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03년 도서정가제 도입 시기 제기됐던 ‘서점의 멸종 위기’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겨우 생존해오던 동네의 작은 중소서점에 이어 대형서점도 존폐 기로에 놓인 시대다. 책에 대한 수요가 줄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서점 업계의 한숨은 끊이지 않는다.
#대형서점도 경영난, ‘반디앤루니스’ 서울문고 부도 처리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가 16일 부도를 냈다. 전날까지 출판사 등에 지급해야 할 약 1억 6000만 원의 어음을 막지 못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서울문고 측과 만나 대금을 받지 못한 출판사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반디앤루니스는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함께 3대 대형서점으로 꼽혔다. 1988년 설립돼 최근까지 전국 8개 지점의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해왔다. 현재 온라인 서점은 서적 구매가 중단된 상태다.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스타시티점, 목동점 등의 직영점은 문을 닫았다. 문래점, 미사점, 당진점, 대구강북점 등의 가맹점은 정상 영업을 진행한다. 반디앤루니스 가맹점 관계자는 “가맹점은 서울문고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이어간다. 고객이 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인 서울문고뿐만 아니라 다른 서점도 경영난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강문고’가 폐업했다. 한강문고는 13년간 운영된 중형 서점으로 동네 주민이 즐겨 찾는 서점으로 꼽혔다. 폐업 당시 서점 입구에는 ‘오랫동안 독자 여러분 곁에 머물고 싶었지만, 시장 변화와 오프라인 독서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게 되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다.
배우 박정민이 운영해 화제가 됐던 서울 마포구의 서점 ‘책과 밤, 낮’도 2년간의 운영을 끝으로 지난 11일 문을 닫았다. 그는 SNS를 통해 “책방 운영에 있어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다”면서 “여러모로 해결책을 모색해보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책 안 읽는 사회’에서 서점 살아남으려면…서점 업계 “출판법 개정 필요”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표한 ‘2020 한국서점편람’ 분석 결과를 보면 전국 서점 수는 2003년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2003년 3589개였던 전국 서점 수는 2019년 1976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곳은 5곳, 서점이 단 한 곳만 남은 곳은 42곳으로 집계됐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서점 업계 역시 상황이 어려워졌다”면서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만큼 책 소비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책 소비 채널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지만, 온라인 도서 판매량도 감소세를 보이긴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2021년 4월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조사 대상 총 23개 항목 중 ‘서적’만이 전년 같은 달 대비 온라인쇼핑액이 감소했다. 지난해 4월 2056억 원 규모였던 서적 온라인 판매량은 올해 4월 1978억 원으로 3.8% 감소했다. 스마트폰, 유튜브 등의 영상 매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책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책 안 읽는 사회’가 되고, 그나마 있는 수요도 온라인 서점 등에 뺏기며 오프라인 서점은 심각한 생존 위기가 놓였다. 2003년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어온 서점 업계에 찾아온 또 한 번 위기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19년 출판시장통계’를 보면 주요 서점 6곳(교보문고, 예스이십사,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인터파크(도서부문), 영풍문고, 서울문고)의 영업이익률은 2.02%로 나타났다. 그중 온라인 전문 3사의 경우 전년 대비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양상을 보였으나,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3사의 경우에는 영업이익률이 1.19%로 전년(1.21%)보다 감소했다.
대형서점의 경우 오프라인 매출이 하락해도 온라인 매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네 중소서점은 상황이 다르다. 서점을 찾는 고객이 없으면 매출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은 다양한 독서문화지원 사업을 통해 서점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심야책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동네 책방의 공간을 문화 활동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도 도입했다.
서점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서점이라면 다양한 문화 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안되는 소규모 서점도 많다”면서 “현실적으로 작은 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 지원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출판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법안에 ‘서점’의 정의가 없다는 것을 언급한다. 서점에 대한 법률적 정의가 없다 보니 작은 서점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 제정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공공도서관, 학교 등의 도서 납품 기회 등을 들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점 업계 관계자는 “도서 납품 시 페이퍼 컴퍼니가 납품 기회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서점이 아닌 곳들이 입찰에 대거 참여해 작은 서점 등은 기회조차 얻지 못할 때도 상당수”라며 “출판법이 개정돼 서점의 명확한 정의가 생기면 지역적으로 ‘서점만 입찰할 수 있다’는 등의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줄어들 수 있다. 작은 서점의 자구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점에 관한 정의, 도서정가제 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11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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