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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맛 없으면 환불' 경쟁에 나선 속사정

처음 도입한 홈플러스 "직원 만족도 높고 반품률 낮아"…전문가 "오히려 블랙컨슈머 양산할 수도"

2021.07.02(Fri) 15:05:48

[비즈한국] 6월 29일 롯데마트가 ‘맛 없으면 100% 환불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과일이나 채소를 구매한 고객이 맛에 대해 만족하지 않을 경우 교환, 환불을 받을 수 있는 품질보장제도다. 구입 후 불만족 시 7일 이내 영수증을 가지고 롯데마트 각 지점의 ‘도와드리겠습니다’​ 코너를 방문하면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롯데마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선식품의 차별화된 경쟁력에 자신을 가지고 ‘100% 맛 보장’ 제도를 시행한다. 맛과 품질에서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롯데마트 유튜브 채널

  

롯데마트는 대대적으로 홍보에 들어갔지만, 사실 ‘100% 환불제도’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마케팅은 아니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신선 품질 보장 제도’와 ‘피코크 맛 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선 품질 보장 제도는 과일·채소·축산·수산 상품에 불만족할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 영수증 지참 시 100% 교환 또는 환불해주며, 피코크 맛 보장제도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의 맛과 품질에 만족 못 할 시 30일 이내 영수증 지참 후 환불이 가능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고객 반응은 없었다. 상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품질 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직원·고객 만족도 높아지고 상품 질도 좋아져

 

2018년 업계 최초로 100% 환불 제도를 도입한 홈플러스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와중, 의외의 효과를 봤다. 홈플러스 ‘신선 AS센터 제도’는 1회 10만 원, 월 10회 이내로 구입한 지 일주일 이내 제품의 영수증이나 카드가 있으면 환불받을 수 있다. (환불 범위가 좁았던) 이전과 비교해 직접 소비자를 응대하는 매장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게 홈플러스 관계자의 이야기다. 

 

홈플러스 홍보팀 관계자는 “기존의 환불 정책하에서는 매장 직원들이 블랙컨슈머(악성을 뜻하는 ‘Black’과 소비자를 의미하는 ‘Consumer’의 합성어)를 상대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쏟았다. 10kg짜리 쌀을 구매해서 9kg을 먹고 1kg만 남겨서 가져오거나 10개입 사과박스를 구매해서 사과 1개만 가져와 환불을 요구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직원은 회사 가이드라인상 환불을 해줄 수도, 그렇다고 고객과 실랑이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바뀐 정책으로는 무조건 환불을 해주면 되니, 직원들이 감정노동 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상품의 질도 올라갔다. 기존 정책으로는 여러 사유로 반품에 제한이 있다 보니 반품률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지만 100% 환불 제도하에서는 반품률이 고스란히 책정된다. 본사 바이어도 성과와 연결되는 반품률을 줄이기 위해 더 좋은 상품을 소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 것. 이에 따라 매장에 더 신선한 식품이 깔리면서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신선 A/S 제도 시행 이후 월평균 반품률이 0.01%에 불과하다고 홍보해왔다. 사진=홈플러스 홈페이지

 

앞서의 홈플러스 관계자는 “처음엔 제도를 악용해 무턱대고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아지면 어떻게 하나 내부에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반품률이 1%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려와 달리 크지 않았고, 오히려 순기능을 많이 발견했다. 지금도 매장 포스터에 ‘업계 최초’라는 문구를 추가할 만큼 잘된 마케팅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신뢰 높이지만…블랙컨슈머 양산 통로 될 수 있어

 

업계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해주는 정책의 확대를, 급속도로 확장 중인 온라인 쇼핑업계에 대응하는 오프라인의 주요 마케팅으로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100% 환불 제도는 배송구조 상 온라인이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일부 블랙컨슈머로 인한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 신뢰를 끌어 올리는 효과가 더 크다. 최근엔 소비자의 인식 수준이 높아져서 무작정 생떼를 쓰는 블랙컨슈머는 많이 줄었다. 오프라인 마트는 신선식품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식품의 질을 중요시 여긴다. 100% 환불제도는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 믿고 구매하라는 선언의 역할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과거와 다른 소비자 인식을 100% 환불 정책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박 소장은 “2012년 불매운동으로 번진 ‘채선당 점포 직원의 임산부 폭행 사건’과 같이 터무니없는 사례는 많이 줄었다. 당시 배를 맞았다는 임산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채선당이 입은 피해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 그 이후 오랜 기간 사회적으로 블랙컨슈머 문제가 심각했지만 소비자와 네티즌의 자정 작용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오프라인 마트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덜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이와 같은 과도한 소비자 응대가 오히려 블랙컨슈머의 양산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만큼 블랙컨슈머 응대법이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한 나라도 없다. 과거보다는 덜해도 여전히 ‘소비자가 왕’이라는 인식이 널리 통용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악성 블랙컨슈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배달 앱 중심으로 터져나오는 사례들이 그 증거다. 또 일반적인 소비자로서는 맛이나 만족 같은 주관적 요소를 환불 조건으로 걸 경우 권리를 주장하기 더 어려운 점도 있다. 거래 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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