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상표가 등록되기 위해서는 상표의 식별력이 있어야 한다. 식별력이란 제품에 부착된 상표를 통해 타사의 제품과 구별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일반수요자는 자동차에 부착된 제네시스의 마크를 통해 자동차의 출처를 판단할 수 있고, 스마트폰에 새겨진 사과 모양을 통해 애플에서 만든 아이폰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때 제네시스 마크나 사과 모양의 상표는 그 상표가 부착된 제품에 대해 각각 식별력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식별력이 없는 상표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선 상표 그 자체로 식별력이 없을 수 있다. 서울, 부산, 뉴욕 등은 명칭 자체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해 식별력이 없기 때문에 해당 상표만의 등록은 어렵다. K2, SK, LG 등과 같이 영문자 2글자 또는 영문자 1글자 및 숫자 1글자의 조합도 너무 간단해 식별력이 없다.
#수요자 인식에 따라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 가능
다만 이 상표들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할 수 있다.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란 제품에 상표를 부착해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일반 수요자들이 해당 제품에 부착된 상표를 통해 해당 제품의 출처를 알 수 있게 되고, 그런 경우 후발적으로 비로소 식별력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일반수요자가 제품에 새겨진 K2, SK, LG 등의 표장을 보면 바로 해당 제품의 출처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너무 간단해 태초에 등록이 불가한 상표도 널리 사용하면서 식별력을 취득할 수 있고, 이 경우 상표 등록이 가능한 것이다.
한편, 상표의 식별력을 따질 때, 해당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이 고려되는 경우가 있다. 상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상표가 사용될 상품을 지정해 특허청에 신청해야 하는데, 상표와 상품의 관계로 인해 식별력이 부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을 스마트폰에 사용하면 식별력이 존재하지만 사과 또는 사과를 파는 판매업 등에 사용할 경우 식별력이 없게 된다.
TV 등에 대한 QLED 상표도 그렇다. QLED는 양자점(QD, Quantum Dot)이 발광다이오드 (LED)에 결합되어 만들어진 디스플레이 소재로 정의되고 실제로도 그런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QLED는 TV 등에 대해 식별력이 없다. 그동안 이런 QLED 상표를 갖기 위해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노력했다.
먼저 시작한 건 LG전자였다. 2014년 12월 주식회사 LG전자는 TV 등에 대해 QLED 상표권 획득을 위해 특허청에 상표 신청을 했다. LG전자는 심판, 소송까지 다투며 QLED 상표의 식별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특허법원은 TV 등에 사용되는 QLED는 식별력이 없음을 이유로 등록을 불허했다.
#삼성은 ‘QLED’, LG는 ‘QNED’ 상표에 주력
삼성전자 또한 QLED 상표를 등록받기 위한 시도를 여러 번 진행했지만 번번이 식별력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TV 등의 상표로 Micro QLED, QLED 8K, 8K QLED 상표를 출원했지만 모두 식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물론 특허청 입장도 있다. 경쟁사인 LG전자도 QLED 상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QLED 상표를 삼성전자만 쓰도록 허락하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QLED 상표에 삼성을 함께 병기하거나 도형 등을 추가해 등록을 받았지만, 이것은 추가된 삼성이나 도형 등에 의해 식별력을 인정받아 상표등록 된 것이지, QLED의 식별력이 생성되어 상표 등록된 것이 아니다. 즉, LG전자 등의 타사가 TV 등에 대해 QLED를 사용하더라도 제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TV를 포함한 각종 매체, 삼성 관련 직원들의 옷에 새겨진 QLED TV문구,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볼 수 있는 대형 광고판 등에 QLED 광고를 세워 지속적으로 상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후발적으로 식별력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반 수요자에게 삼성전자의 QLED 상표를 계속 노출시킴으로써 TV에 새겨진 QLED 상표를 보면 삼성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다. 상표도 계속해서 출원하고 있다. QLED의 상표가 거절된 이후에도 작년 SAMSUNG QLED+, SAMSUNG QLED Z 상표를 출원했고, 올해 Neo QLED 상표를 추가 출원했다. 이처럼 LG전자는 QLED의 상표 등록을 위한 시도를 멈춘 반면, 삼성은 끊임없이 QLED 상표권의 획득을 시도하고 있다.
LG전자는 QLED보다는 QNED의 상표권 획득으로 전환한 분위기다. 2020년 9월 7일 엘지전자는 TV 등에 대해 QNED 상표를 먼저 출원했고, 이후 9월 25일 삼성디스플레이가 TV 등을 지정상품으로 QNED 상표를 뒤따라 출원하였다. 우리나라는 먼저 출원한 자에게 상표권리를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선출원주의만을 고려한다면 LG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앞서고 있다.
다만 QNED도 QLED와 마찬가지로 식별력의 벽을 넘어서야 선출원주의도 의미가 있게 된다. QNED는 퀀텀을 의미하는 Q(Quantum)와 나노셀(nanocell)을 의미한다는 N, LED의 ED를 조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업계에서 관용적으로 QNED를 사용한다거나, 현실적으로 상술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QNED의 상표는 조어상표로 등록 가능성은 꽤 높다.
현재까지 누구도 QLED 및 QNED의 상표권을 독점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누가 해당 상표권의 주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누구도 갖지 못할 것인지는 ‘상표의 식별력’에 달려있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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