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많은 미디어 인터뷰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현재 아파트 시세는 거품론이다. 이렇게 많이 올랐는데 도대체 언제 하락을 할 것이냐”는 것이다. 너무 많이 상승해서 이미 버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 자료들도 발표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가격대를 받아줄 실수요층이 있으면 버블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받아줄 수요층이 없을 때 가격이 폭락한다.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왜 버블이라고 보는 것인가. 버블이라 불리는 지역들은 시세가 원래 높은 곳이거나 최근 높아진 곳이다. 시세 상승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5년 시세를 복기하면서 ‘그때 가격이라면 살 수 있었는데’라며 그때 매수하지 못한 층들의 아쉬움이 포함된 평가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
강남 아파트 가격은 평당 어느 정도여야 거품이 아니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까? 10여 년 전부터 아파트 폭락을 전망하던 유명 경제 전문가는 2013년 인터뷰 당시, 그때 가격에서 40% 수준으로 하락하면 정상가격이 된다고 주장하며 매수를 반대했다. 정확히 당시 시세보다 224% 상승했다. 그때 강남이든 강북이든 신도시든 지방이든 아파트를 매수했다면 지금 버블 논쟁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었다.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 벤츠는 이제 대중적인 차가 되었다. E 클래스 정도는 국산차만큼이나 많이 소유하고 있다. 과거 부담스러운 차들이 이제 대중적인 차가 되었다. 고급차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졌고, 인식도 달라졌다. 국내 몇 대 없던 최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도 이제 꽤 많이 볼 수 있다. 여전히 최고가지만 그 차를 탈 만큼 경제력이 있는 층도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내가 탈 수 없다면 남도 탈 수 없을 것이라 속단하기보다, 왜 이런 고급차 유저가 증가했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 현상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시세는 하락해야 하고 그렇게 하락을 대기하는 동안에 시세가 올라버리면 거품이라고 평가해 버리며, 세상과 그 아파트를 매수한 층을 비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2020년은 유동성이 차고 넘치는 해였다. 주식시장으로 100조 가까운 돈이 신규 유입되었다. 2021년에는 코인 시장에 돈이 유입되었다. 여전히 유통이 가능한 돈들은 시중에 존재한다. 유동성의 시대다.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주식? 코인? 부동산? 그 어디든 갈 수 있다. 가게 되면 가격이 오를 것이다. 단기 투자 목적이면 투기가 되고 거품이 될 수 있다.
장기로 묶이는 돈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건 그냥 자산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똘똘한 한 채의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들이 3.3㎡(1평)당 1억 원이 넘는 거래가 수시로 발생하는 것과 강남구 압구정동 대형 아파트들의 시세가 3.3㎡당 1억 원이 넘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이를 거품이라 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수억 원대의 롤스로이스를 거품 가격이라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 차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 누구도 에르메스 버킨백의 시세가 4000만 원이 넘는 것에 대해 거품이니 이제 폭락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백을 선물 받는 주인공이 부러울 뿐이다.
최근 명동 상권이 많이 망가졌다. 대한민국 최고 상권인 명동 거리 1층 상가 50% 이상이 공실이다. 하지만 명동 신세계 본점에 가면 늘 줄 선 매장을 볼 수 있다. 사넬 매장이다. 줄 선 연령층을 보면 더 놀랍다. 20, 30대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수백 만 원~수천 만 원대 샤넬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러 온 것이다. 백화점 매출 중 명품 브랜드만 증가하고 있다. 이것도 거품 시장이라고 비난만 일일까. 그만큼 유동성이 차고 넘친다.
몇몇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 강남권 지역 시세가 경기, 인천보다 상승률이 낮은 것에 대해 규제로 인한 보합, 혹은 거품으로 인식해 가격 저항이 생긴 것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현장에 나가면 바로 알 수 있다. 모두 하락을 대기하는 것이지 가격에 대한 부담, 혹은 규제 때문이 아니다. 나는 매수할 수 없어도 매수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6월 중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을 한다. 3.3㎡당 5000만 원 후반대로 분양이 가능해졌다. 많은 사람이 거품 가격, 터무니없는 분양가라고 한다. 그런 평가가 맞다면 미분양이 날 것이다. 하지만 미분양이 나지 않을 것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 엄청난 경쟁률로 1순위 완판 될 것이다. 완전 ‘로또 분양’이기 때문이다.
절대 가격만 보면 많은 사람에게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나에게도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중도금 대출도 나오지 않는 가격이다. 하지만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층도 꽤 많다. 현 시점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1억 원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아크로리버파크보다 입지도 더 좋고, 상품도 더 우수하다. 그럼 어느 정도라야 적정할까?
큰 차이가 나는 단지끼리 비교해 보자. 래미안 퍼스티지라는 아파트가 있다. 2009년 입주한 아파트다. 이 아파트도 3.3㎡당 9000만 원 전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에 분양할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는 3.3㎡당 60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분양가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시세 낮은 아파트들은 말 그대로 공약일 뿐이다. 공급이 된다 하더라도 신도시가 아니면 불가능한 가격대다. 그들의 관심은 나라 살림살이가 아니라 지지표의 확보다. 정책이라는 것은 국민 정서를 어느 정도 대변할 뿐이지, 국민의 희망이 담긴 주택을 원하는 입지에 원하는 가격대로 공급해 주지 않는다.
시장의 신규 공급이 많이 줄었다. 신규 공급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다주택자 물건을 시장에 풀어내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에 와 닿을 정도의 매물 증가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향후 2년간 매물 증가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집값이 계속 오르나요’라고 질문하고 싶을 것이다. 질문만 하지 말고, 차라리 계속 오르는 집을 찾아 바로 매수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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