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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개발자 교육이나 한 번 들어볼까…'묻지마 코딩 교육'은 금물

비전공자 강점 있지만 ‘코딩 노예’ 될 수도…막연한 환상은 경계해야

2021.06.04(Fri) 15:05:51

[비즈한국] 소프트웨어 비전공자들이 코딩 학습에 뛰어들고 있다. 2021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30 대학생 및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절반 이상(59.6%)이 ‘기회가 있다면 코딩을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문과 응답자의 비율이 63.8%로 가장 높았다. 개발자 교육과정인 싹(SSAC·Seoul Software Academy Cluster)을 운영하는 서울산업진흥원(SBA) 최광식 기술교육팀장은 “교육생 중 비전공자가 69%에 달한다”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설한 개발 기초교육도 비전공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金)턴’, ‘취뽀’도 포기하고 다시 개발 공부

 

비전공자들이 무작정 취업이 어려워 개발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금보다 귀하다는 인턴,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시작하기도 한다. 지방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한 A 씨(26)는 교직원으로 취직한 지 몇 달 만에 사직서를 내고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다들 남에게 일을 미루기 바빴다”며 사무직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안정적인 직업으로 손꼽히는 교사로 직행할 교원 자격증이 있었지만 임용고시도, 교육직 공무원도 준비하지 않았다. 전공이 잘 맞지 않았을 뿐더러 다시 회의감에 맞닥뜨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던 중 개발 분야를 만났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주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가 생겼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A 씨(26)가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A 씨 제공


독학으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지만 금세 한계를 느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느 정도 ‘짜여진 틀’이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기초’다. “부트캠프 등 프레임워크 중심 프로그램을 간다면 빠르게 취업할 수는 있겠지만 도구가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 모른 채 그저 사용만 할 줄 아는 개발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A 씨는 “코드의 동작원리처럼 기초부터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원했다”며 “프로그램을 듣는 지금 컴퓨터와 좀 더 친해졌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살았던 그가 서울에서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교육비를 지원한다는 점 역시 선택 요인이었다.

 

독학이 아니라고 해서 쉽지는 않았다. 그는 “본 과정에 합격하기 위한 1개월의 예비 과정은 경쟁 그 자체였다. 그룹의 평균에 뒤쳐지면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한 달간 살았던 좁은 고시원과 기관 건물을 오가며 매일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기 바빴다. 본 과정에 합격한 지금은 동료들과 정리한 걸 공유하고 모르는 것을 거리낌 없이 물어볼 정도로 편해졌다. 하루 12시간을 공부에 쏟는 입시생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매일이 뿌듯하다는 것이 그의 심정이다. 그는 웹페이지, 어플리케이션, 게임 등을 하나씩 만들어보며 원하는 분야를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B 씨(25)는 한 기업의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지금 AI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광고대행사의 인턴으로 일했다. 하지만 마케팅 실무는 그가 생각하고 배웠던 마케팅과는 달랐다. 야근하기 일쑤였고 즐겁지도 않았다. 퇴사 후 적성을 찾는다며 무작정 미국으로 떠난 인턴십에서 그는 개발자의 세계를 처음 접했다. B 씨가 갔던 지역의 특성 덕분이었다. ‘텍사스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그곳에는 구글, 애플 등 IT 기업들 지사가 있었고, 개방된 워크숍 프로그램이 많았다. B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작정 가서 막 들었다. 개발자들과 질문하고 대화하며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흥미가 배움의 결심으로 이어진 것은 인턴으로 있던 회사에서의 경험이다. 자연스레 인턴십을 하던 금융기업의 어플리케이션과 웹에도 눈길이 간 것이다. 당시 고객들이 웹과 앱에 불편함을 호소했는데, B 씨는 이와 관련한 개선 방안을 회사에 건의했다. 회사는 무반응이었다. 그는 “회사에서 ‘너는 개발직군도 아닌데 왜 그런 걸 신경쓰느냐’라고 말했다”며 “스스로도 아이디어는 있는데 앱의 내부 구조,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귀국하자마자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 지원했다.

 

호락호락한 과정이 아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6개월 동안 웹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CS기초 등 교육만 600시간 수료했다. 1~2주에 한 번씩 보는 테스트에 일정 횟수 이상 떨어지면 탈락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이었다. 중도 탈락한 사람들을 보며 B 씨는 잠을 줄이고 14~15시간을 공부했다. 그는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시작했으니 수료증은 받아야겠단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을 수료한 B 씨는 AI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 현재 직군이 개발자는 아니지만, 이후 세상에 없던 자체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까지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양날의 검, 비전공 개발자

 

두 사람은 모두 교육을 받으며 비전공자의 진입이 늘었음을 체감했다. A 씨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습관처럼 ‘전공이 뭐냐’고 물었다”며 “친했던 사람 중에는 일본에서 요리하다 온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분야로 취업까지 한 B 씨는 면접 스터디에 참여하면 문과생들의 관련 질문이 매우 많았다고 전했다.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과 강점이 있다고 보는 평가가 공존한다. 사진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화면.


경계해야 할 점을 짚기도 했다. ‘개발자에 대한 환상’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B 씨는 “세간에 알려진 초고연봉을 받는 개발자들은 극소수다. 컴퓨터 전공자 중에서도 상위 1%일 것”이라며 “교육 프로그램 내부에서 돌았던 업체 공고를 보면 연봉이 생각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노력 없이 막연히 개발을 공부하면 ‘코더’로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더’란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창의적으로 코드를 짜는 설계 개발 업무가 아닌 단순히 코드를 입력하는 사람을 일컫는 명칭이다. 그는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코더로만 남게 되면 발전을 할 수도 없고 공부 과정에서도 버티기 힘들다는 우려를 전했다.

 

인문계열 학부에서 공부하고 소프트웨어 교육 부트캠프 ‘코드스테이츠’를 창업한 김인기 대표 또한 “(비전공자가 개발 공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좌절이나 고난이 있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며 “시작할 때부터 고난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전공자가 개발을 배우면 기존 전공지식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류석영 카이스트 교수는 문과생과 이공계생 비전공자 모두 개발자로서 강점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문과생의 경우 기본적인 전공 지식을 갖추어 전공자와 긴밀한 의사소통을 강점으로 하는 ‘기획자’와 같은 역할에 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전공 이공계생은 코딩 교육을 제대로 받는다면 전공자에 못지않은 개발 능력에 더해 원래 전공으로부터 얻은 다양한 관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며 소프트웨어 연계전공 중인 C 씨(22)는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그는 “최근 몇 년 새 디지털 광고가 급격하게 성장하며 이젠 단순한 창의성과 기획력이 아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소비자 인사이트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소프트웨어) 분야의 지식이 후에 광고업계에서 일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프트웨어 지식을 배우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B 씨는 비전공 개발자가 강점을 발휘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전공자가 알고리즘 등을 짤 때 정형화된 풀이가 아닌 창의적인 코드를 짜는 경우는 본 적 있다”면서도 “뭐든 기본 역량을 갖춘 후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점이 있더라도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기본 역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본부터 갖추는 데 1년 이상은 쏟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원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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