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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은하들의 '거리 두기'에 숨은 암흑에너지의 증거

새롭게 그린 은하들의 분포 지도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이야기하고 있다

2021.05.17(Mon) 10:42:11

[비즈한국] 나무로 울창한 숲에서 나무 꼭대기를 바라보면 마치 나무가지들이 서로 닿지 않으려 약간의 간격을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나무가지 끝자락 수관이 서로 수줍은 듯 거리를 둔다고 해서 수관기피(樹冠忌避, Crown shyness) 현상이라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아직 식물학자들 사이에서 정확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유력한 가설에 따르면 나무로 빽빽한 숲 속에서 나무들이 다른 나무의 방해를 받지 않고 최대한 많은 햇빛을 골고루 받기 위해서 이런 모양이 만들어진다는 가설이 있다. 

 

또 다른 가설에 따르면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병충해가 쉽게 전파되지 않도록 약간의 거리를 두기 위해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나무도 병충해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햇빛 섭취를 위해 일종의 거리 두기를 하는 셈이다. 

 

나무들의 수관기피는 나무들이 보여주는 거리 두기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wikimedia commons


흥미롭게도 이러한 거리 두기의 모습은 사람과 나무뿐 아니라 우주 속 은하들이 분포하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은하들의 우주적인 거리 두기에서 우주의 팽창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가속 팽창의 중요한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은하들은 어떤 식으로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모습이 어떻게 우주의 가속 팽창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걸까? 

 

우주에 분포하는 은하들도 일정한 간격으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 모습을 통해 우주의 가속 팽창을 입증할 수 있다. 우주에는 정말 암흑에너지가 존재할까?

 

#은하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분포한다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이 평범하게 모여 있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혼자 광장을 찾은 사람도 있고 친구 연인과 함께 둘이서 셋이서 찾아온 이들도 있다. 또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 임의의 거리를 둔 채 광장을 거닐고 있을 것이다. 광장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 중 임의로 두 사람을 골라 서로 얼마나 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지를 측정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임의로 두 사람씩 계속 뽑아서 각자 평균적으로 얼마의 간격으로 떨어져 분포하는지를 비교한다면 어떨까? 통계적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사람을 뽑기가 가장 쉬울 것이다. 반면 굉장히 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 뽑히는 경우는 훨씬 적을 것이다. 따라서 임의의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거리의 분포를 히스토그램으로 그린다고 하면 가장 짧은 간격부터 점차 간격으로 커질수록 빈도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형태의 분포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2m씩 간격을 두고 서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중에는 규칙을 아주 잘 지키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고 지인과 바짝 달라 붙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2m 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거리 두기를 하고 있을 때 앞서 했던 것과 똑같이 광장에서 임의로 두 사람씩 뽑아서 이들이 얼만큼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지 그 분포를 보면 어떨까? 

 

물론 이번에도 짧은 간격을 두고 있는 두 사람을 찾기가 훨씬 쉽고, 아주 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뽑는 경우가 더 적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2m 라는 일정한 간격으로 거리 두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약 2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는 두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결국 이 경우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 간격 분포를 히스토그램으로 그려보면 앞선 그래프와 달리 2m 정도에서 살짝 빈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얻게 된다. 

 

즉 거리 두기가 적용되고 있을 때 광장에 있는 사람들 중 임의로 두 사람씩 계속 뽑아서 서로 간격이 어느 정도인지 그 분포를 비교하면 평소에 비해 유독 빈도가 높게 나오는 간격을 보고 현재 얼마만큼의 간격으로 거리 두기가 적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주에 분포하는 은하들에도 이와 똑같은 분석을 하면 놀랍게도 우주 전역의 모든 은하에서 일정한 간격의 거리 두기가 발견된다. 

 

우주에 있는 은하를 임의로 두 개씩 뽑아서 그 두 은하의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그 분포를 그린 관계 함수. 두 은하의 거리가 아주 짧은 경우에서 먼 경우로 갈수록 빈도가 점차 줄어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약 4억 9000만 광년 거리를 두고 있는 경우의 빈도가 살짝 높게 측정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분포하는 은하들 중 두 개를 임의로 골라 서로 얼만큼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지 그 분포를 비교했다. 이러한 분포를 은하들 사이의 관계 함수(correlation function)라고 한다. 이 은하들의 관계 함수를 그려보면 두 은하가 아주 짧은 간격으로 붙어있는 경우가 훨씬 많고, 아주 먼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경우로 갈수록 빈도가 줄어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두 은하 사이의 거리가 대략 4억 9000만 광년 정도 되는 경우의 빈도가 살짝 더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광장에 있는 사람으로 설명했던 것처럼 우주 속 은하들이 아무렇게나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약 4억 9000만 광년 정도의 일정한 간격으로 거리 두기를 하면서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 왜 은하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거리 두기를 하고 있을까? 은하들도 우리처럼 조심해야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도 있는 걸까? 

 

#은하가 거리 두기를 하게 된 이유

 

오늘날 우주에 수많은 은하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태초의 우주에 존재한 아주 미세한 밀도 차이 덕분이다. 빅뱅 직후 태초의 우주에는 아주 미세한 밀도 불균일이 존재했다. 주변에 비해 아주 살짝 밀도가 더 높거나 밀도가 더 낮은 지역들이 있었다. 그 차이는 기껏해야 겨우 10만 분의 1 수준으로 아주 미미했다. 하지만 이런 미미한 차이는 우주 진화의 중요한 씨앗이 되었다. 

