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중흥건설이 선정됐다. 인수 작업이 연내 마무리되면 중흥건설은 건설업계 3위로 급부상하게 되며 건설업계 순위가 크게 바뀔 예정이다. 대우건설로선 우여곡절 끝에 세 번째 주인을 맞게 된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졸속 매각, 불공정 논란이 일며 노동조합 등에서 인수를 반발하고 있어 인수가 쉽진 않아 보인다.
#20년 동안 떠돌던 ‘대우건설’ 정착할 수 있을까
대우건설은 1973년 대우실업이 영진토건을 인수한 후 상호를 대우개발로 변경하면서 출범했다. 1975년 대우빌딩 착공을 시작으로 에콰도르, 아프리카, 라비아 등지에서 해외공사를 수주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국내외 굵직한 공사를 따내고 크게 성장했지만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됨에 따라 주인을 잃게 됐다.
그룹 해체와 함께 (주)대우의 건설부문이 ‘대우건설’로 인적분할 됐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03년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를 론칭하고 2006년부터 3년간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성하며 실력을 뽐냈다.
당시 대우건설의 대주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였다. 자산관리공사는 대우그룹 몰락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2005년부터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다. 한화,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6개 대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6조 6000억 원에 최종 인수했다.
그러나 오래가진 못했다. 당시 대우건설 가치는 3조 원으로 예측됐는데, 2배가 넘는 금액으로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한국산업은행에 3조 2000억 원에 재매각한 것.
산업은행은 2017년 10월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고 2018년 1월 본입찰에 호반건설만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호반건설의 인수 조건은 매각 지분 50.75% 중 40%를 1조 2801억 원에 먼저 인수한 후 나머지 10.75%는 한국산업은행에 풋옵션을 부여해 2년 후에 인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우건설 2017년 4분기 실적에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 원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호반건설이 2018년 2월 인수를 철회했다.
#중흥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됐지만, 매각 둘러싼 잡음
산업은행은 2019년 4월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대우건설 매각에 심혈을 기울였고, 2021년 6월 25일 대우건설 매각 입찰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전년보다 이익이 53.3% 증가했고, 1분기에도 분기 기준 11.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 같은 실적 호조로 산업은행도 매각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에는 중흥건설그룹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 두 곳이 인수 제안서를 냈다. 중흥건설이 2조 3000억 원,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1조 80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순조롭게 매각되는 듯했으나 지난달 29일 중흥건설이 인수 조건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며 재입찰이 진행됐다. 결국 지난 2일 매각 재입찰이 진행됐고, 지난 5일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시 지정됐다. 인수 가격은 2조 1000억 원 수준으로 기존보다 2000억 원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재입찰이 진행됐다며 잡음이 일고 있다. 중흥건설이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5000억 원의 가격 차이가 나자 인수조건 조정을 요청했고,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 불발을 방지하려 투자 제안서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재입찰은 처음 본다. 결과적으로 인수 가격을 낮춰 중흥건설에 혜택을 줬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성과 특혜 시비가 지속되자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 5일 “재입찰이 아니고 최초 제안서에서 일부 수정한 제안서를 받았다. 수정 요청을 하는 것은 인수자의 권리”라고 해명했다.
이에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6일 대우건설 노조는 설명서를 발표해 “KDB인베스트먼트가 입찰 금액을 다시 제안 받았지만 ‘재입찰이 아니’라는 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중흥건설, 대우건설 인수하면 업계 3위 껑충
공정성과 특혜 논란을 뒤로한 채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을 최대한 빠르게 매각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사에서 별 이상이 없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날 경우 계약이 취소될 수도 있다. 2018년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로 인해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한 전례가 있다.
노조의 마음도 붙잡아야 한다. 현재 대우건설 노조가 재입찰 문제와 헐값 매각을 문제 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6일 노조는 “실사 저지 및 총파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인수 반대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중흥건설은 인수에 강경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건설 인수를 연내 마무리 짓고 투자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임직원의 고용 안정과 경영 자율성도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흥건설그룹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중흥토건이 15위, 중흥건설이 3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반해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6위 규모의 대형 건설사로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평가액(지난해 기준) 합산 11조 8796억 원으로 1위 삼성물산(20조 8461억 원), 2위 현대건설(12조 3953억 원)에 이어 3위로 급부상하게 된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 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브랜드, 탁월한 건축·토목·플랜트 시공 능력 및 인적자원을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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