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한은행이 올해 연말 출시를 목표로 배달 앱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전담팀을 꾸려 인력을 모집했으며 구축 예산은 대략 140억 원이다. 저금리 기조와 인터넷은행의 폭발적 성장 분위기 속에서 시중은행의 플랫폼화가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초 ‘음식주문 중개 O2O 플랫폼 구축’ 입찰을 마무리하며 배달 앱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실무 준비는 지난해 시작됐다.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음식 주문중개를 통한 소상공인 상생 플랫폼’이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후 내부에 신사업 추진을 전담할 ‘O2O 추진단’을 신설했고, 이들이 생활 서비스 사업을 이끌고 있다. O2O 추진단은 인력, 예산, 시스템, 인프라 등이 은행과 완전히 분리된 CIB(Company in Bank, 은행 안의 별도회사)를 최종 목표로 하는 걸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공공 앱 수준의 낮은 배달 수수료와 직접 결제대행사 역할을 통한 빠른 정산, 원활한 결제 연동 등을 목표로 앱을 개발 중이다.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영업자 배달기사 대상 대출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신한은행 측은 “은행 안의 스타트업처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으로 구성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금융과 비금융을 연결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배달 앱’, 은행업계 메기 될 수 있을까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서도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배달 앱 개발도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말 신한은행이 ‘음식 주문 중계 O2O 플랫폼 구축’을 위해 낸 입찰 공고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140억 원이다. 인프라 운영비(5년) 40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앱 순수 개발비만 100억 원이 든다. 은행권에서 비금융 관련 앱 개발에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우리은행의 대형 프로젝트였던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의 초기 개발비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장단점은 명확하다. 배달 앱을 통해 신한은행은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업체와 발걸음을 맞출 수 있다. 기존의 금융 데이터에 추가로 확보할 개인 소비자의 소비 성향 데이터와 가맹 고객의 영업·매출 데이터 등을 결합해 개인별 맞춤 금융상품 추천, 비금융 사업 확장 등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는 것.
우려되는 점은 이미 배달 앱 업계에 만연한 출혈경쟁이다. 배달 앱 관계자는 “여러 플랫폼 사업 가운데서도 배달 앱은 출혈 경쟁이 심한 편이다. 최근 1~2년 사이 시장이 포화상태일 만큼 커졌고, 그만큼 국내외 자본이 달라붙어 점유율 확보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은행 앱까지 들어온다는 게 배달 앱 업계에선 솔직히 반가운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플랫폼 기업이 인터넷은행업에 뛰어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상황에서 은행의 변화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쇼핑, 포털, 금융 등 더 이상 한 가지 영역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플랫폼 시대다. 인터넷 은행이 치고 올라올 때까지 기존 금융권이 변화에 안일했던 부분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위가 나서서 은행권의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결국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선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에 문제 생기면 은행 창구로? 내부에서도 반신반의
외부의 시선만큼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은행 직원 A 씨는 “플랫폼 개발 관련해서 내부 직원 모두에게 계획이 오픈되진 않는다. 우리끼리 농담 삼아 ‘배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 창구로 오지 않겠냐’는 말도 한다. 새로운 시도 자체는 좋지만 ‘배달 앱’은 뜬금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 B 씨도 “카카오뱅크가 메리트 있는 이유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들이 그만큼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게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서비스 종료한 메신저 앱 ‘위비톡’이 대표적인 사례다. 골목대장이 있는 영역에 후발주자로 들어간다면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데, 단순히 쫓아가기 급급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금융의 확산과 저금리 기조로 이자 수익이 줄면서 은행권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6개의 점포를 폐쇄한 신한은행은 하반기에 전국의 40여 개 점포를 추가로 폐쇄할 계획이다. 6월 초에는 1월에 이어 희망퇴직 진행 계획을 밝혔다. 한 해 2번 희망퇴직 절차를 밟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조직 슬림화와 점포 대형화에 속도가 붙은 느낌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신입직원 채용의 대다수가 IT 인력이다. 얼마 전 한국씨티은행도 리테일(소비자) 영업 사업을 매각했다. 시중은행들은 리테일 고객만으로는 더이상 수익이 안 나기 때문에 돈 되는 사업 중심으로 서비스를 축소하며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을 위해 IT 기업으로의 전환에 힘쓰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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