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배달 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경쟁이 치열하다. 2010년 국내 최초 배달 앱으로 출발한 ‘배달통’이 6월 24일 서비스를 종료하고, 배달 앱 2위 ‘요기요’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을 결정해 현재 새 주인을 기다리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경쟁자들이 사라진 배달 시장에서 배민의 독주가 예상됐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무섭게 성장하며 배민의 뒤를 쫓고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 vs 고속 성장 ‘쿠팡이츠’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 월간 사용자 수(MAU)는 약 1963만 명, 쿠팡이츠는 527만 명으로 집계됐다. 사용자 숫자만 두고 보면 배민과 쿠팡이츠의 격차는 아직 크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쿠팡이츠의 월간 사용자 숫자는 지난 3월 약 470만 명과 비교해 12%가량 증가했다. 총 설치기기 수도 3월에는 약 728만 대였던 것이 5월에는 839만 대로 약 15% 증가율을 보였다.
쿠팡이츠가 배민의 라이벌로 성장할 수 있던 무기는 ‘단건배달’이다. 단건배달은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 완료하는 시스템으로, 배달기사가 주문한 음식을 받아 곧바로 고객에게 가기 때문에 빠르게 음식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 명의 배달기사가 여러 개의 주문을 한꺼번에 받아 배달을 출발하는 기존 묶음배달 시스템의 단점을 개선한 서비스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말부터 선보인 광고에서 ‘다들 돌았어’라는 표현을 반복하는 등 묶음배달을 비판하며 단건배달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성장세에 배민도 긴장한 눈치다. 지난 8일부터 ‘배민1’이라는 이름의 단건배달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쿠팡이츠처럼 라이더가 한 건의 배달만 담당하게 된다. 서울 송파구를 중심으로 시작했으며 올 하반기 수도권 및 전국 주요 광역시로 확대 예정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1 도입과 함께 대대적인 앱 개편도 진행한다. 앱 화면을 개편하고 나면 다양한 메뉴를 고르고 싶은 경우는 ‘배달’, 단건으로 빠르게 배달 오는 것이 필요한 경우는 ‘배민1’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소비자도 식당도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라며 “푸드 관련 슈퍼앱으로 진화함으로써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쪽으로 경쟁력 강화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앱 화면을 개편해 배민1을 전면에 내세웠고, 5월 중순부터 시작한 입점 영업에서는 약 45일 만에 4만여 곳의 식당을 입점시켰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단건배달에 대한 고객 호응이 높은 만큼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배민1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며 “배민 광고가입센터로 최근 들어오는 문의 및 신청의 50% 이상이 배민1 관련 전화일 정도”라고 말했다.
#높아진 배달비+수수료에 자영업자 한숨 늘어
쿠팡이츠와 배민1 모두 배달비는 6000원으로 책정됐다. 현재는 프로모션 기간으로 1000원이 할인된 5000원을 받는다. 배달비 5000원은 자영업자와 고객이 부담하는 금액이다. 자영업자가 2000원을 내면 고객에게는 나머지 3000원이 배달비로 공지된다. 배달비가 무료인 곳은 자영업자가 배달비를 모두 부담하는 곳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배달료가 오른다고 해서 고객에게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달비가 높을 경우 고객이 외면해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일부 가게는 배달비를 적게 받는 대신 음식 가격을 기존 배달 서비스(묶음배달)보다 비싸게 받기도 한다.
여기에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진다. 현재는 프로모션 기간이라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지급하지만 프로모션이 종료되면 12~15%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쿠팡이츠는 최근 프로모션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통보했으나, 배민1 출시 등을 염두에 둔 탓인지 프로모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수수료와 배달비 상승은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에 대한 관리까지 책임지는 ‘OD(Owned Delivery, 자체 배달) 모델’은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배달 품질이 서비스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품질을 향상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높아진 배달비와 수수료 등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영업자는 “음식은 이미 준비 완료돼 쌓여 있는데 라이더가 오지 않는다”며 “높은 배달비, 수수료를 내면서 단건배달을 하는데도 라이더가 오지 않아 배달이 늦어지면 손님에게 악평을 받는다. 단건배달의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단건배달 성공 여부는 ‘라이더 확보’에 달렸다. 묶음배달보다 신속한 라이더 공급이 필요한 만큼 업계에서는 라이더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그 사이 라이더 몸값은 자연스레 상승 중이다.
쿠팡이츠는 이달부터 라이더에게 등급을 부여하는 ‘리워드’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라이더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리워드 제도는 전월 배달 건수에 따라 배달기사에게 마스터(200건)·에픽(300건)·레전드(500건)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등급에 따라 배달비는 5900원(마스터)부터 6500원(레전드)으로 달라진다. 레전드 등급 라이더의 경우 건당 배달료가 평균 6500원으로 책정돼 월 500건 배달을 하면 최소 325만 원 수준의 임금이 보장된다. 쿠팡 측은 리워드 제도 혜택을 받는 기사 규모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다.
배민1은 라이더들이 안전히 일할 권리와 배송 환경, 배송 조건, 복지 강화를 통한 라이더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협약을 맺는 등 라이더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아한 라이더 살핌기금’ 등을 도입해 배달 중 교통사고 상해를 입은 라이더에게 긴급 의료비, 생계비 등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시장에서 라이더 수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쿠팡이츠, 배민 등이 라이더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들이 프로모션이나 리워드, 처우 개선 등을 고려하면서 업체를 옮기는 등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쟁 업체들이 라이더 확보 때문에 긴장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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