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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세상은 애플 운영체제를 어떻게 바꿔 놓았나

온라인 WWDC2021 통해 OS 업데이트 상세 공개…기기간 통합 및 비대면 편의성에 초점

2021.06.08(Tue) 16:06:35

[비즈한국] 지난 6월 8일 새벽 2021년의 애플 개발자 컨퍼런스 WWDC가 열렸다. 애플 생태계에 앱과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부터, 팬들까지 1년을 기다려 온 이 행사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행사의 시작과 함께 앞으로의 1년을 준비하는 키노트는 소프트웨어에 집중됐다. 애초 여러 가지 소문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새로운 프로세서, 혹은 그 새 프로세서를 이용한 하드웨어가 발표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키노트는 온전히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 WWDC에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애플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온라인으로 WWDC를 개최했다. 사진=애플 제공


#iOS15

애플의 WWDC 키노트는 보통 4개의 주제로 이뤄진다. 시작은 tvOS와 워치OS가 맡고, 그 뒤를 이어 iOS/iPadOS와 맥OS를 통해 분위기를 올려간다. 하지만 이번 WWDC21의 첫 발표는 iOS15였다.

애플은 페이스타임을 싹 바꾸었다. 아무래도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원격으로 바뀌었고, 애플은 그 물리적 공백을 좁힐 수 있는 방법으로 페이스타임을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iOS15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 소리에 대한 부분을 가다듬었다. 페이스타임 영상 통화 중에 주변의 소음이 대화를 방해하는 상황에서 딥러닝 기술로 목소리와 소음을 구분해 낸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 음악처럼 주변의 소리를 함께 잘 담아서 전송하는 오디오 기술도 더했다. 페이스타임의 중요한 요소는 카메라인데, 사진에 더해졌던 전면 카메라의 인물사진 모드를 페이스타임에 적용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사람을 구분해 배경을 흐리게 해 주는 기능이다.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등 애플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늘 다른 기기와 연결하는 것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애플은 제한적으로 페이스타임을 개방한다. 애플 기기 이용자는 영상 통화에 접속할 수 있는 ‘페이스타임 링크’를 만들 수 있고 이 링크를 통해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웹 브라우저를 통해 페이스타임 대화에 접속할 수 있다. 사실상 줌이나 팀즈 등을 통해서 이뤄지는 원격 미팅의 많은 부분을 끌어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애플 제공


하지만 애플은 페이스타임을 아직 업무용으로 보지는 않는 듯하다. 페이스타임의 하이라이트는 ‘쉐어 플레이’인데, 이는 애플 기기에서 소비되는 콘텐츠를 페이스타임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친구들 여럿이 모여서 같은 영화를 동시에 재생하고, 화면 한쪽에 작은 창으로 페이스타임을 이어갈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함께 떠들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기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애플TV, 디즈니플러스, 훌루 등 영상 뿐 아니라 애플뮤직의 음악이나 웹페이지도 포함된다. 또한 애플TV로 전송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은 쉐어플레이 API로 제공되기 때문에 어떤 앱에도 연결할 수 있다. 게임 등 조금 더 인터랙티브한 콘텐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는 콘텐츠 공유의 역할이 더 커졌다. 뉴스나 영상, 사진, 음악, 웹페이지 등 많은 정보가 메시지를 통해 공유되고, 유통된다. 그 콘텐츠들은 바로바로 소비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시간을 두고 나중에 열어보는 것들도 많다. iOS15의 메시지 앱은 공유된 콘텐츠들을 따로 모아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한참 뒤에 열어보더라도 메시지를 보낸 사람에게 바로 피드백을 보낼 수도 있다.

이 역시 페이스타임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콘텐츠를 중심에 두고 소통이 이어져 가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 더해진 집중 모드(포커스 모드)는 디지털 웰빙과 이어지는 기능이다. 이전까지는 집중을 위해서 아이폰의 알림 메시지를 모두 끄는 ‘방해 금지 모드’와 밤에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수면 모드’로 나뉘었는데, 이를 포함하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집중 모드가 등장했다.

사진=아이폰 화면 캡처


집중 모드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방해금지 모드와 수면 모드 외에 업무와 개인 모드를 더한다. 일할 때 집중을 해치는 앱과 서비스, 알림, 메시지 등을 차단하고, 사적인 연락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집에서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업무 관련된 앱과 알림을 막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필요에 따라서 새로 만들 수도 있다.

사파리 웹 브라우저는 디자인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겼다. 아이패드와 맥의 사파리도 달라졌는데, 아이폰용 사파리는 그동안의 UX를 완전히 버리고 모든 메뉴를 하단으로 몰았다. 콘텐츠를 가리는 막대 대신 콘텐츠 위에 떠 있는 버블 모양의 UI 필드에 주소 입력창부터 즐겨찾기, 공유, 읽기 도구 등의 모든 기능을 다 넣었다. 또한 이 버블을 옆으로 밀면 다른 탭으로 넘어가고, 맥에서만 쓸 수 있었던 사파리의 웹 확장 기능도 쓸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지도, 지갑, 날씨 등의 앱이 개선됐다. 미국에서는 지갑에 신분증을 넣을 수 있게 되는 등 새로운 기능이 더해진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기능의 변화보다는 iOS7과 함께 디자인을 바꾸었던 앱들을 조금 더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iOS를 비롯해 애플은 이번 WWDC에서 ‘온 디바이스 인텔리전스’, 즉 `기기 내 인공지능’을 강조했다.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들은 처리량이 많으므로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애플은 기존에도 개개인의 기기 활용에 대한 분석이나 개인정보와 관련된 것들은 내부 프로세서로 처리했는데, 이번에는 이를 더 넓혔다.

