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의혹의 불똥이 롯데로 튀었다? LH와 롯데그룹의 불법 유착 의혹을 둘러싼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법조계의 평이다. 당초 2016년 서울중앙지검이 주도했던 롯데그룹 수사 당시 ‘수사 후보군’이었던 사건이 최근 LH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아니라 LH가 주된 수사 대상인 만큼, 딱 의혹만 확인한다는 게 검찰의 계획이다. 그래서 수사 부서도 반부패수사부가 아니라,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했다고 한다.
#당시에도 LH 부정 심사 의혹 제기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박승환 부장검사)는 LH가 발주한 화성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로 롯데그룹을 선정한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달 초에 롯데백화점 동탄점 사업 관련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7월 LH는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 입찰 당시 현대백화점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땅값을 더 비싸게 제안했는데도 탈락시켰다. 현대백화점컨소시엄은 4144억 원, 롯데쇼핑컨소시엄은 3557억 원을 제시했다. 500억 원의 차이가 있었지만 LH는 롯데쇼핑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해 국회 국토위원회 국정감사 때에는 LH가 부정 심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이재영 LH 사장은 “공모에서 땅값이 높은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최고가 입찰을 채택하다 보니 자금력과 사업 능력이 부족한 업체가 선정돼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많아 이번 공모에선 사업계획에 중점을 둬 우수 업체를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LH 출신 대표들이 모여 설립한 설계사가 롯데 컨소시업에 참여한 사실도 확인하고 평가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2016년에는 오너 일가 중심으로 수사
이 의혹을 검찰이 수사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9월 국정감사 때 이미 공개됐던 내용은 이듬해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3곳을 동원해 롯데그룹을 대대적으로 수사할 때 유력한 수사 후보군이었다. 당시 검찰은 수사관 240여 명을 동원해 총수 일가의 자택과 롯데그룹 본사 및 계열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특수부 3개 부서의 최정예 특수통 검사 20여 명을 투입해 롯데그룹 일가의 비리를 전방위적으로 수사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미미했다. 당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 일가 5명을 2800억 원 상당의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전방위 수사를 받은 첫 사례였는데, 당시 범죄 첩보 수집 과정에서 롯데와 LH의 담합 의혹이 꽤 구체적으로 파악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수사 흐름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범죄 첩보를 수집했고 동탄 롯데백화점 의혹도 수사망에 포착됐지만 ‘그룹 오너 개입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수사에 배제됐다고 들었다”며 “이번에 다시 수사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5년 전과 달리, 롯데가 아니라 LH 범죄 첩보를 검토한 후 가장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을 검찰 수뇌부가 선택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LH 의혹이 불거지자, LH 관련 고발·고소 및 첩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직접 수사 대상 사건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탄롯데백화점 관련 불법 유착 의혹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속해 직접 수사를 개시했다.
다만 수사가 롯데그룹 윗선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사건 배당도 반부패수사부가 아니라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하지 않았냐”며 “사건은 롯데그룹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LH 직원들의 판단 및 결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2016년에는 롯데가 주인공이었다면 지금은 LH가 주인공인 격이고 롯데는 오히려 불똥이 튄 셈”이라고 진단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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