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사회초년생 A 씨(25)는 최근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난 식사 자리에서 깜짝 놀랐다. 식사를 마치고 자연스레 식당 옆 재떨이가 마련된 공간으로 나와 흡연을 하려는 A 씨의 옆으로 같이 식사한 동기들 모두가 모여 주섬주섬 담배를 꺼냈기 때문이다. A 씨와 동기들 넷 모두 여성이다. 그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담배를 피는 여자 동기들은 손에 꼽았는데, 식사한 친구들 모두가 흡연하는 것을 보고 여성 흡연율의 증가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남자 흡연율은 감소, 2040 여성은 20년 동안 2배 증가
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여성의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2040 여성의 흡연율은 20년 전과 비교해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 흡연율이 10.9%로 30대(8.3%), 40대(8.7%) 여성보다 높았다. 전체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에서2018년 36.7%로 절반 정도 감소한 데 비해, 전체 여성 흡연율은 같은 기간 6.5%에서 7.5%로 1%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흡연자 증가에 대해 여성 흡연자들은 스트레스 해소가 한 이유라고 말했다. B 씨(25)는 대학교 입학 이후 호기심에 몇 번 연초를 구입해 피다가 인턴 생활을 하면서 전자담배를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했다. 그는 흡연을 지속하는 이유로 ‘간편한 스트레스 해소’를 꼽았다. 수업을 듣거나 일을 하는 도중 그가 좋아하는 음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없어 간편하게 담배를 찾는다는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16년간 흡연하고 있는 C 씨(36) 또한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담배를 찾는다고 말했다.
출산에 대한 달라진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흡연을 시작했다는 D 씨(26)는 “요즘 주위에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자 친구들이 손에 꼽힌다”며 “딱히 흡연하는 데 마음에 걸릴 게 없다”고 설명했다. A 씨도 “나도 그렇고 비출산 선호 경향이 많아져 여성 흡연율 증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여성 흡연자들은 ‘달라진 사회 인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흡연하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며 흡연이 덜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여성 흡연 인식의 변화로 데이터에서 숨겨졌던 여성 흡연자가 표출되는 것이라 풀이했다. 그는 “여성 흡연이 금기시 되었던 아시아 국가에서 여성 흡연율이 낮게 측정돼왔다”며 “최근 사회 변화로 여성 흡연에 대한 인식이 변하며 설문에 거짓 응답이 줄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가향담배 등 신종 담배 출시와 담배 회사의 공격적 마케팅도 여성 흡연율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성규 센터장은 “냄새가 많이 나는 연초가 아닌 전자담배 등 냄새가 덜 나는 제품들이 나오며 (냄새 등의 이유로)금연을 결심할 수 있던 여성도 굳이 금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강숙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 교수)은 “최근 몇 년간 담배회사들이 신종담배를 출시하며 흡연의 위해성을 오도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도 여성 흡연율 상승을 견인하는 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금연도 어려운 여성 흡연자…대책과 보완점
여성 흡연은 늘고 있지만 여성이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남성에 비해 힘들다. 부정적인 사회 시선으로 인해 흡연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는 여성이 많고, 금연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신체적 특성의 차이도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니코틴 보조제에 대한 반응이 적다. 또 월경 전 증후군과 여성이 겪는 금단증상이 유사한 것도 여성이 담배를 끊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에 국가도 20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여성 흡연율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여성을 위한 맞춤 금연 서비스는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온라인 ‘금연 길라잡이’, 금연 상담전화, 찾아가는 금연 서비스가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 금연 길라잡이와 상담전화는 각각 2007년, 2009년부터 여성 전용 금연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15년 시작된 찾아가는 금연 서비스는 보건소 금연클리닉과 같은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거나 콜센터 등 흡연율이 높은 5~20인의 여성 사업장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여성들은 흡연 사실 노출 우려가 있는 보건소 금연클리닉 이용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은진 연구위원은 가향 담배, 전자담배 등 여성 흡연율을 견인한 신종 담배 마케팅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런 (담배회사의) 마케팅을 모니터링하고 대처 방안을 빨리 국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숙 협회장은 찾아가는 금연 서비스에 대해 “해당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상담시간을 빼 주어야하는 사업주의 지원이 미미하고 자발적인 참여가 없는 경우 금연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성공률이 낮다”고 평가했다. 김길용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금연사업부 팀장은 “지금도 여러 (여성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성 대응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시키기 위해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용역을 추진중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성 흡연자들의 여성 대상 금연 정책에 대한 인식도나 참여 의지는 낮은 편이었다. A 씨는 “흡연구역에서 금연 광고를 읽어봤지만 직접 전화하기 전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보였다”며 “‘도움이 될까’ 하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C 씨는 “금연 프로그램에 실패한 사례를 봐서 도전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또 “금연광고를 봤을 때도 지금까지 뜨끔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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