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NS 조상들이 돌아온다. 1세대 SNS의 대표 격인 ‘싸이월드’는 지난달 25일부터 임시 홈페이지를 통해 도토리 환불 신청을 받고 있으며, 한때 국내 메신저 점유율 1위던 버디버디도 올해 3월 ‘연내 서비스 재개’라는 목표를 밝히며 공식 사이트를 열었다.
이들을 기억하는 세대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온다. 앞장서서 ‘도토리 환불’을 신청하고 미니홈피 브금(BGM)으로 사용했던 노래를 역주행시키는 등 기대의 목소리가 크지만, 일각에선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 단순 추억팔이에 그칠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 분위기와 과거 서비스 내용을 중점으로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봤다.
#같고도 다른 몰락, 그리고 재기
‘픽셀이 보이는 이모티콘’과 ‘날개 달린 신발’의 재출시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시간여행을 선물했다. 1999년 출시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와 아바타인 ‘미니미’, 전자화폐인 ‘도토리’, ‘일촌맺기’ 등 다양한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다이어리 형식의 개인 홈페이지에 글과 사진을 자유롭게 올리고, 타인과 일촌을 맺거나 댓글을 남기는 방식이 대박 나면서 2009년에는 가입자 32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사용할 정도로 당시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새로운 SNS의 등장과 모바일 전환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차 이용자 수가 줄기 시작했다. 결국 운영사였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2014년 싸이월드를 SK그룹으로부터 분사시켰고, 2014년 매각되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지난해 10월 아예 접속이 차단됐던 싸이월드는 스카이이앤엠(SKY E&M) 등 5개 기업이 공동설립한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를 인수합병(M&A)하면서 재기를 꿈꾸기 시작했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이달 3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0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싸이월드의 청사진은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콘텐츠가 플랫폼에서 공정하게 다뤄지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게 싸이월드 재개를 총괄하고 있는 김호광 대표의 이야기다.
싸이월드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데이터’다. 현재 싸이월드가 보유 중인 데이터베이스는 사진 170억 장, MP3파일 5억 3000만 개, 동영상 1억 5000만 개다. 추억을 복기하고자 하는 세대는 당시 10~20대였던, ‘지금의 30~40대’다. 트렌드를 소비하긴 하지만 이끌어가는 핵심 세대는 아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추억’을 내세운 전략이 강점이자 약점이 된 셈이다.
반면 버디버디는 싸이월드와 비교해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내용이 없다. 2000년 출시된 버디버디는 이후 5~6년간 10~20대의 메신저 사용률 1위를 지켜왔다. 전성기 때는 회원 수가 4200만 명을 넘기도 했으며, 2008년에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사 ‘위메이드’가 버디버디를 인수했다. 위메이드는 당시 이용 고객의 연령층이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주요 이용층이 10~20대인 버디버디 인수를 결정했고, 이후 4년간 서비스를 유지하다 2012년 5월 갑작스레 서비스를 종료했다.
버디버디의 서비스 재개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올해 초다. 위메이드 측은 버디버디의 임시 사이트를 오픈하며 “단순 메신저 형태가 아닌 ‘클럽하우스’, ‘틱톡’과 같은 최근 경향에 맞춘 SNS로 개발 중이며, 향후에는 네이버제트의 VR·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SNS로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요 이용층·미디어 환경 변경 등 변수 많아
구체적인 이유는 달라도 두 서비스가 문을 닫게 된 배경은 비슷하다. 김경희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019년 학회논문을 통해 이들이 환경 변화에 민감하지 못했던 점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모바일 전환 실패’다. 싸이월드의 경우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도 원인이었다. 당시 SK텔레콤이 인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사 후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사업 확장에 방해가 됐다는 내부직원들의 비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기를 준비 중인 두 기업은 화제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싸이월드제트는 ‘도토리 환불’이라는 이슈로 이용자와 미디어의 관심을 끌어왔다. ‘도토리 환불’과 이를 위한 ‘아이디 찾기’가 미끼가 되어 관심을 끌고 서비스 사전 예약, 소식 전달 등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반면 버디버디의 임시 홈페이지에는 ‘다시 찾아온다’는 말 외에 정확한 시기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안내가 없다. 외부에 공개된 내용도 극히 일부다 보니 싸이월드만큼의 관심은 끌지 못하고 있다.
싸이월드와 버디버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서비스의 부활 소식에 업계 반응은 둘로 나뉜다. 방대한 데이터와 뉴트로 열풍을 타고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과 반짝 이벤트성 이상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미디어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SNS’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던 시절의 서비스다. 과거와 유사한 형식으로 서비스를 재개하면 지금의 트렌드와 맞지 않고, 완전히 바뀌어서 재개하면 그만의 특색이 사라진다. 그동안 내부에서도 이런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와 지금의 환경 변화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싸이월드와 버디버디의 서비스가 활발하던 2000년대 초는 아직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톡이 없던 시절이다. 지금의 SNS는 글로벌화되어 국가 간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구분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며 대기업 중심의 시장 구도도 어느 정도 고착화됐다.
또 다른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성공이 어려운 이유로 ‘SNS의 플랫폼화’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의 ‘카카오톡’, 네이버의 ‘라인’ 등은 이제 SNS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쇼핑, 택시, 페이 등 여러 서비스를 결합한 상태로 소비자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 다만 그동안 연인 간 메신저인 ‘비트윈’, 음성 중심 서비스인 ‘클럽하우스’ 등 기존의 시장을 흔드는 SNS가 없었던 건 아니기 때문에 반전의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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