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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BTS '하이브'의 업사이클링 굿즈, 진짜 업사이클링일까

플라스틱·유리 사용하고 5만~7만 원…"완전한 업사이클링 아니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어"

2021.05.26(Wed) 11:38:54

[비즈한국]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뮤지엄인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이브는 소속 연예인이 입은 옷을 작게 조각해 플라스틱 혹은 유리에 담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판매하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업사이클링이 맞냐”, “환경을 더 파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의 ​이 같은 ​시도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하이브는 소속 연예인이 입은 옷을 작게 조각해 플라스틱 혹은 유리에 담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판매하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업사이클링이 맞냐”, “환경을 더 파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김명선 기자


논란의 중심에 선 제품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 하이브 신사옥에 개관한 하이브 인사이트의 뮤지엄숍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이다. 뮤지엄숍 구석에 위치한 ‘업사이클링 존’에서는 엄지손톱 두 배 정도 크기로 작게 잘라진 옷 조각이 플라스틱과 유리 안에 들어가 각각 키링과 큐브로 판매된다. 하이브는 아티스트가 활동할 때 직접 입었던 옷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뮤지업숍은 유료 전시회 관람객만 입장할 수 있으며, 제품의 가격은 키링의 경우 4만 9000원, 큐브는 6만 9000원으로 저렴한 편이 아니다. 그 때문에 일부 팬들은 지나친 상술이라는 불만을 표출한다. 한 BTS 팬은 “어떤 아티스트가 어떤 무대에서 입은 옷인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얼굴이 들어간 상품이면 몰라도 굳이 구매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른 팬도 “실제로 연예인이 입은 옷이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진=하이브 인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무엇보다도 제품에 업사이클링이라 이름 붙인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SNS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환경과 크게 관련이 없는데도 마케팅을 위해 불필요한 수식어를 붙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팬들은 “차라리 의상을 폐기하는 게 쓰레기가 덜 나왔을 것 같다”, “버려질 제품이 버려지지 않고 장식품으로 기능하면 업사이클링이 맞느냐”, “생분해도 안 되는 플라스틱에 천 조각을 넣고 스펀지와 박스로 포장하면 업사이클링이냐”는 불만이 담긴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하이브가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굿즈를 진정한 업사이클링 제품이라 볼 수 있을까. 우선 업사이클링 정의는 이렇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Recycling)의 합성어로, 쓸모가 없거나 버려질 수 있는 폐기물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제품 혹은 작품으로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재활용함으로써 환경적 가치를 살리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질적 가치까지 높인다는 뜻이다. ‘새활용’으로도 불린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전시된 업사이클링 제품과 업사이클링의 정의. 이에 따르면 하이브의 굿즈는 완전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

 

업사이클링을 해석하기에 따라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완전한 업사이클링 제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제품의 수명을 늘리면서 실생활에서 활용도를 높여 소비자의 구매 가치를 높이는 걸 업사이클링이라 한다. 자전거 휠로 벽시계를 만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이브의 굿즈는 결국 보관용 혹은 전시용으로만 쓸 수 있는데 실용도 면에서 볼 때 업사이클링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든다”며 “환경적인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실용성을 높여 가치를 올린 게 아닌, 팬심을 이용한 상품에 불과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업사이클링 업체 관계자는 “완전한 업사이클링은 전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거기에 예술적 가치를 입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자재까지 신경 쓰며 공정과정에서 친환경을 먼저 생각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진짜 바나나 우유라고 한다면, 이 제품은 바나나 맛 첨가 우유 정도라고 본다. 공정과정에서 환경적인 요소, 활용성을 ​얼마나 ​생각했는지 함량 차이가 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새활용플라자에서 전시,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제품. 사진=김명선 기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업사이클링 소재 조달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게 없다. 따라서 플라스틱과 유리를 이용했다고 위장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볼지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 다만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정말로 버려질 만한 걸로 만들었는지, 또 실생활에서 쓰일 만한 걸 만들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충족하지 않으면 업사이클링 취지에는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

 

그러나 완전한 업사이클링이 아니라고 부정적으로만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침체된 업사이클링 산업 자체를 살릴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업사이클링 업체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 업사이클링 제품만 판매하는 업체들이 50곳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업체가 판매이익을 거의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과도 협업하고는 있지만 대량생산 자체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대다수 기업은 물품 판매보다도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의 교육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Z세대를 기반으로 가치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친환경 공정을 신경 쓰면 가격이 높아져서 비싸다고 안 산다.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도 외국의 잘 알려진 브랜드를 택하는 분위기인 듯하다. (하이브 굿즈가) 완전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아니더라도 부정적으로만은 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라도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완전한 업사이클링이 아니라고 부정적으로만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사진=김명선 기자


홍수열 소장은 “새 옷을 가지고 업사이클링을 하는 건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것들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건 지금 상황에서는 다소 애매한 것 같다”며 “업사이클링 산업이 2005년 즈음부터 시작돼 15년간의 역사를 갖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낮다.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업체 입장에서도 일일이 수공을 하는데 또 비싸게 팔 수는 없으니 고민이다.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든다고 해서 산업이 활성화될 수는 없다. 결국 천연가죽을 이용해서 고급 가방을 만드는 것처럼 이 산업도 고급화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사이클링을 표방한 제품을 판매할 때는 기업이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소비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앞서의 업사이클링 업체 관계자는 “소재를 어디까지 한정할지 등 업사이클링 범위가 모호하지만, 초콜릿에 카카오 함량을 표기하는 것처럼 기업들도 이러한 점들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하이브 측에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업사이클링 제품을 향한 팬들의 불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품 제작에 쓰인 플라스틱과 유리가 친환경 소재인지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하이브 인사이트 뮤지업숍의 업사이클링존에 25일 방문해 “그냥 플라스틱이냐”고 물어보니 직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업사이클링존에서 재생되는 동영상을 통해 볼 때 키링에 쓰인 일부 금속 물질 등은 수제작된 듯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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