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 ‘택시 자율감차보상제’가 실패로 돌아갔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00대 감차를 목표로 삼았으나, 실제로는 74대 감차한 게 전부였다. 지난해부터는 감차 보상으로 지원되던 예산까지 끊겼다. 서울시는 “현재로서 택시 감차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감차 계획을 재수립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정 작용을 통해 점진적으로 감차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2016년 택시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택시 자율감차보상제를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는 2014년 8월 기준 택시면허대수를 7만 2171대로 계산했다. 이 계산에 따르면 전국 25만여 대의 택시 중 약 29%가 서울시 택시였다. 서울시는 “택시총량 적정대수(6만 340대)보다 1만 1831대가 과잉 공급됐다”며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운수종사자의 복지증진과 시민의 교통편의 제고를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면허를 서울시에 반납할 경우 법인택시 5300만 원, 개인택시 8100만 원을 지원했다. 서울시에서 1300만 원(국비 390만 원, 시비 910만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서울시택시조합에서 받는 지원금(법인 2320만 원, 개인 5120만 원)과 택시감차보상재원관리기관에서 받는 유가보조금 부가가치세 경감액 인센티브(1680만 원)로 충당하기로 했다.
2016년~2019년까지 서울시의 택시 감차 목표는 총 400대. 2016년 74대, 2017년 108대, 2018년 108대, 2019년 110대 등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6년 개인택시 50대, 2017년 법인택시 24대만 감차했을 뿐 이후로는 단 한 대도 줄이지 못했다.
서울시는 “현재 시가보다 감차 비용이 적어서 사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컸다. 사업자들이 ‘출연해야 할 돈이 부족하다, 못하겠다’고 하면서 사업이 틀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시는 2017년부터 택시감차보상재원관리기관에 부가세 경감액 인센티브도 신청하지 않았다.
일반택시 운송사업자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경감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가세 경감액 중 5%를 지방자치단체의 택시 자율감차사업에 지원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택시감차보상재원관리기관이다.
부가세 경감액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직접 기관에 신청해야 한다. 기관은 신청받은 지자체를 감차 실적, 과잉공급 여부, 감차 기간 등을 고려해 해마다 총 8개 사업구역을 우선으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다만 기관 관리자는 “인센티브 지급 초기에는 신청을 해도 받지 못하는 지자체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센티브를 신청한 지자체에 모두 주려고 하는 편이다. 지난해에는 48개 지자체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원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감차 실적이 없더라도 지자체가 신청만 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한 대라도 감차할 의지가 있다면 인센티브를 신청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6년 택시감차보상재원관리기관으로부터 12억 4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그해에 8억 3000만 원, 이듬해 4억 2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서울시는 인센티브 신청을 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인센티브를 포함해도 감차 지원금과 시가의 차이가 컸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우버, KST모빌리티, 타다 운영사 VCNC 등 플랫폼 운송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도 어느 정도 감차 사업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는 일찌감치 택시 공급량을 확보해 전국 3만여 대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후발주자인 우버와 VCNC, 반반택시 등도 가맹택시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감차 보상을 위한 지원금도 끊겼다. 별도의 감차 계획도 마련되지 않아 택시 과잉 공급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감차위원회 결정으로 지난해부터 예산 집행이 안 됐다. 지원금을 주는 사업 이외에 별도로 감차를 위해 수립한 사업은 없다. 사업자들이 면허 매매나 양도·양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포기하고 면허를 자진 반납할 사업자가 있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세금을 들여서 인위적으로 감차를 하는 게 맞는 방식인지 항상 의문이 들었다. 수시로 시가가 변하는데 지원금 액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공급량을 줄이기보다는 택시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방안을 고려했어야 한다. 수치상으로는 택시의 공급량이 넘쳐나지만, 심야 시간에 탈 택시는 늘 부족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감차 사업을 재개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정작용을 통해 택시가 점차 줄어들도록 해야 한다. 최근 택시 시장 내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자리를 잡아가고, 새로운 교통수단도 등장하고 있기에 택시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시간을 두고 지켜본 후 다시 감차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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