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방역 강화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소비 지출에서 식품 지출 비중(엥겔 지수)과 주택 관련 지출 비중(슈바베 지수)이 큰 폭으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소비 지출은 줄어든 반면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식품과 주택 관련 지출은 증가하는 등 삶의 질이 더욱 나빠진 것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 원으로 1년 전(245만7000원)에 비해 2.3%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나자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소비를 줄였지만 식품이나 주택 관련 지출 비중은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 지수는 15.9%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식료품 관련 지출액이 38만 1000원으로 1년 전(33만 3000원)에 비해 14.6%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소비가 줄었음에도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정책 강화 등으로 여행이나 외식이 줄면서 가계의 식료품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음식·숙박 관련 지출은 1년 사이 월평균 34만 6000원에서 31만 9000원으로 7.7% 감소했다.
엥겔 지수는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 13.9%였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4.1%로 늘어난 뒤 2018년에 14.4%로 증가했다. 2019년 13.6%로 다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5.9%로 증가했다. 식품 지출 비중을 보여주는 엥겔 지수가 높다는 것은 삶의 질과 관련된 지출 비중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삶이 팍팍해졌음을 뜻한다.
소비지출에서 주거 관련 지출 비중을 보여주는 슈바베 지수도 지난해 크게 뛰었다.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 11.9%였던 슈바베 지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11.0%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2018년에 11.3%. 2019년 11.2%를 보이다 지난해 다시 11.9%까지 뛰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각종 부동산 정책을 25번이나 내놓았음에도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지 못한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4월과 비교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 후인 2018년 4월 8.2%나 급등했다. 2019년 4월에는 1년 전에 비해 2.4% 오르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후 다시 상승폭이 커지면서 올 4월에는 4.5% 올랐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다소 주춤한 사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올 4월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0.3% 급등했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 급등은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느라 1인 가구로 독립한 이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슈바베 지수는 무려 19.5%로 전체 가구 슈바베 지수(11.9%)의 2배에 가까웠다.
우리나라 가구의 엥겔 지수와 슈바베 지수가 상승했다는 점은 결국 가계 수입이 줄어든 탓에 먹고 살기도 빠듯했음을 의미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마저 식을 정도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소비지출 중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6.1%)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한 4.9%였다.
생활이 팍팍해진 시름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전체적인 소비지출이 줄어든 흐름과 달리 주류와 담배 관련 지출은 1년 전에 비해 늘어났다. 지난해 월평균 주류·담배 지출액은 3만 8000원으로 1년 전(3만 6000원)보다 4.8% 증가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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