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추경안 규모가 33조~35조 원 규모로 편성한다는 계획인 반면, 정부는 늘어난 국가 채무 부담을 이유로 30조 원 수준을 제시하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중이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 일자리 증가와 복지 확대 등 큰 정부 추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등으로 씀씀이가 커지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하자 부담을 느끼는 탓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재정 지출이나 국가채무 비율은 출범 첫해 내놓은 중기 재정계획에 근접하게 관리됐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취임 초 중기 재정계획이 무색할 정도로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국가채무 비율도 당초 관리 목표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략적인 추경 규모는 33조 원에서 35조 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이번 추경으로 소상공인 피해지원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신용카드 캐시백 등 지원정책을 통해 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규모는 30조 원 초반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초과 세수 범위에서 추경을 편성하고 있으므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는 (전 국민 지원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국가채무가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 관리할 필요성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재정 지출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 초 목표에 비해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매년 5년 단위의 중기 재정지출 계획을 발표하는데, 특히 대통령 취임 첫해에 내놓는 중기 재정지출계획에는 임기 5년 동안의 청사진이 담겨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내놓은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임기 중 총지출 규모(본 예산 기준)를 2008년 257.2조 원, 2009년 273.8조 원, 2010년 290.9조 원, 2011년 308.7조 원, 2012년 326.7조 원으로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5년 동안 임기 초에 내놓은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 근접하게 예산을 투입해 2012년에 당초 계획보다 적은 325.4조 원을 사용했다. 본 예산외에 더 쓰인 추경 규모는 임기 5년간 33.0조 원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처럼 임기 초 내놓은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발표한 중기 재정계획에서 총지출 규모(본 예산 기준)는 2013년 342.0조 원, 2014년 357.7조 원, 2015년 368.4조 원, 2016년 384.2조 원, 2017년 400.7조 원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 예산을 짠 2017년에 예산 규모는 400.5조 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낮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 지출 계획에서 벗어나 사용한 추경 액수는 40.0조 원이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 발표한 중기 재정지출 계획은 공수표가 됐다. 2017년 내놓은 중기 재정계획에서 총지출 규모(본 예산 기준)는 2017년 400.5조 원, 2018년 429.0조 원, 2019년 453.3조 원, 2020년 476.7조 원, 2021년 500.9조 원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재정지출이 목표보다 급증하더니 2020년 예산이 512.3조 원으로 500조 원을 넘어섰다. 2021년 예산 규모는 558.0조 원으로 임기 초 내놓았던 지출 목표보다 60조 원 가까이 많아졌다. 또 문재인 정부가 지출 계획 외에 사용한 추경 액수는 102.3조 원이나 된다. 올해 2차 추경으로 30조 원대가 투입될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사용된 추경액은 135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 계획보다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고 추경까지 편성하면서 국가채무 비율도 당초 계획대로 관리되지 못하며 재정 고갈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말인 2012년 국가채무 비율(GDP 대비)을 30.9%로 하겠다고 밝혔는데, 2012년 실제 국가채무 비율은 이보다 0.1%포인트 낮은 30.8%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 국가채무 비율 목표를 35.6%로 내세웠는데 2017년 실제 국가채무 비율은 이보다 0.4%포인트 높은 36.0%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국가채무 비율을 40.4%로 제시했지만 올해 실제 국가채무 비율은 이보다 7.8%포인트나 급증한 48.2%로 예상된다. 2차 추경까지 편성되면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불똥 김범석 창업자 책임론으로 확전
·
최저임금 노동자는 못 받는 근로장려금, '명품장려금' 변질된 까닭
·
카카오가 은행을 하고, 신한은행이 음식 배달을 하는 세상
·
[단독] 서태지, 평창동 신혼집 팔아 수십억 시세차익
·
키움, 4000억 대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종합투자사 꿈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