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0대 직장인 이 아무개 씨는 지난 4월 재능거래플랫폼 ‘숨고’에서 영어 강사를 구했다. 일주일에 세 번, 40분씩 비즈니스 영어를 배우기로 했다. 수강료는 월 18만 원. 석 달 치 수강료를 입금하고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강사는 약속된 수업 일정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 일 대 일 수업을 진행키로 계약했지만, 절반은 다른 사람과 함께였다.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던 이 씨는 3주 만에 환불을 요구했다. 강사는 한 달째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개인 간 재능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에서 발생한 피해 제보 사례다. 최근 숨고, 탈잉, 크몽 등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비스 판매자가 환불이나 피해 보상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직까지 사업자가 아닌 개인에게 서비스를 구매하면 법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비즈한국이 한국소비자원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26일 기준)까지 숨고, 탈잉, 크몽 등 재능 거래 플랫폼 3개사에서 발생한 피해로 구제를 신청한 이용자는 42명이다. 연도별로 2018년 6명, 2019년 12명, 2020년 20명, 2021년 4명이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해당 플랫폼들에서 발생하는 피해 구제 신청은 늘어나는 추세”라며 “재능 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한 서비스 판매자가 손해 배상이나 중도 계약 해지(환불)를 거부하는 사례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능 거래 플랫폼 이용자 상당수가 법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보호법이 규정하는 소비자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이나 용역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현재 숨고, 탈잉, 크몽 등 재능 거래 플랫폼은 개인사업자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아닌 개인도 서비스 판매 등록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사업자가 아닌 재능 판매자와 거래를 하는 사람은 법적으로 소비자가 아닌 셈이다.
앞서의 피해자 이 씨는 “강사가 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변호사를 쓰기엔 피해 금액이 적고, 나 홀로 소송을 진행하기엔 시간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플랫폼사업자도 분쟁 해결에 앞장설 의무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비자’일 경우에 국한된다. 전자상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 사례가 접수되면 10일 내 조사 결과와 처리방안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사업자-소비자(B2C) 간 거래와 개인 간 직거래(C2C) 중 후자의 분쟁 해결 의무는 없는 셈이다.
피해 보상을 보증하는 서비스가 있지만 돈을 내야 한다. 숨고 등 일부 재능 거래 플랫폼은 특정 계약 조건이 성립될 때까지 거래대금을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대금을 지불하고도 원하는 날짜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판매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막는 장치다. 숨고는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재능 공유 서비스 이용 도중 재산 손해를 입으면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한다. 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거래 대금의 2.5%다.
서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장은 “소비자보호법이나 전자상거래법이 보호하는 소비자는 사업자에게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사람”이라며 “공정위는 통신판매중개자가 소비자 분쟁 해결을 위한 원인 파악과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시정 명령을 내린다. 분쟁해결 노력을 다하지 않았거나 법이 정한 조치 의무를 면책 규정으로 무력화하고 있다면 불공정 약관 사항으로 들여다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숨고 측은 “해당 고객은 소비자원과 경찰서 피해 신고가 반려된 이후 숨고에 ‘고수(서비스 판매자)’의 사업자등록 정보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고수는 숨고에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하지 않아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고 당시 고객이 다른 요구사항이 없어 상담이 종결됐다. 만약 고객께서 중재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고객센터를 통해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며 “숨고 이용 고객이 불폄함을 겪었다는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내부적으로 좀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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