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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독일-아시아 잇는 여성 창업자 ① 민희정 비즈니스 파워존 대표

유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며 겪은 '사람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컨설팅 회사 창업

2021.05.25(Tue) 09:02:54

[비즈한국] 베를린에는 매년 열리는 특별한 행사가 있다. 바로 아시아 베를린 서밋(AsiaBerlin Summit)이다. 1997년 베를린시 주관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 위크 베를린(Asia-Pacific Weeks Berlin, APW)이 시작이었다. 이후 베이징, 자카르타, 도쿄 등의 도시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크게 성장했다. 2013년부터는 ‘스타트업과 스마트시티’라는 주제에 더욱 집중해 베를린시와 아시아 각 도시의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아시아와 베를린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투자자 그룹을 연결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베를린시뿐만 아니라 독일 경제에너지부, 각국 대사관과 무역협회, NGO, 대학 및 기업 등 다양한 단위의 기관들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아시아 베를린 서밋은 1년에 한 번 열리지만, 각국의 스타트업을 방문하고 교류할 수 있는 연중 행사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에는 다양한 온라인 세미나와 네트워킹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아시아 베를린 서밋의 주요 참가자는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의 스타트업과 투자기관들이다. 의외로 일본의 비중이 작고, 한국은 몇몇 개인 앰버서더 외에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아직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유럽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다. 서울시나 한국 대사관, KOTRA 등 정부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한국을 스타트업과 연관해 브랜딩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아시아 베를린 서밋 2019 당시.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아시아는 특별한 존재다. 사진=asia.berlin


독일 전역에서 다양한 한국 스타트업과 관련 인물들이 ​활동하는 ​걸 보면 이런 상황이 좀 아쉽기는 하다. 베를린뿐만 아니라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독일 대도시 지역에는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꽤 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회사들도 많은데, 한·중·일을 독일과 연결하는 중요한 여성 3인을 최근 만났다. 첫 만남으로 먼저 민희정(Clara Min) 대표가 이끄는 비즈니스 파워존(Business PowerZone)을 소개한다. 

 

#한국인 최초, 아디다스 본사 시니어 디렉터 출신

 

비즈니스 파워존은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 전 세계 인재들이 모여 일하기 때문에 ‘문화의 차이’가 매우 중요한 글로벌 기업을 컨설팅하는 스타트업이다. 독일 뉘른베르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즈니스 파워존을 이끄는 민희정 대표의 이력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12년 동안 아디다스에서 일했고, 그 중 5년은 독일 본사에서 글로벌 세일즈 시니어 디렉터로 근무했다. 그 전에도 한국 아디다스, 독일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OTTO를 비롯해 패션 브랜드 스테파넬(Stefanel), 미국 베르사체(Gianni Versace) 등을 비롯해 한국, 미국, 독일 등 3개의 대륙,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약 25년 동안 국내·외 프로덕트와 세일즈, 전략 기획 분야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세계 비즈니스 카운터파트의 비즈니스 방식을 이해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민 대표에게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특히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수립하고 로드맵을 정의하며 대규모(heavy lifting)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에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비즈니스에 대한 예리한 통찰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필요했다. 

 

비즈니스는 팀 경기 같은 면이 있어서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리더 독단적으로 팀을 이끌면 자칫 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세계 각국에 위치한 아디다스 지사의 리더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당시 민 대표의 주 업무였다. 이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업무를 주도하기 위해 기존에 한국에서 체득한 ​한국 여성으로서의 ​문화와 습관을 하나씩 깨부수는 것도 큰 과제 중 하나였다. 특히 아시아인을 규정하는 ‘친절함, 소극적’이라는 단어, 여성을 규정하는 부정적인 단어들 속에서 이를 어떻게 떨쳐내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독일 뉘른베르크에 자리한 비즈니스 파워존의 민희정 대표. 아시아인으로서 유럽 글로벌 회사에서 겪은 어려움도 코로나도, 뒤집어 보면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기회였다. 사진=powerzone.io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고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또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본사에서 팀을 이끌면서 부딪히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력한 브랜드와 제품을 갖춘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약할 때, 제1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면 새로운 도약을 위해 비즈니스 전략을 짜야 하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준비된 것에 비해 급격한 성장한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조직적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노하우와 저력을 키우는 것이 비즈니스 발전 속도만큼 중요하다. 또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본사와 해외 지사의 비즈니스 환경 차이로 인한 소통은 매우 큰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를 효과적으로 이해한다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최근 대부분 기업이 디지털화 과정을 겪으면서 전통적인 방법에서 탈피해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럴 때는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협력하고 이를 유기적인 생태계로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사실 이 모든 문제가 민 대표가 실무과정에서 직접 겪은 것들이었다. 글로벌 본사의 프랜차이즈와 프로덕트 사업부를 이끄는 시니어 디렉터로서 매일, 매시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다. 끊임없이 관련 공부를 하고 다양한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모든 문제가 사람 간의 문제이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 별도로 국제 코칭 자격 과정을 이수했다. 배운 것들을 실제 업무에 적용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그 과정은 무척 짜릿했다. 글로벌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스스로 ‘문제해결사’ 역할을 하는 컨설팅 회사를 창업할 만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되기를 돕는다 

 

처음 창업을 생각했을 때는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몇 달간 사표를 품고 다니며 언제가 가장 좋은 타이밍일까 계속 고민했다. 회사가 싫거나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고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었기에 ‘결정의 순간’은 계속 지연되었다. 하지만 그간 자신이 일하면서 겪었던 어려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솔루션, 이를 통해 얻은 내적인 확신과 신념은 막을 수 없었다.

 

특히 25년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서 자신을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컸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늘 이 문제를 신경 썼다. 이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유럽에 지사를 설립하는 한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요즘 미국과 유럽에는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글로벌 회사들이 많다. 실제 세계시장에서는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장기적이고 규모 있는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 좋은 상품이나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하는 시대가 더는 아니기에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 자신을 어떻게 내놓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특별히 스타트업은 미래에 조직적·체계적으로 일할 준비를 얼마나 잘하는지가 성공의 열쇠다. 대기업 해외 사업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적 마인드와 접근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단일민족국가’ 한국에서는 글로벌한 경험을 하기 쉽지 않다. 

 

‘한국 회사'라고 브랜딩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케이팝(K-Pop)의 선풍적인 인기 이후로 수많은 것이 ‘K-○○’로 브랜딩 됐다. 그러나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글로벌 회사로 어설프게 ‘서양화’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민 대표는 말한다.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전략을 세울 때도 ‘단기적 관점에서는 마일스톤이 전략적으로 배치된 로드맵을 갖고, 장기적으로는 확실한 비전을 가지면서, 회사와 팀을 유기체로 보고 이를 움직일 수 있는 실행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 파워존은 2020년 8월 코로나가 한창인 가운데 독일에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도 그간 마이크로소프트, Stabilo, VF company, Ableton 등 유수 글로벌 기업과 리더들의 코칭과 컨설팅을 맡았다. 또 미국, 싱가포르 지역에 파트너를 두고 한국도 오가며 다양한 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민 대표의 컨설팅 방식은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전문지식을 전달하고 제3자로서 솔루션을 주는 태도로 일관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의뢰 기업과 팀이 직접 근력을 키우있도록 하는 ‘뉴 제네레이션’ 컨설팅 방식이다. 대면 방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툴을 활용한 가상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 독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플레이어로 활약할 예정이다. 어려운 코로나 환경에서의 창업은 이러한 가상 환경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아시아인으로서 유럽 글로벌 회사에서 겪은 어려움도 코로나도, 뒤집어 보면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기회였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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