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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2030년 '불지옥' 금성 탐사에 다시 도전한다!

NASA, 오랫동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금성에 새로운 착륙선 탐사 계획 발표

2021.06.14(Mon) 12:06:46

[비즈한국] 지난 6월 2일 NASA는 다음 10년간 진행할 새로운 태양계 탐사 계획 다빈치 플러스(DAVINCI+)를 발표했다. NASA가 발표한 이 미션의 행선지는 화성도, 명왕성도 아닌 금성이다. 

 

사실 금성은 오랫동안 제대로 된 탐사를 하지 못했다. 너무나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로 인해 금성 표면의 대기압은 지구의 100배나 된다. 게다가 이 두꺼운 대기로 인한 극악의 온실 효과로 금성 표면은 500도에 가까운 뜨거운 온도로 펄펄 끓고 있다. 그래서 태양에 더 가까운 첫 번째 행성 수성보다 금성이 훨씬 뜨겁다. 겉으로 보기엔 뽀얀 피부를 가진 밝게 빛나는 아름다운 행성 같지만 실상은 태양계에서 가장 끔찍한 불지옥 행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끔찍한 환경에선 로봇 탐사선도 버티기 어렵다. 

 

두꺼운 대기에 감춰진 금성의 민낯을 보기 위해 실제로 그 속으로 탐사선을 보내 착륙을 시도한 적이 있다. 1982년 소련의 탐사선 베네라(Venera)호는 금성의 짙은 대기 속으로 들어가 고온 고압의 불지옥 표면에 안착했다. 하지만 로봇 탐사선도 그 혹독한 환경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57분 후 신호가 끊어졌다. 

 

착륙선은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주변 지역의 사진을 보내어 짙은 구름 속에 감춰져 있던 금성 표면의 모습을 어렴풋하게 전해주었다. 이때 찍은 단 한 장의 파노라마 사진이 지금까지 인류가 실제 금성 표면에서 촬영한 유일한 인증샷이다. 하지만 베네라호는 바퀴가 없는 설계 구조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보내온 금성의 정보는 매우 부족했다. 

 

소련의 베네라 착륙선이 잠시 포착한 금성 표면의 실제 모슴. 사진=Planetary society


결국 소련의 연이은 금성 착륙 시도를 통해 금성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본 천문학자들은 그 이후로는 금성에 착륙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대신 금성 주변을 맴돌거나 금성 곁을 스쳐지나가는 형태의 탐사선만 보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NASA는 갑자기 금성에 새로운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세운 걸까? 어떻게 금성의 짙은 구름 속으로 로봇을 보내겠다는 걸까? 

 

NASA는 최근 새로운 금성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과연 금성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금성은 인류의 도전을 허락해줄까?

 

#로봇도 버티지 못하는 불지옥 금성 

 

베네라 이후 천문학자들은 작전을 바꿔 직접 불지옥의 구름 아래로 들어가지 않고 그 위에서 간접적으로 표면을 촬영하는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구름을 투시해서 그 아래 숨어 있는 지형을 파악하는 레이더 관측을 하는 것이다. 이후 1990년 금성 궤도선 마젤란(Magellan)호를 보내어 금성 주변을 맴돌면서 레이더 지도를 완성했고, 그 표면에 숨어 있던 역동적인 금성의 역사를 발굴할 수 있었다.

 

마젤란 탐사선의 레이더 관측으로 완성한 구름 속 금성 표면의 고저 분포 지도. 고도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표현했다. 이미지=NASA/JPL-Caltech


레이더 관측을 통해 베일이 벗겨진 금성 표면에서는 꽤 많은 수의 운석 크레이터들이 발견되었다. 아직 풍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운석 구덩이들의 흔적은 그 지형이 상대적으로 어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태양계 형성 모델에 따르면 금성은 지구와 비슷한 시기인 약 46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젤란의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파악된 크레이터들의 생성시기는 약 5억 년 전후로, 최소한 그 이전에 금성의 표면을 매끈하게 한 번 싹쓸이해서 새롭게 표면을 다져주는 작용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넓은 지역의 표면을 새롭게 덮어 다져줄 수 있는 작용이라면, 마그마로 표면을 덮어주는 화산활동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최근 금성의 표면에서 아직까지 왕성하게 변화하고 있는 마그마의 화산활동 증거를 포착했다.

 

2006년부터 금성 곁을 맴돌던 ESA의 비너스 익스프레스(Venus Express) 탐사선은 레이더로 금성 표면의 적외선 열영상 지도를 그렸다. 특히 탐사 기간 초반에 금성의 상층 대기에서 높은 이산화황 성분을 검출했는데, 이는 지구의 화산활동에서 자주 검출되는 성분으로 금성에서 화산활동이 비교적 최근까지 일어났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된다. 이후 2008년에서 2015년까지 탐사 미션을 진행하는 동안 탐사선은 금성의 두 화산인 오자산(Ozza Mons)과 마트산(Maat Mons) 사이의 지각이 갈라진 틈인 가니키 카스마(Ganiki Chasma) 단층대 주변에서 온도가 아주 높은 열점(Hot spot) 네 곳을 발견했다. 

