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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험 못 치면 기본급 삭감' 포스코ICT 새 인사제도 '시끌'

시험 시스템 도입해 기본급 차등 지급 발표…포스코ICT "50회 걸친 설명회로 직원 의견 수렴"

2021.06.22(Tue) 15:44:32

[비즈한국] 포스코의 IT 계열사인 포스코ICT에서 개편을 예고한 인사제도를 두고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인사제도는 객관식·주관식·서술형을 포함한 시험 시스템을 도입해 기본급을 차등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 측은 ‘아직 설명회가 진행 중이며 시험만이 아닌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평가 시스템에 들어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직원은 상시 구조조정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험 쳐서 기본급 차등 지급…‘직원 퇴출에 이용하나’ 불안한 직원들

 

예고된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P직군 체제는 역량레벨(Competiency Level)로 바뀌며 호칭 또한 ‘프로’로 변경된다. 평가는 산업역량(상위자평가 항목)과 공통역량(다면평가 항목), 직무역량(시험점수 항목)이 더해져서 산출된다. 이에 따라 보상체계도 ‘경영성과금(10%)+업적연봉(30%)+기본연봉(60%)’에서 ‘경영성과금(10%)+업적연봉(30%)+직무역량급(60%)’으로 바뀐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시험을 통해 결정되는 기본연봉 항목이다. 개편으로 도입되는 직무역량 시험은 객관식 15문항 50점, 주관식 5문항 20점, 서술형 3문항 30점으로 구성될 예정다. 시험으로 결정되는 직무역량급은 총연봉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며, 직원들은 △​시험을 통해 기본급이 기존보다 낮아질 수 있는 점 △시험 출제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는 점 △​제도 개편 과정에 직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직군별로 평가 시스템에 차이를 둔 것에도 불만이 나온다. 실행직군의 평가체제는 산업역량 40%, 공통역량 20%에 시험을 통한 평가인 직무역량 40%가 더해져 산출된다. 반면 인사·행정 등의 스태프직군은 산업역량 60%, 공통역량 40%로 평가되며, 직무역량에 해당하는 시험은 합격(PASS)와 불합격(FAIL)으로만 나뉜다. 합격 시 역량레벨은 항시 +로 유지되며 불합격 시 역량레벨은 -1등급이 적용된다. 스태프직군은 상대적으로 시험 점수가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셈이다.

 

일부 직원들이 개편 예고된 인사평가 시스템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건 시험을 통해 기본급이 결정되는 점, 시험 출제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는 점 등이다. 사진=제보자 제공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비즈한국에 “시행 초 2년은 상대평가로 진행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절대평가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2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했는데, 내부에선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으로 자발적 퇴사를 종용하기 위한 발판 혹은 대규모 권고사직을 위한 사전 단계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사평가 제도에 불만을 가진 직원 390여 명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이 톡방에서 한 직원은 “이 제도의 핵심은 상시로 인력 구조조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직급을 통일해서 사원, 부장 할 것 없이 동일선상에 두고 매년 평가를 통해 적정 수준 이상 따라오지 못한다면, 가르쳐서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정리하고 다시 채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차등 지급은 이례적…공포감 조성할 수 있어

 

아직 인사제도 개편과 관련해 설명회가 진행 중인 단계지만 다수의 직원은 “전체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노사협의회와의 논의만으로 안이 통과될 수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포스코ICT에는 노동조합이 없어 취업 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포스코ICT 홍보팀 관계자는 “한시적 명예 및 희망퇴직은 이미 5월에 종료했으며, 이번 인사제도 개편과는 전혀 무관하다. 제도 개편에 모두가 찬성할 수는 없기에 50여 회에 걸친 설명회를 진행하며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으며, 이후에는 전체 직원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ICT는 바뀐 인사평가 시스템에 대해 50여 회에 걸쳐 설명회를 진행하며 직원들의 의견을 구했다고 밝혔다. 사진=포스코ICT 제공

 

이 관계자는 “평가자(상위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정성평가가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어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 제도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있었다. LG CNS 등 이미 IT 업계에선 인사평가 시스템이 개인 역량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승진으로 위한 체류 기간이 사라지고 해마다 역량에 따라 단계와 보상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시험만으로 기본급이 설정되는 게 아니라 상위자 평가, 동료 평가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다. 시험 또한 제도가 안정화될 때까진 쉬운 평년 수준으로 제출될 예정이며, 한 번이 아니라 네 번 진행해 높은 점수를 골라 제출할 수 있는 등 여러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보통 성과급과 같은 ‘플러스 알파’를 변동급으로 만들어 차등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지, 기본급을 이처럼 극단적으로 설계하진 않는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공포를 느끼게 하는 제도로 보인다. 회사가 교육을 위한 곳이 아닌데 객관식, 주관식 시험을 쳐서 급여를 책정한다는 것 또한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포스코ICT는 이달 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재 처리까지 된 직원이 희망퇴직을 거부하자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출한 일이 보도되어 비난을 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회사 업무 특성상 부서나 사업장 이동은 빈번한 일이다. 최근 경기도 발령은 취소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ICT 홍보팀 관계자는 “산재 관련 보도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공문을 보내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내에선 해결은커녕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사건이 보도된 뒤에도 희망퇴직 강요에 불복한 일부 직원이 인사조치로 보직해임, 미출근 등을 당하고 아직도 사업소에서 대기 중이다”고 주장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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