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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해녀 체험하고 해녀밥상 받고, 울산 주전어촌체험마을

맨손으로 소라·고둥 잡기 등 다양한 체험 후 아름다운 해변 산책과 맛있는 밥상까지

2021.05.25(Tue) 10:29:05

[비즈한국] 어느새 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마스크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요즘, 시원한 바다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울산광역시 동구의 주전어촌체험마을은 파도 소리 아름다운 몽돌해변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용되는 해녀 체험이다.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마을 해녀들에게 물질을 배우고, 얕은 앞바다에서 전복과 해삼, 소라, 멍게 등 싱싱한 수산물을 직접 채취해볼 수 있다. 마을의 청정한 바닷속 구경은 덤이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운영 중이다. 

 

주전어촌체험마을에서 즐기는 ‘맨손잡이 체험’. 높이가 무릎 남짓한 바다를 돌로 빙 둘러 막아놓은 체험장에서 소라와 고둥을 줍는다. 모든 프로그램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운영 중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유치원생도 부담 없이, 맨손잡이 체험

 

가장 부담 없는 건 유치원 아이도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맨손잡이 체험’이다. 높이가 무릎 남짓한 바다를 돌로 빙 둘러 막아놓은 체험장에서 소라와 고둥을 줍는다. 미리 뿌려놓은 주먹만 한 소라를 줍는 것도 즐겁지만, 안전한 바다에서 하는 물놀이도 신난다. 맨손잡이체험장이 위치한 주전해안 일대는 기묘한 갯바위가 빼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덕분에 2014년에는 ‘대한민국경관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소라와 고둥을 줍다가 고개를 들면 눈길 닿는 곳이 모두 그림이다.

 

맨손잡이체험장 옆에 세워진 성지방돌 조형물은 지금은 사라진 주전마을 제당을 기념해 만들었다. 원래 주전마을에는 마을 제사를 모시는 제당이 10곳이나 있었단다. 2005년 마을 회의에서 모든 제당의 위패를 새로 지은 경로당 2층에 모시고 제당은 없애기로 결정했다. 흩어진 제당마다 동제를 지내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옛 제당을 닮은 성지방돌 조형물을 세운 것이다.

 

모래 대신 작고 까만 몽돌이 가득한 해변. 몽돌해변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는 ‘울산 동구 소리9경’ 가운데 하나다. 사진=구완회 제공

 

주전어촌체험마을에선 해녀 체험과 맨손잡이 체험 말고도 어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는 어선 승선 체험, 투명 카누 체험, 바다낚시 체험, 스킨스쿠버 체험 등 어촌에서 즐기는 거의 모든 바다 체험이 가능하다. 반농반어촌의 장점을 활용한 감자·고구마 캐기, 뭐든 제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미역떡 만들기, 비누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모든 체험은 10명 이상이어야 가능하며 예약이 필수다. 주전어촌체험마을안내센터는 숙박 시설도 갖췄다.

 

맨손잡이 체험으로 물놀이가 부족하다면 몽돌해변에서 놀아도 좋다. 모래 대신 작고 까만 몽돌이 가득한 해변에서 즐기는 물놀이는 색다른 경험이다. 몽돌해변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는 ‘울산 동구 소리9경’ 가운데 하나다. 각종 체험과 물놀이를 즐기느라 출출해졌다면 맛있는 해녀밥상을 받아보자. 마을 해녀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이 한 상 가득 나오는데, 밥상에 오른 재료마다 곁들여지는 설명이 입맛을 돋운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어촌 마을 둘러보기

 

배가 든든해진 뒤에는 아름다운 주전마을을 쉬엄쉬엄 둘러본다. 울산 동해안의 아담한 항구 마을이 ‘주전(朱田)’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조선 정조 때부터. 땅이 붉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주전마을 일대는 지난 30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깨끗한 자연을 보존할 수 있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울산 봉대산을 넘는 주전고개가 유일했으나, 몇 해 전 마성터널이 뚫리면서 접근이 쉬워졌다.

 

방파제에 만든 주전마을 상징 벽화. 마을 특산품인 돌미역을 말리는 장면이 타일 벽화로 묘사됐다. 사진=구완회 제공

 

주전항도 몇 해 전 경관 개선 사업을 벌이며 새로 단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 5m, 길이 179m 방파제를 가득 메운 벽화와 부조다. 주전마을을 상징하는 거대한 해녀 부조는 고강도 경량콘크리트로 만들었다. 이곳의 해녀는 제주 해녀의 후손이다. 울산 지역에 제주 사람이 정착한 것은 조선 시대부터. 울산의 특산물인 전복을 따서 임금께 진상하기 위해 제주도민을 이주시킨 것이 시초다. 일제강점기 전후로 일본과 러시아까지 진출한 제주 해녀는 울산에도 정착했다. 그 후손과 그들에게 물질을 배운 마을 사람들이 여전히 해녀로 활동한다.​

 

해녀 부조 옆에는 돌미역을 말리는 장면이 타일 벽화로 묘사됐다. 주전해변의 거친 파도 속에서 자란 돌미역은 주전마을 특산품이다. 일반 미역에 비해 쫄깃하고 비린내가 적어 인기다. 방파제 벽화는 돌미역과 전복을 따는 바닷속 해녀들의 물질 장면으로 이어진다. 고무 잠수복을 입고 허리에 쇠를 찬 해녀는 물 위의 테왁 아래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전복과 미역을 딴다. 방파제 끝에는 삼층석탑을 닮은 붉은 등대가 있다.

 

그림 같은 마을 풍경. 방파제 끝에는 삼층석탑을 닮은 붉은 등대가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주전어촌체험마을 

△위치: 울산광역시 동구 새싹길 일대

△문의: 052-209-0111

△이용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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