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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7] 박찬상-자본주의를 향한 역설의 회화

2021.05.27(Thu) 17:51:53

[비즈한국]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능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 홍보하고 전시까지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미술가 응원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본격적인 작가 발굴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번의 시즌 동안 140여 명의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소개됐고, 상당수 작가가 화단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협회(KAUP)’라는 그룹을 결성, 활동을 시작해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아직 터널 속에 있는 우리 현실에서 출구를 향한 자그마한 빛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박찬상 작가는 나이키, 코카콜라 등 자본주의의 상징과 같은 브랜드를 활용해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역설이 지배하는 시대다. 자본주의로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은 공산주의자들의 정치 기술인 포퓰리즘이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지녔다. 

 

물질문명도 그렇다. 인류를 풍요롭게 했지만 성과만큼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굳이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물질문명을 비판한다. 특히 지식층에서는 필수 조건처럼 반물질문명 이념을 장착하고 있다. 물질문명 덕에 안락하고 풍족한 삶을 보장받으면서.

 

물질문명과 이것이 일궈낸 자본주의를 자양분 삼아 금세기 막강한 문화 권력을 거머쥔 팝아트는 이런 모순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팝아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예술로 물질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자본 논리에 충실하면서 반자본주의적 이념을 미학적 근거로 삼는다. 

 

도시인: 91×133cm 한지에 아크릴 2017

 

팝아트로 성공한 작가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그리고 이것의 성공 모델인 미국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으로 부와 명예를 얻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1960년대 반전, 환경, 인권, 페미니즘을 앞세운 반체제 운동의 기수였던 미국 영화인들은 10년 후엔 이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어 세계적 감독 반열에 오른 이들이 많다. 

 

이런 역설적 삶을 보여주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70년대 반체제 운동으로 옥고까지 치른 선배가 있었다. 20년 세월을 훌쩍 지나 만났는데, 견실한 중견 출판사를 가진 성공한 사업가가 돼 있었다.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서슴없이 ‘박정희’라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때문에 젊은 시절 꿈을 접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박정희 전기’를 많이 팔아 사업 기반을 다졌고, 이를 밑천 삼아 어엿한 출판인이 된 것이다. 

 

이런 모순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 작가가 박찬상이다. 그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시대의 다양한 형상을 자신만의 구성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가 다루는 대상은 상업 자본주의를 이끌고 있는 브랜드다. 

 

얼굴(Face): 69×137cm Steel plate(cut), Painting 2019


 

브랜드는 이미지의 힘을 집약한 현대적 이콘(icon)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완성된 작품에서도 중세적 이콘 분위기가 보인다. 그런데 작품 구성에 동원되는 것들은 대중적 이미지들이다. 나이키, 코카콜라 같은 다국적 브랜드부터 김정은, 트럼프 같은 정치인 또는 상징화된 자본주의적 인물상 등이다. 

 

이콘 분위기의 형상 속에는 수많은 문양이 패턴처럼 숨어 있다. 모두 작가가 대중적 이미지에서 추출한 형상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문양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돼 있다. 모두가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브랜드 형상은 이콘처럼 힘을 보여주며, 형상의 내부를 빼곡하게 채운 패턴화 된 문양은 브랜드의 힘을 비판하는 내용인 셈이다. 역설의 작품이다. 이런 점에서 박찬상이 지향하는 미술적 지점은 팝아트의 또 다른 얼굴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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