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기도 안산과 시흥 일대에 ‘누구나집’ 시범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누구나집은 집값의 10%만 내면 거주할 수 있고, 10년 후에는 최초 공급가에 매매도 가능한 ‘혁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누구나집을 3기 신도시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지 확보 어려움, 건설사 참여 떨어지는 문제점
‘누구나집’ 프로젝트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 재직 시절 도입한 주택공급 정책이다.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이 집값의 6~20%를 내면 거주권을 갖게 된다. 10년 후에는 최초 공급가격에 주택을 분양받고, 시세차익은 사업시행자와 공유하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다.
입주자가 낸 6~20% 금액 외에는 특수목적법인(SPC)에서 장기 모기지론으로 50%를 빌리고, 나머지는 ‘누구나 주택보증’을 통해 빌려 충당한다. 누구나 주택보증은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1등급 이자를 적용한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1일 부동산특위 ‘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6%만 내면 나머지 94%는 빚내라는 소리냐는 지적이 있지만 50%는 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포함되지 않고, 나머지는 ‘누구나 보증’을 통해 신용등급 차별 없이 3% 이하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실제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무주택자에게 매력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한계점도 많다. 일반 분양의 경우 건설사가 2~3년이면 자금 회수가 가능한 데 비해 누구나집은 10년에 걸쳐 수익을 환수하게 된다는 위험성이 있다. 건설사의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시세차익을 사업자와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누구나집 이전 버전만 살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3곳 중 2곳이 사업 중단, 분양자들 허탈
송영길 대표는 인천시장 시절인 2014년 누구나집의 가장 초기 모델인 누구나집 1.0을 인천 남구 도화동에서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분양·임대주택 복합형 사업모델로 인천도시공사와 서희건설이 손잡고 ‘누구나집’ 도화 서희스타힐스(총 520가구) 아파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2014년 5월 일반분양 청약신청을 받았지만 520가구 모집에 신청 가구 수는 2가구에 그쳤다. 분양가가 다소 비싸고, 입지도 좋지 않았던 것이 참패 요인으로 꼽혔다. 인천도시공사는 5월 26일 다시 임대공고를 내고 분양이 아닌 임대신청을 받았다.
입주를 앞둔 2016년 9월에는 대규모 계약해지 사태로 난항을 겪었다. 520세대 중 8%에 달하는 40세대가 계약해지 의사를 밝혔다. 인천도시공사는 추가모집으로 겨우 임대물량을 채웠다. 현재 도화 서희스타힐스는 전 세대 임대주택으로 운영 중이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분양전환 계획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송 대표는 누구나집 3.0을 새롭게 선보였다. 누구나집 1.0이 최대 10년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이었다면 누구나집 3.0은 임대 후 분양까지 받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집값의 10%를 내고 임대차 기간(8년)이 종료되면 최초 공급가로 분양받을 수 있다.
누구나집 3.0은 인천 영종도, 충남 천안시 풍세, 경기도 안성시 당왕 등에서 추진됐다. 송 대표는 2018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천안 풍세 지역에 3200가구, 안성 당왕지구에 1800가구, 인천에 1097가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성 당왕지구 누구나집 주택홍보관 오픈 행사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의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인천 영종도뿐이다. 영종 미단시티의 누구나집은 2018년 10월 31일 출범식을 한 지 2년 4개월 만인 올해 2월 25일 착공식을 가졌다. 당초 두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3년간 착공이 미뤄지다가 동원건설로 교체됐다.
지하 1층, 지상 29층 규모로 2023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누구나집 시행사인 시너지시티 관계자는 “2018년부터 조합원 모집을 진행해 올해 1096세대 조합원 모집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영종 미단시티 누구나집은 1096세대 모두 34평형으로 공급된다. 조합원은 약 4090만 원의 가입비를 지급한 상태로 입주 시에는 임대보증금 약 5000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후 10년간 월 임대료 60만 원(변동 가능)을 내며 거주하다가 10년 후에는 최초 분양가인 3억 5000만 원 수준에서 매매할 수 있다.
영종 미단시티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보통 임대아파트가 입주하고 8~10년이 지난 뒤 시세에 맞춰 분양하는 데 반해 누구나집은 현재 결정된 분양가에서 변동이 없어 매력적”이라며 “3200만 원부터 1억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층별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성 당왕지구 누구나집은 사업이 무산됐다. 당왕지구의 경우 1793가구 규모 대단지로 적극 홍보하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2017년 12월부터 조합원 모집 및 계약을 시작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었다.
결국 사업을 포기했고, 5월 15일부터 계약자에게 계약금을 환불해주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토지 확보, 정부 정책의 규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천안 풍세 누구나집도 사업이 지연돼 일부 계약자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집의 명확한 한계점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의 6%만 내면 된다는 누구나집을 반대할 사람이 있겠냐”면서 “하지만 10년 후 집값이 하락하거나 금리 인상 등의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인천 영종도의 경우 땅값이 싸기 때문에 부지 확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런 곳을 수도권에서 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 부지 마련 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아파트 가격 고점은 언제? 버블을 판단하는 확실한 방법
·
'주가도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대우건설 매각 이번엔 성공?
·
나도 개발자 교육이나 한 번 들어볼까…'묻지마 코딩 교육'은 금물
·
물가상승률 9년 만에 최고치…2030세대 금리 인상 후폭풍 어떡하나
·
'스피드 주택 공급' 외친 오세훈, 재건축 대신 '재개발' 꺼내든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