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올해 4%대 경제성장률을 자신하면서 “기업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규제 개혁이 더디게 이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악재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만약을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는 상황이 더욱 심해졌다.
우리나라 민간의 지난해 총저축률은 사상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최근 기업들이 정부가 추진한 한·미 정상회담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해 국내 투자 여력이 더욱 줄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며 “적극적 확장 재정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고, 방역 안정에 맞추어 과감한 소비 진작책과 내수 부양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제적인 기업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투자를 위한 지원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심각한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저축률(국민총처분가능소득액 대비 총저축액 비율)은 지난해 35.9%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총저축률 34.7%에 비해 1.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총저축률 상승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0.6% 증가한 데 반해 소비지출이 1.4% 줄어든 때문이다.
문제는 민간 총저축률이 역대 최고치까지 급등하고, 정부 총저축률은 역대 최저치까지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민간 총저축률은 2019년(27.7%)에 비해 4.3%포인트 뛴 32.1%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나온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민간 총저축률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29.2%에서 2018년 27.8%, 2019년 27.7%로 소폭 하락하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서며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 미비, 갈지(之)자 부동산 및 세제 정책, 코로나19 뒷북대응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보다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총 상위 50대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2020년 말 현재 29조 5657억 원으로 30조 원에 육박했다. 이는 2019년 27조 8497억 원에 비해 6.2% 늘어난 것이다. 50대 기업 중에서 30개 기업이 사내 유보금을 늘렸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은 2019년 말 86조 2600억 원에서 2020년 말 96조 3286억 원으로 1년 사이 10조 686억 원 늘었다.
SK하이닉스는 4조40억 원(42조 4063억 원→46조 4103억 원), LG전자는 2조 2501억 원(6조 5326억 원→8조 7827억 원), LG는 1조 831억 원(15조 6993억 원→16조 7824억 원) 늘었다. 우리나라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사내유보금도 2019년 말 5조 6899억 원에서 2020년 말 6조 6326억 원으로 1년 사이 9427억 원 증가했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자 정부가 대신 곳간문을 열고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지난해 정부 총저축률은 3.9%로 관련 통계가 나온 2010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부 총저축률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7.8%에서 2018년 8.2%로 증가했으나 2019년 6.9%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4% 밑으로 하락했다. 2년 사이 정부 총저축률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이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지원하기보다 재정 지출을 대폭 늘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예산은 급격히 늘어나 올해는 558조 원까지 증가했다. 정부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던 2017년 400.7조 원이었으나 매해 6% 이상 늘어나면서 2020년(512.3조 원)에 50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전년 대비 8.9% 증액됐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 추가경정예산이 8번이나 편성되는 등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국가 부채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국가 부채(1985조 원)가 국내총생산(GDP·1924조 원)을 넘어섰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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