예를 들면 시리는 데이터의 검색이 필요하지 않은 기기 제어를 오프라인에서도 작동하도록 기기 내부에 인공지능 모델을 심었다. 비행기 모드에서도 작동될 뿐 아니라 전송 과정이 없으므로 처리 속도도 빠르다. 또한 사진이나 이미지 속에 담긴 글자를 텍스트 정보처럼 복사하고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더해졌는데, 이 역시 오프라인으로 기기에서 처리된다. 개인정보 때문이다. 구글도 안드로이드에 비슷한 기능들을 오프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모델을 넣고 있는데, 단순히 누가 누구를 따라 한다기보다 기기의 발전과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iOS의 변화는 초기와 달리 운영체제 전반을 뒤집는 변화는 없다. iOS 자체가 기본적인 운영체제의 역할은 다져졌고, 이제는 각 상황에 맞는 기능들을 더하고 전반적인 운영체제 경험 통합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작은 화면 속 UX의 크고 작은 개선은 이번에도 이어졌고, 더 쓰기 편한 운영체제에 대한 수요를 맞춰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이패드OS

아이패드의 운영체제가 iOS에서 iPadOS로 분리된 지도 이제 딱 2년이 됐다. 맥OS는 지난해 빅 서를 계기로 아이패드의 환경을 더 끌어안기 시작했다. 맥과 아이패드는 각자의 특성은 명확하지만, 기능적인 부분, 그리고 콘텐츠와 서비스를 다루는 연결성에 대해서는 더 긴밀해졌다.

아이패드의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위젯이다. 이전까지 아이패드는 화면 맨 왼쪽에 제한적으로 위젯이 실렸다. 아이폰의 iOS는 지난해부터 바탕화면에 적극적으로 위젯을 만들어 놓을 수 있게 됐고, 또 수많은 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앱 보관함을 추가했다. 하지만 아이패드에는 적용되지 않았는데, iPadOS15부터 이 두 가지를 쓸 수 있게 됐다.

아이패드의 위젯은 아이폰의 그것과 비슷하게 배치할 수도 있지만, 화면의 특성을 살려서 더 큰 위젯도 만들 수 있게 했다. 애플은 이 위젯을 바탕으로 앱 페이지에 주제를 정해서 필요에 따라 넘겨보는 시연을 했는데, 단순히 아이콘만으로 정렬하는 것보다 더 직관적이고, 접근성도 좋다. 지난해 아이폰과 동시에 발표되지 않았던 부분이 좀 의아했는데 조금 늦었지만, 아이패드에서도 된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애플 제공


멀티 태스킹은 iPadOS가 오랫동안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다. 아이패드의 성능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고, 화면의 크기와 해상도도 커지고 있다.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점점 전통적인 컴퓨터의 영역으로 서서히 자리를 넓혀 오고 있기 때문에 멀티 태스킹 작업이 더욱 강화됐다.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가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는 학생들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애플 생태계에서 쓰는 스위프트 개발 환경을 익숙하게 해 주는 교육용 앱의 개념에 가까웠는데, 이를 통해서 직접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작동하는 앱을 만들고 앱스토어에 올릴 수도 있다. 애플의 개발 도구인 X코드의 전부를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아이패드로 직접 앱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의 첫발을 떼었다고 볼 수 있다.

#맥OS

새 맥OS의 이름은 몬터레이(Monterey)다. 캘리포니아의 항구 도시 이름이다. 숫자 버전은 맥OS12다. 맥OS X이 10.X 이후로 이어가던 것에 비해 지난해 맥OS 11, ’빅 서’ 이후에는 매년 숫자를 하나씩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맥OS는 지속해서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기능들을 흡수하고, 또 유연한 연결이 되도록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페이스타임의 기능들, 쉐어 플레이, 집중 모드 등이 맥OS에도 그대로 더해진다.

사진=애플 제공


맥OS의 사파리도 아이폰처럼 개선됐다. 화면을 조금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탭 바 주변의 메뉴가 바뀌었고, 필요에 따라서 열려 있는 탭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 주제별로 묶어서 저장하고 다른 기기에서 열어보는 것도 된다.

맥OS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기 간 연속성이다. 맥과 다른 기기 간의 경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맥 옆에 아이패드를 두면, 따로 연결하지 않아도 마우스 커서를 화면 밖, 아이패드 쪽으로 밀면 아이패드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키보드 입력도 된다. 아이패드뿐 아니라 아이클라우드로 연결된 다른 맥도 제어할 수 있다. 애플은 시연을 통해 맥 2대, 아이패드 1대를 연결해서 제어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제어가 아니라 실제 파일이나 작업 내용을 끌어올 수 있을 만큼 유연하고, 강력한 공유 기능을 보여준다. 애플이 기기를 통합하는 과정은 이렇게 각 기기의 특성을 살리면서 더 편하게 연결하는 데에 있다. M1 칩 이후로도 계속해서 제기되는 맥과 아이패드의 통합은 OS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연결성이 좋아지는 쪽에 가깝다.

새 운영체제의 개발자용 베타 버전은 오늘부터 배포를 시작했고, 일반 이용자들이 쓸 수 있는 퍼블릭 베타 버전은 7월부터 내려받을 수 있다. 출시는 여느 때처럼 가을로 예고됐고, 큰 이변이 없다면 9월경 새 아이폰과 함께 일반 배포가 시작된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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