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베이 인수전이 롯데와 신세계의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15일 열리는 이베이의 연례 주주총회 이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최종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성공하면 단숨에 업계 1위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맞붙는다. 롯데는 단독으로, 신세계는 네이버와 손잡고 이베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 원을 기록했다. 네이버(27조 원), 쿠팡(22조 원)에 이은 이커머스 업계 3위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기업은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기회를 얻게 된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베이 인수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며 서로를 견제해왔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3월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건은 관심을 두고 진행하는 중이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말하겠지만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 날 강희석 이마트 대표 역시 주주총회를 통해 “경쟁사 주주총회에서 상당한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우리도 진지하게 인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대응했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온·오프라인을 합쳐 유통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신세계의 경우 부족했던 온라인 부문을 강화할 수 있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로 인해 온라인 부문에서의 성장 가능성은 롯데보다 더욱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기업이 인수하게 되든, 인수하지 못한 기업과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두 유통 공룡이 인수전에 올인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롯데가 5%, 신세계가 3%로 나타날 정도로 두 기업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항하기는 어렵다”며 “온라인 시장에서의 위기 의식으로 인해 두 기업 모두 절박한 상태다. 신세계는 네이버와 제휴를 맺었지만 그마저도 없는 롯데는 더욱 경쟁력이 약하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이라는 한계성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코로나19 이후 신선식품, 새벽배송 등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 영업이익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아 상당수의 기업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관심을 가져왔다.
롯데, 신세계 중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올리며 업계 1위로 안착할 수 있고, 안정적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익성 교수는 “이베이코리아는 일단 시장 점유율이 높고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상태다. 여기에 오픈마켓을 운영해온 경험과 노하우가 많다”며 “오픈마켓은 중소협력업체, 소비자 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갈린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와 관련된 노하우가 많아 인수하는 기업이 벤치마킹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몸값 5조 원은 비싸…이베이코리아 3조 원에 매각할까
핵심은 인수 금액이다.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금액을 5조 원 규모로 잡았다. 하지만 롯데, 신세계 모두 그보다 다소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입찰가를 3조~4조 원대로 예상한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 환경이 좋지 않고, 추가적인 투자금액 등을 고려하면 5조 원은 비싸다는 의견이다.
김익성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커머스 관련 규제 대안이 나올 것이고, 유통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도 상당하다”며 “이커머스 산업은 계속해서 설비, 배송자 처우 등에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봤다.
‘쿠팡 효과’가 끝났다는 지적도 있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으로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기록할 때만 해도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금액 5조 원이 저렴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쿠팡의 기업 가치를 30조 원 수준으로 보고 있어 이베이코리아 인수금액 5조 원이 비싸 보이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롯데가 최근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맡았던 나영호 부사장을 e커머스 부문장으로 영입한 만큼 인수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보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출신 부사장을 데려온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며 “이베이코리아와 정보를 교환하며 적정 가격을 맞출 것이란 예상이다. 내부 소통이나 전략적 측면에서 인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온라인 시장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연승 교수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쟁사인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신세계의 경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굉장히 많은 고객 DB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대한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온라인 시장의 독과점이 될 수 있어 각종 규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가 가진 글로벌 브랜드 지위가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김익성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로 온라인 사업이 주목을 받게 됐지만 그 전까지 오프라인에서 롯데는 세계적인 위상, 지위를 갖고 있었다”면서 “면세점 등 글로벌 유통산업에서 인지도가 높은데 이렇게 쌓아온 걸 허무하게 날려버리면 산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롯데가 전략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아마존이나 해외 글로벌 유통산업 등이 한국에 진출을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저지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전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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