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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단독] 중국 방송에 스친 정체불명의 헬기, 스텔스 호크를 닮았다?

Z-20 개조한 스텔스 헬기 모형으로 추정…주변국 및 영토분쟁 대응 목적인 듯

2021.06.03(Thu) 09:43:37

[비즈한국] 지난 5월 19일 중국의 장시 위성 TV는 중국의 가장 권위 있는 헬리콥터 연구기관인 CHRDI(Chinese Helicopter Research & Development Institute) 홍보관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에서는 무인 고속 복합형 헬리콥터, 10톤급 무장형 전기-터보 샤프트 수직이착륙 비행기와 함께 처음 보는 모양의 검은 색 헬리콥터 모형이 스치듯 지나갔다.

 

전 세계의 군사전문가들과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 검은 헬리콥터가 찍힌 영상이 인터넷에 공유되자마자 난리가 났다. 비록 모형임에도 불구하고, 이 헬리콥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베일에 싸인 미국 헬리콥터 ‘스텔스 호크’와 너무나 닮은 모양이었기 때문.

 

중국의 한 방송에서 신형 스텔스 헬리콥터로 추정되는 모형이 화면에 잡혔다. 사진=jxntv.cn 방송화면 캡처

 

‘스텔스 호크’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게다가 이 헬기의 존재는 처음 모습을 드러낸 2011년 이후에도, 미국 정부에 의해서 그 존재를 인정받은 적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헬기는 21세기 최악의 테러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의 주역을 맡고, 또 그 작전에서 파괴된 잔해가 공개되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헬기 중 하나가 되었다.

 

2011년 5월 2일 벌어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은 특수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임무 중 하나였는데, 임무 성공의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1등 공신이 바로 실제 사살 작전에 투입된 미국 특수부대 ‘데브그루’(DEVGRU)와 이 헬기였다. 빈 라덴은 미국의 드론 공격을 피하려고 미국의 동맹국이었던 파키스탄의 고급 주택가에 대담하게 자신의 비밀 은신처를 만들어 놓고, 파키스탄 정보부 요원을 매수했다. 그래서 빈 라덴을 잡기 위해서는 삼엄한 파키스탄의 영공을 몰래 침투할 수 있는 헬기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초극비 무기였던 스텔스 호크를 동원하여 성공적으로 빈 라덴의 은신처에 잠입하여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착륙 도중 사고로 두 대의 스텔스 헬기 중 한 대가 파손되었다. 빈 라덴 사살 다음 날 전 세계의 미디어들이 파손된 헬기의 꼬리날개를 보도하며 베일에 감춰진 이 헬기의 존재가 아주 약간 공개되었다.

 

빈 라덴 사살작전에서 추락한 미군 스텔스 헬기의 잔해. 사진=NBC뉴스 화면 캡처

 

이번에 중국이 공개한 중국판 ‘스텔스 호크’는 바로 10년 전 파키스탄에서 추락한 그 헬기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헬기의 모양이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다룬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서 표현한 스텔스 헬기와 매우 비슷한 외양을 가지고 있다. 특히, 스텔스 호크가 UH-60 블랙호크 헬기를 개조하여 만들어진 것처럼, 중국판 블랙호크 헬기인 Z-20을 똑같이 스텔스 헬기로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형이 거의 비슷하다. 스텔스 호크의 공개된 유일한 부품은 추락 후 남은 꼬리날개 뿐인데, 이번에 공개된 중국판 스텔스 호크의 꼬리 회전날개 개수와 수평 날개 모양이 스텔스 호크와 같다. 10년 전 파키스탄 정부는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아무 통보 없이 진행한 미국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스텔스 호크의 꼬리날개가 미국으로 회수되지 못하도록 했다. 당시 중국 기술자들이 파키스탄에서 스텔스 호크의 부품을 훔쳐보았다는 뜬소문이 있었는데, 중국은 그야말로 10년 동안 빈 라덴을 사살한 스텔스 호크를 카피하고자 노력한 정황이 이제서야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스텔스 헬기가 원조인 미국의 스텔스 호크​와 같은 은밀한 작전이 과연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원조의 수준에 상당히 가까운, 대단한 성능의 스텔스 헬기를 중국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중국은 미국보다는 떨어지지만, 전 세계에서 군용 스텔스 기술이 가장 발전한 국가 중 하나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J-20이 날개의 형태나 모양 때문에 스텔스 성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슷한 미국의 스텔스기인 F-35와 디자인과 소재, 설계 방면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의 스텔스 설계로 인해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공개된 중국의 스텔스 헬기의 디자인에서도 각진 동체의 모양과 구성이 스텔스 설계에 필수적인 RCS(레이더 반사 면적) 감소에 큰 노력을 기울인 것이 명백하다.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RCS 감소 기술뿐만 아니라, 적외선 카메라나 센서에도 잘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일반적으로 현대 헬기는 제트엔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터보 샤프트 엔진’을 장착한다. 터보샤프트엔진은 헬기의 로터에 동력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뜨거운 배기열을 내뿜는다. 중국의 스텔스 헬기는 과거 미국이 개발했던 RAH-66 ‘코만치’ 헬기와 같은 배기구 구조로 되어 있다. 터보 샤프트 엔진 끝 부분에 노즐을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노즐이 헬기의 꼬리 부분에 길게 늘어져서 배기열을 매우 넓게 분산시킨 다음, 헬기의 메인 로터가 내뿜는 바람을 이용해서 열을 아주 빠르고 넓게 확산시켜 적외선 신호를 많이 감소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실제로 미국 수준의 스텔스 헬리콥터를 만들 수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의문점이 있다. 중국이 왜 미국과 같은 스텔스 헬리콥터를 만들고 싶어 하는가다. 현재 중국은 미국처럼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 스텔스 헬기는 평시에 특수부대원을 적진에 침투시킬 수는 있겠지만, 전시에는 스텔스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경계가 삼엄한 까닭에 침투가 쉽지 않다. 또한 공개된 스텔스 헬기는 장거리 이동을 위한 외부 연료 탱크나 공중 급유 장비가 없다. 따라서 중국은 스텔스 헬기를 상륙함에 실어서 적진에 침투시키거나, 중국 영토 안에서 스텔스 헬기를 띄워야 한다.

 

즉, 중국이 이번에 공개된 스텔스 헬리콥터를 가지게 되면, 중국 영토 주변국에 평시 기습작전을 벌이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가령 중국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난사군도에 기습 상륙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 또, 한반도에 전쟁이 나기 직전 중국의 중요 요인을 탈출시키거나 혹은 중요 정치인을 납치하는 용도로 헬기가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단일 무기체계 하나가 패배할 전쟁을 승리로 바꿀 수는 없다. 한 국가의 군사력은 특정 무기가 아닌 국가의 국력 수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변국들이 신무기를 내놓을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것은 그래서 좋지 않다.

 

다만 새롭고 혁신적인 무기는 국가의 군사력에 새로운 종류의 능력,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작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을 부여한다. 중국의 스텔스 헬기에 우리의 국방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문제이지만, 스텔스 헬기가 실전 배치될 때 중국이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군사작전에 대한 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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