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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위기서 새 주인 찾아 '부활'이 거래소 새 트렌드?

"상폐까지는 가지 말자" 신라젠 등 인수협상 하며 회생 모색…주가조작 세력에 '악용' 우려도

2021.05.17(Mon) 11:03:03

[비즈한국] 49곳. 한국거래소가 2020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를 심사한 결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힌 유가증권, 코스닥 상장사의 규모다. 유가증권 상장법인 8개사, 코스닥 상장법인 41개사인데, 이미 쌍용자동차 등은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실제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는 규모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하나같은 설명이다. 증시 투자 열풍이 불면서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금융당국이 ‘거래 재개’로 최대한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트렌드도 생겨났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거래 재개의 기회를 부여받는 방식이다. 지난해 증시를 시끄럽게 했던 신라젠 역시 엠투엔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거래 재개의 기회를 부여받는 방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3일 한국거래소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상장폐지 위기 기업들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 2208개사(유가증권 767개사·코스닥 1441개사, 외국법인·재상장·신규상장스팩 제외) 중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고 거래소가 밝힌 기업은 49곳이었다. 전년도 12월 결산법인 대비 26%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19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심사 당시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법인은 유가증권 7개사, 코스닥 32개사 등 총 39개사였다. 

 

지난해 새롭게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곳은 5곳으로 쌍용자동차와 성안, 세우글로벌, 쎌마테라퓨틱스, 센트럴인사이트 등이다. 다만 이들 기업처럼 최초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경우엔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고, 거래소는 이의신청서 제출 시 해당 법인에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이 밖에 흥아해운과 폴루스바이오팜, 지코 등 3개사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는데, 이들 법인은 개선기간 종료일인 오는 12일 이후 상장공시심의위원회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코스닥 상장 법인 중에선 41개사가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았다. 미래SCI의 경우 감사의견 비적정과 더불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상장폐지 기준에 포함됐다. 

 

하지만 실제로 상폐까지 이어지는 곳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폐지를 결정할 경우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거래소 상장폐지 관련 전문 변호사는 “최근 주가 조작에 이용돼 실적이 악화되거나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의 상장폐지 관련 회의에 들어가 보면 거래소도 ‘가급적이면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그러다 보니 기업들도 어떻게든 상장폐지만은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트렌드?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업 회생 트렌드’도 만들어졌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이 새로운 주인을 찾은 뒤 상폐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경영 방향 등을 거래소에 소명해 상장폐지 대신 거래 재개 기회를 부여받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게 신라젠이다. 지난해 초 신라젠은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 의혹이 제기되며 상장폐지 대상에 몰렸다. 하지만 지난해, 엠투엔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다. 신라젠과 주주들은 이를 기회 삼아 상장폐지만은 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라젠 측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엠투엔과 계획대로 순조롭게 인수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지난 14일 공시했고, 주주들은 새로운 주인이 될 엠투엔에 대한 지지성명은 물론 경쟁업체의 비방에 대해서도 대응방식도 갖추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거래 재개를 위한 기업심사위원회까지 신라젠을 위해 힘을 모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수 후 거래 재개’ 방식이 오히려 주가 조작의 사냥감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을 주가조작 세력이 인수한 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하는 것처럼 뉴스를 만들고 회사 이름도 이와 관련된 것처럼 바꿔 주가를 올리는 경우가 곧잘 있다고 최근 들었다”고 지적했다. CB(기업채권) 업계 관계자는 “실제 금융범죄에 연루돼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B 사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거래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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