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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부장에 고함] '그러라 그래', 남 신경 쓰지 않는 양희은식 위로 화법

타인의 시선은 접어두고 힘들게 살아온 나를 위로하는 '단 한마디'

2021.06.14(Mon) 16:21:08

[비즈한국] 토요일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은 꼭 MBC의 ‘놀면 뭐하니’를 즐겨본다. 주말 저녁에 늘어져서 이만큼 키득거리며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딱히 없어서다. 최근 본방을 챙겨 보니 요즘 ‘놀면 뭐하니’에서는 남성 보컬그룹 만들기 프로젝트인 ‘MSG 워너비’와 JMT(조이 앤 뮤직 테크놀로지)의 면접과정을 그리는 ‘유 본부장’ 시리즈가 동시 방영 중에 있었다.

 

이날 흥미로웠던 방송 부분은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을 통해 두각을 나타낸 개그우먼 이은지가 출연했던 ‘유 본부장’이었다. 90년대 생을 대표한다며 면접에 참여한 이은지의 에너지 넘치는 질문 응대가 참으로 흥미로웠는데, 이날 사소하게 방송내용에 꽂혔던 건 이은지가 읽은 책 내용 때문이었다. 면접관 유재석은 이날 프로그램에서 이은지의 이력서에 쓰여진,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집 ‘그러라 그래’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다.

 

사진=MBC ‘놀면뭐하니’ 화면 캡처

 

“(이 책이) 왜 그렇게 감명 깊었나요?” 라고 묻자, 이은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인생을 길게 살진 않았지만, 살다 보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도 잘 안될 때가 있잖아요. 그렇게 지치고 힘들 때 나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음~, 나 아니래? 그럼 그러라 그래!’” 이은지의 말을 다시 받은 유재석은 “나 스스로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자신에게 위로하는 주문 같이 해주는 말인가요?”라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말한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위로가 된다는 책의 제목에 이상하게 홀렸다. ‘그러라 그래’. 뭔가 온화한 표현 같지만, 상대를 향한 냉소도 살짝 느껴지고, 동시에 나를 둘러싼 모든 욕망을 체념하는 듯한. 그 말이 계속 귓가를 서성거렸다. 결국, 궁금함에 사로 잡혀, 양희은의 책 ‘그러라 그래’를 찾아보게 됐다. 찾아보니 양희은은 책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와 다른 시선이나 기준에 대해서도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러라 그래’, 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같은 노래에도 관객의 평이 모두 다르듯 정답이랄 게 없었다. 그러니 남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살기로 했다”

 

사진=김영사 유튜브 캡처

 

더 나아가 책 밖에서 가수 양희은은 이 책 출간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라 그래’라는 마음은 수없이 흔들리고 넘어진 뒤, 갖게 되는 초연함 같은 거다. 나를 ‘그러라 그래’라고 말하게 만든 당신이 어떻게 살든 그건 당신 몫이니까, 당신이 살아온 만큼이니까.” ‘그러라 그래’란다. 타인에 대한 냉소를 넘어선, 그렇다고 자기연민도 아닌, 참으로 깔끔하다 못해 산뜻한 자기 위로의 주문이다.

 

양희은의 책도, 인터뷰도 다 챙겨보고 나니, 주술 제목처럼 시작된 ‘그러라 그래’는 타인의 시선일랑 그만 접어두고, 내 마음을 쓰다듬을 때 쓰면 되는 말이었구나 싶었다. 멋지게 늙어가는 데뷔 51년차 가수의 더할 나위 없는 참 혜안이 따로 없는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포함해, 지금 누군가의 시선과 평가 때문에 인생이 꽤 버겁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위로 같은 주문을 마구 외쳐보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말에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면, 원치 않는 타인의 평가에 숱하게 마음의 빗장이 흔들리고 엉망이 되었다면, 혹은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은 이가 더 이상 설득의 여지가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면.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 되뇌어 입 밖으로 외쳐봐라. “그러라 그래~!” 이 기막히게 명징한 멋진 주문이 당신을 고통에서 구원할 것이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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