생긴 법이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규제들이 많다는 점을 윤석열 전 총장에게 전달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분야라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듯하다.

 

Q.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 전체 앱 인기 순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A.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0만 명, 누적 이용자 수는 30만 명이다. 이용자는 진료 및 처방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감기 진료가 가장 많고 복통이나 속 쓰림으로 이용하는 분들도 많다. 자정까지도 진료가 되다 보니 아이를 응급실에 데려갈지 말지 고민하는 보호자가 일단 앱을 이용해 4000원가량의 진료비만 내고 상담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또 탈모, 여드름 등 숨기고 싶은 질병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 등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분들도 많이 찾는다. 최근 한 구청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자가격리자가 있다며 연락이 오기도 했다. 앱을 이용해 약을 받을 수 있도록 1시간 만에 도와줬다. 이 외에도 허리가 아픈데 병원에 굳이 가지 않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병원과 약국의 제휴 요청도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우리 사회에 원격 진료가 필요했었던 게 아니었을까.

 

사진=닥터나우 앱 캡처


Q.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가 허용돼도 의약품 배달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제휴 약국들에 탈퇴를 안내하고 있다.

 

A.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해 9월 배달약국 출시 뒤 의약품 배달이 문제된 이후, 11월 복지부로부터 ‘약사법에 따라 원래는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지만,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서면 답변을 받았다. 이미 닥터나우 외에도 국내 원격 진료 및 약 배송 업체들이 생기고 있다.

 

결국 ‘기업형 약국’의 등장을 걱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약사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1인 1약국제라 기업형 약국이 생겨날 수가 없다. 특정 약국의 처방 쏠림이 우려되면 한 약국에 원격 진료 처방 건수를 제한하는 쿼터제를 두면 된다. 원격 진료 때도 똑같았다. 비대면 진료가 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욱 거세질 거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데이터를 살펴보니 아니었다. 실제 진료 건수에서 상급 종합병원은 12%뿐이었고, 의원급 동네 병원이 55%를 차지했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동네 약국의 매출을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막연하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두려워해야 할 부분은 환자들이 약국을 외면하고 편의점에 가서 약을 사는 행태다. 서비스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등 제휴 약국들에 대한 강압적인 행동을 멈춰줬으면 좋겠다.

 

원격 진료 및 의약품 배송 서비스 제도 개선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뜨겁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월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닥터나우 본사에서 열린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청년들’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방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Q. 약사 단체의 지적처럼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이 쉽게 처방되거나 의약품 배송 과정에서 변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A. 지금도 약국은 배송 업체로부터 약을 받는다. 도매로 약을 받을 때는 문제가 없고, 환자들에게 배송해줄 때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건 모순이다. 또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은 대면 진료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다. 결국 의사와 환자, 약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좌우한다. 원격 진료를 하더라도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환자 처방 기록이 남겨진다.

 

Q. 진료·처방과 관련해 환자(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되거나 의약품 배송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때 닥터나우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지금까지 환자와 의사, 약사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궁금하다.

 

A. 플랫폼이 의사나 약사에게 이래라저래라하거나 업무 범위를 지정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량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의사가 ‘이 환자는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 혹은 약사가 ‘냉동 보관이 필요한 약이다’고 판단하면, 환자에게 대면 진료를 요구하거나 약을 수령하게끔 직접 요구할 수 있다. 아직 ‘의사가 이 약을 처방해주지 않는다’는 불만 외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물론 관련된 규칙이 아예 필요 없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플랫폼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하기는 애매하다고 본다. 다른 분야와 달리 의료는 단일보험체계로 운영되고 특히 원격 진료는 의사와 약사가 주도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장지호 대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가 오갔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강남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이 길게 줄 선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Q.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한시적’이다. 앞으로 사업 방향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A. 가장 고민이 큰 지점이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그리지 못했다. 다만 국무총리가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에 대한 현안을 직접 챙기기로 한 만큼 긍정적인 논의가 오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6월 20일까지 총 226만 건가량의 비대면 진료 및 처방이 이뤄졌다. 갑자기 중단하면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Q. 향후 원격 진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또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뭔가.

 

A. 원격 진료는 커뮤니티 케어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처음 원격 진료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의사와 환자의 접점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원격 진료는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아플 때 바로 전화할 수 있는 의사가 있다는 건 중요하다. 환자 개개인의 건강관리를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동네 병원 중심으로 원격 진료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

 

이제는 기업들과 의사와 약사, 그리고 실제 비대면 진료를 해본 환자,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논의할 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기업, 의사협회, 약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있다.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어떻게 할지, 발생하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지금이 협의할 적기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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