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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다운] "캐시카우 위험물 보관업이 의외의 대박" 김병선 JHC 대표

산업용 세정제·위험물 보관으로 연타석 안타…"사람이 가장 중요, 2025년 IPO 목표"

2021.05.26(Wed) 14:36:27

[비즈한국] 모든 스타트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의미하는 ‘J커브’를 꿈꾼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은 늘 두렵고 서툴며 때론 초라하기까지 하다.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기회를 잡은 스타트업만이 J커브의 영광을 누릴 자격이 주어진다. 과연 그 위대한 과정에는 어떤 ‘업’과 ‘다운’이 있었을까.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입장에서 잘 팔렸으면 하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제품이 흥행할 수도 있다. 

 

JHC는 열경화형 전도성 접착필름 개발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이 접착필름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등을 접착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현재 JHC는 위험물 유통·보관 사업과 산업용 세정제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위험물 유통·보관 사업 분야에서 JHC는 국내 2위 자리까지 올라섰고, 올해 평균 월 매출은 10억 원에 달한다. 또 다른 캐시카우인 산업용 세정제 역시 연간 100%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전도성 접착필름을 개발하고자 창업했던 김병선 JHC 대표. 현재는 캐시카우였던 위험물 유통, 보관 사업과 산업용 세정제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일본 제품 독점 막고자 개발한 전도성 접착제

 

김병선 JHC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창업 전 회사에서 TF팀을 구성해 ‘열경화형 전도성 접착필름’을 개발 중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타 회사에 인수·합병되면서 개발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전 세계에서 일본 기업이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제품은 습도에 취약하죠. 우리 제품은 수분형 경화제를 첨가해 높은 습도에도 접착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보였기에 개발 중단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결국 직원들과 논의 후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전도성 접착필름 개발에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용화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기업들은 모델을 변경할 때마다 신뢰성 테스트를 해야 한다. 기존 제품에 큰 하자가 없는데 새로운 제품을 테스트하는 건 낭비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라는 재화에 접착필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게다가 제조사가 스타트업이라면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시카우로 삼으려던 사업들이 연타석 안타

 

김 대표는 캐시카우를 생각해야 했다. 회사가 성장해야 전도성 접착필름 개발비를 충당하고 상용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어느 날 한 직원이 나를 찾아와 산업용 세정제를 개발하자고 제안하더라. 오존층 파괴 물질이나 발암물질과 같은 위험한 화학물질을 함유한 기존 세정제와 다르게 정부 규제 물질을 100% 배제한 친환경 세정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선 대표는 전도성 접착필름 개발을 위해 캐시카우로 삼았던 사업들이 오히려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캐시카우 정도로만 생각했던 산업용 세정제는 대박이 났다. 그는 “마케팅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해내니 거래사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산업용 세정제의 매출은 해마다 100%씩 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전도성 접착필름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큰 도움을 준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생각한 두 번째 캐시카우는 ‘위험물 유통·보관업’이었다. 그는 “첫 회사 재직 중에 위험물 보관창고가 부족하다는 국내 현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산업용 세정제의 단가 절감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기도 했다”며 “퇴사 후에도 당시 직장 동료와 관련 업체들에 근황을 물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아 사업부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험물 유통·보관 사업은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게다가 이 사업을 하려면 경력이 최대 7년 이상의 기술인이 필요하며 관련 분야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특수한 창고를 짓는 것은 환경, 관세, 소방, 건축 등 여러 관계 법령을 준수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도 받아야 합니다. 초기 비용도 수십억 원이 들고요. 이 때문에 관련 분야 종사자도 창고 운영보다는 딜러로서 활동하는 추세죠. 하지만 높은 진입장벽은 사업에 희소성이라는 장점을 가져다줍니다. 사업에 뛰어들기만 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는 불현듯 찾아온다

 

JHC는 첫 창고를 완공하자마자 인근에 있는 복수의 대기업, 중견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김 대표는 “창고 규모가 600평 정도였는데 1년 만에 제품들로 가득 찼다. 창고를 더 늘려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창고를 증축할 자금이 부족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일단 창고부터 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JHC 본사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그러나 JHC도 코로나19를 비껴갈 수 없었다. 가능할 줄 알았던 대출이 막혀버린 것. 월마다 건설사에 납부하기로 했던 대금이 두 번이나 연체됐다. 산업용 세정제는 너무 잘나가서 문제였다. 김 대표는 “세정제 원재료는 현금으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제품 판매대금은 60일 후에나 받는다. 주문은 밀려오는데 돈이 없어 제품을 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두 가지 일이 함께 발생하니 타격이 컸다. 6개월 정도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는 버티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죠. 임원들을 소집해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임원들이 ‘이건 사장님에게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본인 명의로 신용대출을 받더군요. 덕분에 저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었습니다.”

 

임원들의 의리로 JHC와 김병선 대표는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출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JHC는 현재 충남·충북 통틀어 3000평 규모의 위험물 보관 창고를 운영 중이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관계”

 

김 대표는 인간관계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이 중요하다. 전도성 접착필름으로 창업을 할 때도 내 곁엔 직원들이 있었다. 효자 제품이 돼 준 산업용 세정제도 직원의 아이디어였다. 최근에는 다른 직원의 아이디어로 개발한 콜드체인 박스가 다음 달부터 상용화된다. 자금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도움을 준 것도 모두 지인들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병선 대표는 대표의 사이즈가 회사의 사이즈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대표가 자신의 크기를 늘려야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임준선 기자

 

“사업하면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일은 직원들에게 맡겨둔 지 오랩니다. 저는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외부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며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저는 늘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믿고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김병선 대표의 현재 목표는 JHC의 IPO(기업공개)다. 그는 “전도성 접착제의 상용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생각이다. 또 위험물을 유통·보관하는 것뿐만 아니라 OEM(주문자위탁생산)·ODM(생산자개발생산)까지 관여하고 싶다. 위험물 수출입의 전 분야를 담당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두 목표를 이뤄낸다면 2025년에는 IPO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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