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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미스터리 천체 '오우무아무아'의 고향을 찾아라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왔다 사라진 미지의 천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2021.06.28(Mon) 10:24:52

[비즈한국] 2017년 10월 태양계에서 수상한 천체가 새롭게 포착되었다. 처음에는 흔한 소행성이나 혜성이 또 하나 더 발견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천체는 놀랍게도 우리 태양계 안이 아니라 태양계 바깥 은하계를 가로질러 날아온 존재였다. 바로 지금껏 풀리지 않는 많은 수수께끼를 남긴 의문의 존재, 오우무아무아에 관한 이야기다. 

 

우연히 우주를 떠돌다 태양계를 잠시 스쳐지나간 돌멩이였는지, 아니면 정말 어떤 미지의 존재가 날려보낸 우주선이었는지, 이제는 그 답을 확인할 수 없다. 아주 짧은 태양계 순회 공연을 마치자마자 쏜살같이 다시 태양계 바깥 먼 우주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과연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애초에 어디에서 이런 이상한 존재가 날아온 걸까? 혹시 이 수상한 존재의 고향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정체를 풀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최근 천문학자들은 오우무아무아의 여행 경로를 정밀하게 거꾸로 추적한 끝에 고향으로 의심되는 후보 지역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새롭게 제시된 오우무아무아의 고향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천문학자들은 오우무아무아의 발원지로 의심되는 천체를 특정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수상한 방문객은 어디에서 날아왔을까?

 

#오우무아무아는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천체

 

오우무아무아의 여행 궤적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태양을 비롯한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중력이다. 따라서 은하계 모든 별들의 중력의 영향을 고려해서 계산하면 어렵지 않게 오우무아무아가 날아왔을 여행 경로를 거꾸로 추적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인터스텔라 손님, 오우무아무아의 궤적을 거꾸로 추적하기 위해서 여행 경로를 총 두 단계로 나누어서 분석했다. 태양계 영향권에 포획되기 전과 이후로, 태양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우리 은하 속 모든 별의 중력 효과를 고려하고, 태양계에 붙잡힌 이후부터는 주로 태양의 중력 효과만을 고려해 궤적을 계산했다. 

 

우선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 오우무아무아가 태양의 중력에 포획되던 순간까지의 궤적을 거꾸로 복원했다. 그 이후, 더 나아가서 태양계에 포획되기 이전에는 은하계 전역에서 어떤 궤도를 그리며 여행을 했을지, 약 5억 년의 시간을 쭉 거슬러 올라가며 오우무아무아의 여행 경로를 모두 거꾸로 추적했다. 그 결과 천문학자들은 약 5억 년 전부터 우리 은하 외곽을 살짝 찌그러진 타원 궤도로 돌면서 여행했을 우주 떠돌이, 오우무아무아의 여행 경로를 새롭게 복원했다. 

 

그래프에서 파란색으로 표현된 것이 5억 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오우무아무아가 그렸을 궤적이다. 마침 그 타원 궤도 상에서 은하 중심에서 가장 먼 지점을 지나던 무렵, 우리 태양계에 붙잡힌 것으로 보인다. 태양계에 진입하던 순간의 위치가 빨간점으로 표현되어 있다.


새로 복원된 여행 궤적에 따르면 오우무아무아는 5억 년 동안 은하계를 여행하는 내내, 우리 은하 원반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채 계속 은하 원반 상에서 여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은하 원반에서 수직으로 아무리 멀리 벗어나봤자, 150광년 거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 은하 원반의 지름이 약 10만 광년인 걸 생각하면 거의 우리 은하 원반 위에서만 여행을 한 셈이다. 이는 오우무아무아가 역학적으로 굉장히 어린 천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은하 원반을 따라 도는 대부분의 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곁을 지나가는 수많은 다른 별들의 중력적 간섭 효과가 누적되어 조금씩 은하 원반의 위아래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더 오랜 기간 우리 은하 원반을 여행한 별일수록, 원반에 수직으로 더 많이 요동치는 궤도를 갖게 된다. 그런데 오우무아무아는 거의 원반에서 벗어나지 않는 궤도를 그린다. 천문학자들은 가이아 위성으로 관측한 태양계 주변 80만 개의 별들의 움직임과 비교해서 오우무아무아의 역학적인 나이가 얼마인지 계산했다. 그 결과, 오우무아무아 정도로 원반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 궤도를 그리려면 역학적인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3500만 년이 안 된다! 100억 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은하 전체 나이에 비하자면, 이 정도는 정말 찰나에 불과한 한참 어린 나이다! 

 

가이아 위성으로 관측한 우리 은하 속 별들의 궤적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ESA/Gaia/DPAC

 

#고향 후보를 선별하다

 

그렇다면 과연 오우무아무아가 날아오기 시작했을 그 진짜 고향, 발원지도 특정 지을 수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주변 50만 광년 거리 범위 안에 있는 27개의 별무리, 성협들의 궤도를 분석했다. 일반적인 성단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별들 여러 개가 함께 역학적으로 모여서 함께 움직이는 별 무리를 성협(Star association)이라고 한다. 이런 성협은 하나의 거대한 분자 구름이 수축하면서 함께 만들어진 동갑내기 별들이 모여 사는 영역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성협들이 과거 5억 년간 어떤 궤적을 그렸는지 똑같은 방식으로 복원했다. 그리고 앞서 추적한 5억 년간의 오우무아무아의 여행 경로와 궤적이 겹치는 성협이 있는지를 비교했다. 

 

우리 은하 속 태양계 주변 성협들의 분포 지도. 이미지=Wikimedia commons

 

놀랍게도 27개의 성협 중에서 남쪽하늘에 있는 용골자리 성협과 비둘기자리 성협 두 개의 위치가 오우무아무아의 위치와 아주 가까이서 겹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용골자리 성협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약 3400만 년 전 시점에 오우무아무아와 같은 자리를 지났다. 비둘기자리 성협은 그보다 더 오래 전인 4200만 년 전에 오우무아무아와 같은 자리를 지났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오우무아무아는 역학적으로 아주 어린, 즉 상대적으로 갓 성간 여행을 시작한 천체로 추정된다. 그리고 오우무아무아의 궤도만으로 추정되는 그 여행 출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3400만 년 정도로 보인다. 마침 이렇게 독립적으로 구한 오우무아무아의 역학적 나이와, 용골자리 성협과 위치가 겹치는 시기가 딱 3400만 년 전 시점으로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천문학자들은, 용골자리 성협과 비둘기자리 성협 둘 중에서 용골자리 성협이 오우무아무아의 진짜 고향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 흥미로운 분석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오우무아무아가 지금으로부터 약 3400만 년 전 우리 은하를 떠돌던 한 거대 분자 구름에서 우연히 떨어져 나온 돌멩이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이번 결과만을 근거로 정말 오우무아무아가 용골자리 성협에서 기원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이 궤도 복원 기법을 통해서, 이미 멀리 떠나가버린 의문의 여행자 오우무아무아의 정체에 관한 큰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수수께끼를 간직한 미지의 천체 오우무아무아. 이미지= NASA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1arXiv210514670H/abstrac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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