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샤넬이 제품 가격을 또 한 번 인상했다. 샤넬백 구매를 위해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는 구매자들이 늘었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100만 원가량의 웃돈을 붙여 샤넬백을 판매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샤넬 가격 오르니 ‘샤테크’ 뜬다
명품 브랜드 샤넬이 1일 일부 제품 가격을 7~14% 인상했다. 샤넬 대표 핸드백으로 꼽히는 클래식 스몰은 785만 원에서 893만 원으로 13.8% 올랐다. 클래식 미디엄도 864만 원에서 971만 원으로 12.4% 상승했다. 클래식 라지의 경우는 942만 원에서 1049만 원으로 오르면서 1000만 원을 돌파했다. 보이 샤넬 스몰도 614만 원에서 666만 원으로 8.5% 인상됐고, 보이 샤넬 미디엄도 671만 원에서 723만 원으로 7.4% 올랐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제작비와 원재료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전 세계적으로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다”며 “이번 조정은 샤넬의 조화로운 가격 정책에 의거해 진행된다. 샤넬 브랜드가 운영되는 모든 마켓 간 현저한 가격 차이를 제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샤넬 가격 상승 이슈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2월에도 일부 제품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5월과 11월에도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샤넬코리아 측은 “2월 트렌디CC 핸드백 가격 상향 조정이 있었다”며 “주요 환율 변동 시 국가 간 지나친 가격 차이를 피하고자 가격을 조정하는 것으로 10% 범주 내에서 상향, 하향 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1년에도 몇 차례씩 가격 상승이 있다 보니 소비자 사이에서는 ‘샤넬은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말도 나온다. 샤넬백을 구매해 다시 판매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리셀러도 늘었다.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샤넬 가격 인상 시점에 맞춰 중고거래 플랫폼의 샤넬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가격 인상 전 산 제품을 인상된 가격에 맞춰 판매하는 판매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샤넬 가격 인상일인 1일 중고거래 플랫폼에 샤넬 보이 스몰을 706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6월 30일 구매한 가방이며 포장 상태 그대로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A 씨가 판매 중인 가방은 현재 매장에서 666만 원에 판매 중이다. 하루 전 A 씨가 구매했을 때만 해도 614만 원에 판매했다. 그는 구매가보다 92만 원 비싼 가격에 가방을 판매 중이다. A 씨는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구하기 어려운 모델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한다”고 말했다.
B 씨는 4월 중 구매한 샤넬 클래식 미디엄을 970만 원에 판매 중이다. 현재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정가 971만 원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대다. B 씨는 “제품을 산 뒤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소장만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4월 중 구입한 가격은 864만 원이다. 구입가보다 106만 원이 비싼 가격을 판매가로 정했다.
C 씨 역시 샤넬 클래식 미디엄 제품을 864만 원에 구매한 뒤 중고거래 플랫폼에 되팔았다. C 씨는 구매한 가격보다 56만 원 비싼 920만 원으로 판매가를 정했고, 해당 제품은 곧바로 거래됐다.
전문 리셀러가 아닌 판매자들도 샤넬 가격 인상에 옷장 속에 잠자던 샤넬백을 꺼내 들었다. 한 판매자는 샤넬 클래식 미디엄 제품을 750만 원에 판매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판매자는 “5번 사용한 제품이다. 현재 매장가 971만 원이라 추후 중고 판매가도 올릴 예정”이라며 “7월 한 달간만 750만 원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해당 판매자가 제품을 구매한 시기는 2008년이다. 2008년 당시 샤넬 클래식 미디엄 판매가는 270만 원대였다. 구매가보다 약 500만 원 인상된 가격에 가방을 판매 중이다.
또 다른 판매자도 2012년 샀다는 샤넬 클래식 라지를 62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해당 판매자는 “지금 매장에서 사려면 1000만 원이 넘는다”면서 “사용 횟수도 적고 상태도 좋다. 매장가와 비교하면 굉장히 저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0만 원 가방 살 때도 ‘노숙런’ 필수? 샤넬 “리셀러 잡겠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프리미엄’으로 붙여 판매하는 리셀러가 늘고, 구매한 지 10여 년 된 가방을 비싼 가격에 내놓는 이유는 그만큼 ‘샤넬’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샤넬백을 판매하는 한 판매자는 “매장에서 인기 제품을 사려면 ‘노숙런’이 필수다. 줄을 서고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쑤다 보니 프리미엄을 내고라도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샤넬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애호도가 특별하다”며 “사람들은 명품을 통해 다른 사람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욕구가 크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차별화가 커지기 때문에 수요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샤넬은 소비자 애호도가 높은 만큼 리셀러가 많은 브랜드로도 꼽힌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해외에서 제품 구매가 어려워진 리셀러들이 국내 매장으로 몰리며 정작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는 ‘오픈런’이 필수 코스가 됐다.
이에 샤넬코리아 측은 7월부터 부티크 경험 보호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리셀러를 막아 소비자들의 쇼핑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반복적으로 부티크를 방문해 다량으로 샤넬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부티크 입장을 위해 장시간 대기하거나, 대기 후에도 상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구매 성향 분석을 바탕으로 앞서 말한 경우와 같은 방문객은 부티크 이용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샤넬은 리셀러가 많이 몰리는 명품 브랜드다. 리셀러들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등의 꼼수로 정책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리셀러를 막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한다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인터넷 예약이나 판매 등 새로운 방법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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