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와 여당은 6월 29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33조 원으로 편성하기로 합의했다. 추경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3차 추경(35.1조 원) 이래 역대 2번째다.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이견을 보인 추경 규모를 33조 원으로 합의한 것은 자영업자 구제가 시급하다고 본 때문이다. 실제 추경 대부분인 27조~29조 원가량이 자영업자 지원에 집중됐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영업제한으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뒤 150조 원 가까운 빚을 내어 버티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빚이 없던 자영업자들도 대출을 받는 경우가 급증하고, 비은행권 대출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자칫 폐업으로 몰릴 우려마저 제기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협의회에서 올해 33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코로나19 피해지원 3종 패키지(재난지원금·소상공인지원·카드 캐시백) 15조~16조 원 △지역경제 활성화(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 상품권 발행확대 등) 12~13조 원 △백신·방역 보강 4조~5조 원 △고용·민생안정 지원 2조~3조 원 등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피해지원 3종 패키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자영업자에 대한 직접 지원과 함께 소비 증진을 통한 간접 지원을 위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초 2차 추경 편성 필요성으로 자영업자 지원을 강조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국무회의에서 “소비에서도 양극화 현상 심각해 백화점, 대형마트는 회복속도가 빠르고 이른바 명품소비는 크게 증가한 반면, 자영업 위주의 골목 소비, 서민 소비는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추경편성을 포함해 자영업이 활력을 되찾고 서민소비가 되살아나며, 일자리 회복 속도를 높이는 등 국민 모두가 온기를 함께 누릴 수 있는 포용적 경제회복 위해 총력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자영업자 지원을 강조하고, 정부 여당이 2차 추경 대부분을 자영업자 지원에 투입키로 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이 처한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가계부채 DB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 684.9조 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올 3월 말에 831.8조 원으로 무려 146.9조 원(21.4%) 급등했다. 매해 60조 원 안팎으로 늘던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코로나 19 영향으로 2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황을 보면, 코로나19 탓에 그동안 빚을 내지 않던 사람들까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자영업자 중 처음으로 빚을 얻은 사람들(신규 차주)은 2018년 말 39만 7000명에서 2019년 말 37만 2000명으로 2만 5000명 감소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악영향이 본격화되자 처음으로 빚을 낸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올 3월 말 기준 신규 차주가 71만 7000명으로 급증했다. 1년 전 처음 빚을 얻은 자영업자 수가 38만 명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며 1년 사이 거의 2배 늘어난 것이다.
또 자영업자 대출이 비교적 안전한 은행권 대출보다 비은행 대출에서 더 많이 늘어나 향후 금리 인상 시 타격을 더 크게 입을 가능성이 높다. 올 3월 말 자영업자 은행권 대출은 550.6조 원으로 1년 사이 16.2% 늘어난 반면, 비은행권 대출은 281.2조 원으로 같은 기간 24.4%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 고금리대출 규모가 43.6조 원에 달하는 등 대출 질이 더욱 악화됐다.
여기에 정부의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가 올 9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자칫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자영업자들의 연체가 급증하거나 폐업으로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할 우려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6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완화적 통화정책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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