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서울 두 번째 정비사업 수주전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조합 측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려는 건설사의 입찰보증금을 돌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통상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사업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자 경쟁사보다 먼저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는데, 북가좌6구역 조합은 건설사가 구두 지침 상 납부 시점을 어겼다고 보고 법률 검토에 나섰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북가좌6구역 재건축조합 측은 최근 롯데건설에 납부한 입찰보증금을 회수하라고 알렸다. 롯데건설이 21일 북가좌6구역 현장설명회에서 나온 조합 측 입찰보증금 납부 지침을 어겼다는 시비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이 입찰보증금을 가져가라는 입장을 전해왔지만, 돈을 돌려받을 필요가 없어 지금 상태로 입찰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찰보증금은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거두는 돈이다.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해 배상을 보증한다.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입찰보증금을 내도록 할 수 있다. 정비사업 시공사는 경쟁 입찰로 후보를 추려 조합원 표결로 선정하는데, 건설사는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자 경쟁사보다 빨리 입찰보증금을 내려한다. 일부 사업장은 입찰 순서대로 시공자 후보 기호를 부여하기도 한다.
앞서 북가좌6구역 재건축조합은 1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이 공고에 따르면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는 현장설명회에서 배부되는 입찰참여안내서에 따라 7월 14일까지 입찰보증금 500억 원과 입찰제안서를 내야 한다. 조합이 21일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는 디엘이앤씨(옛 대림산업), 지에스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호반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등(시공능력평가액 순) 7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현재까지 입찰보증금을 납부한 건설사는 디엘이앤씨와 롯데건설이다.
문제는 입찰보증금 납부 시점이다. 조합에 따르면 디엘이앤씨는 21일 현장설명회 시작 직후, 롯데건설은 21일 현장설명회가 끝난 이후 입찰보증금을 납부했다. 조합 측은 현장설명회에서 입찰보증금 납부 시작 시점을 입찰 마감일 5일전으로 설명했는데, 입찰참여안내서에는 이런 내용이 표기되지 않았다. 서류상 지침과 구두 지침이 일치하지 않은 셈이다.
디엘이앤씨 관계자는 “입찰 지침과 수주 관행에 따라 현장설명회 당일 입찰보증금을 납부했다. 조합 측에서 아직까지 입찰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말은 없었고, 법률 검토를 거쳐 입장을 주겠다고 했다”며 “입찰보증금을 낸 순서대로 후보 기호를 가져가게 되는데, 절차대로 입찰보증금을 납부한 회사로선 이런 문제 제기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수주 의지를 보이고자 입찰참여안내서에 따라 빠르게 입찰보증금을 납부했다. 조합 의결기구인 이사회와 대의원회가 치열한 논의 끝에 도출한 입찰 지침을 사실상 현장설명회에서 구두로 바꾸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 2개사가 입찰에 참여해 성찰(입찰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조합 측이 보증금 납부 시점을 문제 삼는 것이 낯설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입찰보증금 구두 지침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북가좌6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입찰보증금) 반환에 대해 따로 정해진 바는 없다”며 “현장설명회에서 입찰보증금을 마감일 5일 이내로 납부하라고 말했는데, 이미 한 시공사는 설명회가 시작될 때 입찰보증금을 입금했고 다른 시공사는 넣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설명회가 끝나고 입금을 해버렸다. 구두 지침 효력에 대해 이견이 있어서 변호사 자문을 받고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가좌6구역 재건축사업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372-1번지 일원 단독주택을 정비해 지상 24층 아파트 22개동(1970세대)을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지하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동남쪽 10만 4656㎡(3만 1658평)가 대상이다. 2014년 5월 정비구역 지정, 2020년 2월 조합 설립 인가 등 절차를 거치고 현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 지역은 올해 서울에서 두 번째 정비사업 수주전이 열릴 사업장으로 점쳐진다. 현재까지 서울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벌어진 곳은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이 유일하다. 흑석11구역은 대우건설이 지난 1월 코오롱글로벌과 수주 경쟁을 벌인 끝에 시공권을 따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불똥 김범석 창업자 책임론으로 확전
·
최저임금 노동자는 못 받는 근로장려금, '명품장려금' 변질된 까닭
·
[글로벌핫클릭] 이스라엘, 델타 변이 확산에 실내 마스크 다시 의무화
·
[부동산 인사이트] '강남 vs 연천' 청약 결과 비교…가격은 시장이 정한다
·
개포주공1단지·은마, 조합 집행부 바꾸면 재건축에 어떤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