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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한눈에 보는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② 허브와 벤처캐피털

일하는 공간과 코칭·멘토링 프로그램, 투자까지 모두 베를린에서 연결 가능

2021.05.17(Mon) 16:18:03

[비즈한국] 저렴한 물가, 국제적인 분위기, 든든한 정부의 지원 외에도 베를린이 스타트업의 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활발한 투자 생태계 덕분이다. 스타트업이 일할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코칭,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베를린의 주요 기관들과 스타트업이 자리 잡고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본을 제공해주는 투자 기회들을 소개한다. 

 

#코워킹 스페이스와 액셀러레이팅 제공하는 다양한 허브

 

앞서 언급한 팩토리 베를린과 핀테크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핀립의 H:32 외에도 베를린에는 스타트업의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액셀러레이팅을 담당하는 공간들이 다양하다. 

 

먼저 독일 최대 통신사 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이 운영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허브라움(Hubraum)’은 주로 5G,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분야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과 유럽의 선도적인 통신회사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원과정을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만 입주할 수 있으며, 입주 시 무료로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이치 텔레콤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네트워킹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계 스타트업 노타와 이머시브캐스트도 허브라움의 입주 스타트업 과정을 거쳤다. 허브라움은 2012년 베를린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동시에 문을 열어 유럽 스타트업 허브를 표방한다. 

 

허브라움 베를린 캠퍼스. 허브라움은 2012년 베를린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동시에 문을 열어 유럽 스타트업 허브를 표방한다. 사진=허브라움 홈페이지

 

다음으로 흥미로운 곳은 ‘실리콘 알레(Silicon Allee)’다. 2011년 스타트업들의 월간 밋업(Meetup)으로 시작한 이 모임이 이제는 베를린 중심부인 미테지구에 7500㎡ 스타트업 단지로 성장했다. 모임이 공간이 되기까지는 역사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경험한 세 창업자는 베를린에도 이와 같은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모임을 시작했다. 첫발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한 소식을 전하는 영어 블로그로 내디뎠다. 곧이어 이들은 팩토리 베를린의 공간 구축에 참여했고, 2017년 자신들만의 공간을 설계했다. 

 

실리콘 알레는 외국인 창업자에게 무척 친화적이다. 실리콘 알레의 시작이 독일어로 정보를 얻기 힘든 외국 출신의 창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모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 실리콘 알레에서 시작한 베를린 창업자 펀드(Berlin Founder Fund)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에게 2년 동안 매달 2000유로(약 270만 원)를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한다. 외국인 창업자라면 실리콘 알레를 통해 비자 지원뿐만 아니라 당분간 거주할 아파트 임대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시설과 기반이 모두 실리콘 알레 공간 안에 있다. 베를린 기술 클러스터 등과의 네트워킹도 실리콘 알레의 매력적인 요소이다. 

 

다양한 모임을 열 수 있는 실리콘 알레의 펜트하우스. 외국인 창업자는 비자 지원뿐만 아니라 당분간 거주할 아파트도 빌릴 수 있다. 사진=실리콘 알레 홈페이지

 

이러한 스타트업 허브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6개의 도시에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베를린도 포함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액셀러레이터 베를린은 2013년에 시작하여 4개월간의 몰입형 프로그램으로 설계되었다. 멘토링,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투자자 연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와의 협업 기회까지 주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 벤처캐피털 50% 이상이 베를린에 집중

 

독일에서는 전체 벤처캐피털(VC) 투자의 58%가 베를린에 몰린다. 2020년 베를린 스타트업에 투자된 VC 규모는 31억 유로(약 4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모빌리티 분야의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투자를 받았고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헬스 분야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활발한 VC로는 ‘얼리버드 벤처캐피털(Early Bird VC)’이 있다. 베를린뿐만 아니라 뮌헨, 이스탄불에 지사를 두어 전 유럽을 아우르는 벤처 투자회사 중 하나이며, 시드 투자에서 시리즈 B에 이르기까지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재 얼리버드에서 관리하는 자산은 10억 유로(약 1조 3000억 원)에 달하며, 코로나로 어려웠던 지난 1년 동안에도 34개의 투자를 진행했다. 얼리버드의 가장 유명한 포트폴리오 회사로는 디지털 은행 N26이 있고, 그 밖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해 화제가 된 일정관리앱 분더리스트(Wunderlist) 등이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얼리버드 벤처캐피털’의 포트폴리오. 디지털 은행 N26,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일정관리앱 분더리스트(Wunderlist) 등이 있다. 사진=얼리버드 홈페이지 캡처

 

다음으로는 베를린과 런던의 스타트업 중 창업단계에서 시리즈 A 단계까지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프로젝트 A(Project A)’가 있다. 주로 디지털 혁신에 관한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모바일 주식투자 앱을 개발한 트레이드 리퍼블릭(Trade Republic),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인 보이(Voi) 등에 투자하였다. 

 

한국의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 히어로의 대주주 ‘로켓 인터넷(Rocket Internet)’도 베를린의 이름난 VC이다. 주로 식료품, 패션, 생활필수품 부분에 초점을 두고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키우고 투자한다. 딜리버리 히어로 외에 밀키트 업체 헬로프레시(HelloFresh) 등에도 투자를 했다. 유럽뿐 아니라 5개 대륙의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는 글로벌 VC다.

 

베를린은 클럽의 도시이자 파티의 도시, 그리고 시위의 도시다. 일 년 내내 각 분야의 페스티벌, 컨퍼런스, 서밋, 박람회도 쉬지 않고 열린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자주 모이고 밤새 맥주와 와인을 기울이며 토론하고 어울릴 기회가 많은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그 열기가 식는 듯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디지털, 가상’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뽐내고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스타트업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덕분에 기술적, 문화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안방에서 유럽 스타트업의 활약을 충분히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것은 서울에서 생겨난 아이디어가 금세 베를린에서 소개될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지금 어떤 혁신이 또 생겨날까. 유럽 스타트업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도 함께 커진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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