 

다른 지각에 비해서 더 많은 열을 방출하는 열점은 바로 아래 뜨거운 마그마가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지구에서는 태평양 한가운데 아직도 활발하게 화산활동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작은 화산섬들을 줄지어 만들어내고 있는 하와이를 열점 활동의 예로 들 수 있다. 게다가 적외선 열영상으로 확인한 마그마의 분포는 매일매일 변화하며 그 온도가 계속 오르내린다. 비너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발견한, 아직도 왕성하게 변화하고 활동하는 금성 표면은 바로 아래에서 벌어지는 화산활동의 확실한 증거다. 금성은 단순히 두꺼운 이산화탄소로 뒤덮인 채 온실가스로 달궈진 정도가 아니다. 그 자체가 펄펄 끓는 용광로, 화산 행성이다.

 

금성 표면에서 발견된 크레이터. 사진=NASA/JPL-Caltech


금성에 있는 이둔산(Idunn Mons) 주변 열영상 관측 결과. 산 가운데를 중심으로 뜨거운 마그마 활동이 집중되어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ESA

 

이처럼 뜨거운 금성의 지표면에서는 말 그대로 용광로처럼 철과 금속 성분이 증발해서 대기로 올라갈 수 있는 충분한 열이 제공된다. 지구는 바닷물 표면이 증발해 수증기가 되어서 하늘로 올라가고, 그 수증기들이 응결해 구름이 되었다가 다시 비나 눈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이 금성에서도 땅과 하늘을 오고 가는 대기의 순환 시스템이 존재한다. 다만 금성의 경우 그 주인공이 물과 수증기가 아니라 펄펄 끓어오르는 금속, 바로 철 성분이라는 점이 다르다. 

 

뜨거운 지표면에서 승화한 금속 성분은 상층 대기로 올라가면 구름이 응결하듯 무거운 덩어리로 응축된다. 높은 하늘에서 무거워진 금속 성분은 마치 눈처럼 금성의 지표면으로 다시 떨어진다. 금성에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는 높이 11km의 맥스웰산(Maxwell Mons)이다. 지구에서 제일 높은 8km의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높다. 금성의 높게 솟은 산꼭대기는 낮은 지표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기 때문에 다시 금속 성분이 승화하지 않고 그 꼭대기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지구에서 높은 설산 지대에 만년설이 하얗게 쌓이듯이, 금성의 화산 꼭대기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철눈이 소복하게 쌓여서 ‘만년철’을 이룬다. 지표면의 뜨거운 용암과 열에 의해 승화한 금속 성분은 금성의 두꺼운 대기 속 구름을 이루고, 다시 시간이 지나서 응축되어 산꼭대기나 지표면으로 눈이 되어 떨어진다. 땅에서는 마그마가 분출되고 하늘에서는 뜨거운 철눈이 떨어지는 곳, 겉보기와 다르게 정말 금성은 지옥이 따로 없다. 

 

금성에서 가장 높은 맥스웰산을 레이더로 관측한 이미지. 사진=Smithsonian Institution

 

#금성의 구름 속을 탐사하게 될 ‘잠수정’ 로봇 

 

이런 끔찍한 환경 탓에 기존의 금성 탐사 시도는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너무 강한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탐사 로봇이 모두 파괴되거나 교신이 곧바로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NASA에서 새롭게 발표한 금성 탐사선 다빈치 플러스는 금성의 강력한 대기압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심해를 탐사하는 잠수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동그란 금속공 모양의 다빈치 플러스는 금성의 막강한 대기압과 온도에서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금성의 극한 환경 때문에 화성 로버들과 달리 바퀴가 달려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태의 탐사선은 아니다. 그 대신 낙하산을 펼치고 금성의 상층 대기로 진입해 서서히 하강하면서 금성 표면에 안착할 예정이다. 앞서 토성의 위성 타이탄 표면에 안착한 하위헌스 착륙선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러한 탐사를 통해 강하 과정에서 고도에 따른 금성 대기의 화학 조성 변화, 온도의 변화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다빈치 플러스(DAVINCI+) 탐사선의 콘셉트 디자인. 이미지=NASA


특히 최근 금성의 대기에서 생명 활동의 징후로 추정되는 ‘바이오마커’ 포스핀이라는 분자가 검출되면서 높은 밀도의 금성 대기에서 둥둥 떠서 살아가는 부유 생명체들의 존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어쩌면 다빈치가 금성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최초로 금성의 하늘에 떠다니는 외계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해줄지도 모른다! 

 

또 다빈치는 점점 금성 표면에 접근하면서 짙은 구름 속에 감춰져 있던 금성 표면의 지질학적 특징을 세밀한 사진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특히 금성도 최근까지 지구처럼 대륙판이 움직이면서 활발한 지질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성의 지질 활동은 지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무엇이 지구와 금성의 운명을 극단적으로 갈라놓았는지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NASA는 2030년경 새로운 금성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화성 못지않게 지구에서 가까운 태양계 행성이지만 화성에 비해서 제대로 된 탐사가 거의 진행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금성. 인류는 수십 년간 미뤄두었던 금성 탐사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소련의 베네라가 보내온 단 한 장의 마지막 인증샷 너머 더 자세한 금성 표면의 실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곧 마주하게 될 진정한 금성의 민낯이 너무나 궁금하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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