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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문화 점검③] 수평적 조직문화는 '절대선'이 아니다

수직이냐 수평이냐 이분법적 사고는 맞지 않아…조직 성장에 따라 리더가 끊임없이 개선 고민해야

2021.06.18(Fri) 17:12:53

[비즈한국] 취준생들에게 꿈의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대표를 닮은 이모티콘이 만들어질 정도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카카오는 상습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이은 사건은 1세대 IT 기업이 구축한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내부에선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업의 몸집이 커지며 수평적 조직문화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그럼에도 시스템이 가진 강점이 분명 있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네이버 카카오 내·외부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짚어보고 개선점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IT기업문화 점검②] 2030 네이버·카카오 직원이 말하는 '한국식 수평주의'에서 계속됩니다.)

 

국내 최고 IT 기업이라 평가받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조직문화에 균열이 생겼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던 두 기업이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실제로 20~30대 네이버·카카오 직원들을 만나보니 큰 틀에서는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보였지만, 그 속에는 미세한 맹점들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조직문화의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어느 기업에나 완벽하고 이상적인 것은 아니며,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 규모에 따라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문화의 수정과 보완을 담당하는 이는 다름 아닌 리더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IT 대기업의 조직문화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맹목적으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쫓는 국내 기업 리더들의 태도를 비판했고, 이 과도기에서 리더의 의지와 실천에 따라 조직문화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이상적인 조직문화일까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유 교수는 ​“​소품종 대량생산 제조업체의 경우 모든 사람이 분업을 통해 한 제품을 만든다. 직원마다 역할이 명확하다. 기업은 이들의 생산성만 극대화하면 된다. 이런 기업에는 수직적 조직문화가 어울린다. 그러나 IT·플랫폼 기업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하다. 기업 자체가 유기적으로 생명체처럼 진화하고 변한다. 틀에 박힌 조직문화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 각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 조직에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어울린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조직문화를 설정할 때도 기업 규모에 따라 얘기가 달라진다. 유 교수는 “직원이 10명인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와 직원이 호형호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다. 그런데 조직 구성원이 1만 명으로 늘고 해외 지사와 계열사·자회사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대표가 1만 명의 직원과 호형호제할 수 있을까. 이때는 대표가 권한을 이양하는 체계가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직문화를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로 나누는 것을 경계했다. 양 교수는​ “조직문화가 상호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정착되고 상호 소통의 통로가 신뢰로 구축돼야 조직원 간의 갈등이 최소화되는 건 맞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업무를 분담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한다. 일의 성격에 따라 평가자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평가와 지시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조직문화를 수직·수평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친구 사이에도 갈등이 있는 법인데 수평적 문화가 답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카카오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네이버·카카오에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사고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지 못해서 발생했을까. 전문가들은 그보다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조직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체계와 시스템 마련에 소극적인 탓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대표는 피자 2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6~7명 규모의 소규모 팀을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피자 두 판의 법칙을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 이 팀들을 관리할 책임자가 필요하고 수직적인 체계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IT 분야는 산업 속성상 역동적이고 수평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관료화로 유지가 힘든 분야다. 하지만 그런 기업도 조직이 커졌다면 얘기가 다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기업이 10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이번 일은 조직은 커진 반면 인사 및 조직 관리 시스템과 제도가 미흡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 한마디로 성장통”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다. 직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와 같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카카오, 네이버 같은 기업은 급성장한 탓에 제도와 시스템 측면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본다. 결국 회사 내에서도 분야마다 수평적, 수직적 문화를 잘 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효상 교수도 “조직 구성원과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그에 따라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직원이 10명일 때의 소통법과 1만 명일 때의 소통법은 다르다. 리더는 조직이 문제없이 잘 돌아갈 시스템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 말로만 ‘나는 유연하고 민주적인 사람이야’라고 하거나, 복장을 자유롭게 하고 호칭을 통일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리더들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직문화는 결국 리더 의지가 중요

 

전문가들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잘 먹고 잘 살려면 리더가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효상 교수가 쓴 ‘리더의 오판’에 따르면 리더의 역할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변화의 속도가 느리거나 일이 획일적인 조직이고 경험이 최고의 무기라면, 리더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명령을 내리면 된다. 이를 의사 결정자(Decision maker)라 칭했다.

 

기업의 리더인 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기존에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지만, 이제는 조직 구성원들이 더 나은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리더가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리더는 직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즉 직원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 아키텍처(System architecture)’가 돼야 한다.

 

유효상 교수는 “기업의 대표가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자 해놓고 자신이나 임원에게는 직급·직책을 붙여 부르게 한다든지, ‘홍길동님 커피 타와’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호칭과 함께 바뀌어야 하는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겉치레에만 신경 쓰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리더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일 효율적으로 구현하면서 구성원들이 편하게 일할 환경을 고민하는 설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마케팅 이론 중에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분수효과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폭포효과라는 게 있다. 조직문화에서 분수효과는 없다. 절대적으로 폭포효과다. 리더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가 쓴 책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에 따르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리더들은 ‘역할 조직’을 택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엔지니어들은 ‘우리’의 프로젝트가 아닌 ‘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일한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유호현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은 직원들이 대표의 비전문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일반적으로 대표의 방향성에 따라 직원들의 전문성을 사용하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직원들이 정확히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목표가 흐릿하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와 가장 큰 차이라고 느낀다. 실리콘밸리는 조직문화가 좋은 게 아니라 직원마다 자신의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이 직원의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할 때 톱다운 방식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업무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리더는 직원에게 ‘이번에 어디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질문해야 한다. 직원 스스로 목표를 정할 필요가 있다. 업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자율성을 부여하고, 보상도 이에 맞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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