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접 고용 논란이 일단락됐다. 고객센터 노조와 정규직 노조인 건보공단 노조, 건보공단은 지난 18일 사무논의협의회를 시작으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아직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건보공단이 대화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 7월에 다시 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공정성’이 화두가 된 가운데, 가입자로서는 생각해볼 또 다른 지점이 있다. ‘내 개인정보를 민간업체가 마음대로 처리해도 괜찮은가’이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들 역시 직영화 이유로 ‘공공성 강화’를 꼽는다. 현재 건보공단에서 상담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 10여 곳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다룬다. 직영화를 하지 않고 업체에서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강화하면 괜찮지 않느냐는 물음에 고객센터 직원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납부 확인서나 경력증명서를 대출 혹은 차량 구매 같은 용도로 굉장히 많이 발급을 받아요. 그뿐만 아니라 교도소 수용 이력이라든지 출입국 정보, 임신과 유산 여부 같은 정보들도 다 알 수가 있죠. 개인정보가 상당히 방대해요. 저희끼리는 ‘이런 것까지 우리가 다 열람하는 게 맞을까?’ 하는 얘길 하죠.”
11년 차 건보공단 상담사인 장현경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 정책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은 주민등록번호, 이름, 주소 등 가입자의 기본정보는 물론 재산과 소득, 직장명, 진료일, 임신 확인·분만 예정 일자, 시설수용내역 등의 정보를 다룬다. 건강보험은 의무 가입제라 건보공단에는 대부분의 국민 정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정보를 다루는 사람은 1600여 명에 달하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이다. 정보가 방대한 만큼 상담 직원도 공공기관 고객센터 중에서는 가장 많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민간업체 소속이다. 건보공단은 12곳의 고객센터를 11개의 민간업체에 외주를 준다. 건보공단은 2년에 한 번씩 입찰을 진행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른다. 건강보험 공공성 강화와 고객센터 직영화·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에서 9일 시민 2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5%가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건보공단 고객센터가 민간 위탁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한 변호사는 “사실 민간기관에서 개인정보 열람은 드러나지 않고 또 확인할 수가 없으니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공공기관이나 준공공기관은 좀 더 엄격하게 돼 있다. 정보를 들여다볼 경우에 누가 접근했는지 기록이 남고 개개의 법률에서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현경 정책부장은 “업체와 개인정보 관련한 서약서를 적기는 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개인의 양심에 맡기고 별다른 개인정보 관련 규칙은 없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있을까. 장 부장은 “본인인 척 전화를 해서 (상담사가) 이름, 가족 이름 등 간단한 정보를 확인한 이후 내역서를 떼어준 사례가 있다. 그런데 이후 당사자가 ‘발급한 적이 없는데 문자가 왔다’며 민원이 여러 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사기를 칠 수도 있다. 다만 증명서 발급 과정에서 정보 확인 과정을 다 밟았다면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고충은 직영화가 된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민간화 구조 아래에서는 정보 유출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쟁’ 때문이다.
장현경 부장은 “(우리 업체의 경우) 무조건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워서 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주어진 파이 안에서 성과급을 책정한다. 3분 안에 전화를 끊으라고 강요를 받다 보니 상담자들도 가입자들에게 더 안내하고 확인해야 하는 부분을 안 하게 된다”며 “업체들도 입찰받기 위해 생산성(콜 수)을 상당히 따진다. 실질적으로는 국민들 손해다. 공공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의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은 공공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개인정보 보호법상 유출 책임을 묻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만 보면 직영화에 상관없이 기술적 보완을 강화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직영화를 한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볼 수는 없다. 모든 통신사 대리점을 다 직영으로 할 수는 없지 않나. 기본적으로 권한이 있는 사람만 해당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들이 있다. 민간업체가 관리하든 공공기관이 직접 관리하든 그 기술적 보완 장치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은 건보공단 소속이 아닌 민간 위탁업체 소속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 상담사들은 성과 경쟁에 시달리며 하루 상담 120건을 소화하지만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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