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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 자본 확충 대신 3000억 전환우선주 되사는 까닭

후순위채 발행으로 대체될까 눈길…미래에셋생명 "매년 배당금 150억 절감, 경영 효율화 위해"

2021.06.15(Tue) 18:39:19

[비즈한국] 미래에셋생명이 자사의 전환우선주 3000억 원 규모를 전량 매입한다. 이번 결정으로 자본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 기준이 강화돼 ​다른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9일 재무적 투자자인 특수목적법인(SPC) ‘포트폴리오씨’가 보유하던 자사의 전환우선주 전량을 3018억 원에 매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환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주식이다. 이번에 미래에셋생명이 매입하는 주식은 배당 명목으로 매년 우선배당률 5%가 보장된 전환우선주다.

 

미래에셋생명이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하던 자사의 전환우선주 3000억 원 규모를 매입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결정으로 경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미래에셋생명 사옥. 사진=미래에셋생명 제공

 

2014년 12월 포트폴리오씨가 전환우선주를 취득한 원가는 3560억 원이다. 포트폴리오씨는 이번에 전환우선주를 미래에셋생명에 3000억 원에 넘기고 취득원가에 모자라는 560억 원은 미래에셋캐피탈에서 받기로 했다.

 

포트폴리오씨와 미래에셋캐피탈은 첫 ​계약 당시 ​​이 전환우선주​에 대해 콜옵션과 풋옵션​을 걸었다. 일정 시점에 우선전환주의 가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포트폴리오씨는 ​이 지분을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에셋캐피탈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장 받았고, 미래에셋캐피탈은 일정 시점에 이 지분을 특정 가격에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가졌다. 전환우선주의 가치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일정 가격에 팔고 되살 수 있게 해 전환우선주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완화한 것. 

 

2019년 6월 만기를 2년 연장하면서 미래에셋캐피탈에 부여됐던 콜옵션은 빠지고 우선매수청구권이 부여됐다. 반면 포트폴리오씨의 풋옵션은 유지됐다.​

 

이번에 포트폴리오씨가 전환우선주를 미래에셋캐피탈이 아닌 미래에셋생명에 매각한 것은 미래에셋그룹 차원의 요구였을 가능성이 있다. 포트폴리오씨가 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 앞으로도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굳이 매각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는 말이다. 또 미래에셋캐피탈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가지고 있으므로 미래에셋생명에서 3000억 원을 받고 미래에셋캐피탈에서 560억 원을 받는 식으로 복잡하게 매각할 필요가 없다. 매각 배경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미래에셋생명이 전환우선주를 매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 남는다. 전환우선주를 매입하면 연 5% 배당금 명목으로 나가는 150억 원을 아낄 수 있다. 보통주 배당금과 비교하면 30억~60억 원의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전환우선주 배당률 5%(세후)와 최근 발행한 후순위채권 금리 3.9%를 비교하면 약 84억 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전환우선주 매입에 3000억 원을 지급하면 재무구조가 악화된다. 

 

자본으로 분류되는 전환우선주를 매입하면 회계상 자본은 축소된다. 반면 지분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자본 조달 비용은 부채로 잡힌다. 만약 미래에셋생명이 3000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매입하기 위해 전액 대출을 받는다면 자본 3000억 원이 부채 3000억 원으로 바뀐다.

 

최근 보험업계는 자본 확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를 전액 부채에 포함하고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등 회계기준이 더욱 강화돼서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생명도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Risk Based Capital)은 하향 추세다. 지난 1분기 기준 RBC 비율이 201.8%로 전 분기 대비 22.9%포인트 하락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4월 10년 만기, 이자율 3.9%의 후순위사채 3000억 원을 발행해 자본적정성을 제고했다. 하지만 임시방편 조치로 해석된다.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만기 5년 이후부터는 발행채권의 20%씩 보완자본에서 제외된다. 5년 뒤부터 자본이 급격히 축소되고 조달 비용은 그대로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한 비용절감 목적이 크다. 최근 발행한 후순위 채권 발행과 이번 전환우선주 매입은 별개의 문제다. 또 매년 전환우선주에 들어가는 150억 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 점이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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