 

주변에 비해 아주 살짝 더 밀도가 높은 영역은 주변의 물질을 조금 더 강한 중력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조금씩 물질이 더 모여들면서 그 영역에 더 많은 물질이 뭉치게 되고 계속해서 더 강한 중력으로 더 많은 물질을 끌어모으게 된다. 반면 주변에 비해 살짝 더 밀도가 낮은 영역은 주변에 물질이 빼앗기면서 점차 밀도가 더 줄어들게 된다. 결국 이런 곳은 물질이 거의 없는 텅 빈 보이드(Void)가 된다. 마치 산꼭대기의 눈덩이가 굴러오면서 점차 더 큰 덩어리로 성장하는 것처럼, 태초의 우주에 있던 미세한 밀도 차이로 시작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이어졌다. 그 결과 높은 밀도로 반죽된 영역을 중심으로 은하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초기 우주에 존재했던 미세한 밀도 차이에서 시작해 중력으로 뭉치면서 우주 거대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장면. 높은 밀도로 물질이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은하들이 형성된다. 이미지=Instituto de Astrofísica de Canarias(IAC)


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물질이 모여들 때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우주를 구성하는 두 가지 종류의 물질, 암흑물질과 일반 물질이 뭉치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주의 물질은 크게 일반 물질과 암흑물질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 물질은 우리에게 익숙한 주변의 모든 물질이 해당된다. 별, 가스 구름, 행성, 우리의 몸 등 모든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구성된 물질이 일반 물질이다. 일반 물질은 바리온(Baryon)이라고도 부른다. 일반 물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빛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물질은 모두 빛을 방출하거나 흡수할 수 있다. 

 

특히 빅뱅 직후 굉장히 높은 온도로 끓고 있던 초기 우주에서는 빛과 바리온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초기 우주의 너무나 높은 밀도와 온도로 인해서 수많은 작은 바리온 입자들이 빠르게 빈틈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입자로 들끓고 있는 입자들의 스프와 같은 상태였다. 빛조차 빠져나와 퍼질 틈새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런 초기 우주의 상태를 빛과 바리온이 서로 강하게 ‘엮어 있다(Coupled)’고 이야기한다. 빛과 바리온이 아직 분리(Decoupled)되지 못한 채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초기 우주는 온도가 너무 높아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하지 못한 채 수많은 입자로 들끓고 있었다. 빛조차 자유롭게 퍼져나가지 못한 채 계속 입자들과 부딪히며 빛과 물질이 엮어 있었다(왼쪽). 시간이 지난 뒤 우주의 온도가 식고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하는 우주 재결합(recombination)이 시작되면서 입자들의 밀도가 줄어들었다. 덕분에 빛이 퍼져나올 수 있었다(오른쪽). 이 순간 우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빛의 흔적을 우주 전역에 퍼져 있는 우주 배경 복사의 형태로 관측할 수 있다. 이미지=Shane L. Larson


반면 암흑물질은 빛과 그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다. 빛을 방출하지도 흡수하지도 않기 때문에 빛을 관측하는 고전적인 관측 방식으로는 암흑물질을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물질이다. 대신 암흑물질은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움직인다. 그 덕분에 암흑물질은 초기 우주에서부터 빛과 뒤엉키지 않고 오로지 중력에만 의지해 빠르게 중심으로 모여들 수 있다. 

 

빅뱅 직후 우주가 팽창을 시작하면서 초기 우주에 존재했던 미세하게 밀도가 높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처음에는 빛과 바리온이 함께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우주가 너무 뜨거워서 바리온과 빛이 서로 뒤엉켜 분리되지 못한 시기였기에 바리온도 억지로 빛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잔잔한 수면 위에 물방울을 하나 똑 떨어뜨리면 사방으로 둥글게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 이렇게 밀도가 높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울리는 음파처럼 퍼져나가는 바리온의 파문을 바리온 음향 진동(BAO, Baryon Acoustic Oscillations)이라고 부른다. 

 

반면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고 따로 놀 수 있는 유령 같은 녀석이다. 덕분에 이들은 초기부터 밀도가 높은 영역으로 잘 모여들었다. 그래서 빅뱅 직후 초기 우주의 암흑물질과 빛-바리온의 밀도 분포가 약간 어긋났다. 암흑물질은 온전히 중력으로만 모여서 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잘 뭉친진 반면, 빛과 뒤엉켜 빛과 함께 바깥으로 끌려간 바리온은 밀도가 높은 정중앙에서 약간 벗어나 둥글게 퍼져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우주의 나이가 약 38만 년이 되면서 우주의 온도가 3000도 이하로 빠르게 식기 시작했다.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고 드디어 빛과 뒤엉켜 있던 바리온이 분리되어 나왔다. 그래서 빛은 계속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반면 바리온은 더 이상 사방으로 퍼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되었다. 말 그대로 빛과 바리온이 분리된 바로 그 순간 분포하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 바리온의 분포가 얼어붙었다고 볼 수 있다. 

 

초기 우주의 미세한 밀도 요동에서 바리온 음향 진동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래프. 초기 우주에서 밀도가 높았던 지점을 중심으로 거리가 멀어지면서 각 물질의 밀도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나타낸다. 검은색이 암흑물질의 밀도 분포, 빨간색이 빛의 분포, 파란색이 바리온의 분포다. 시간이 흐르면서 암흑물질은 중력에 의해 중심에 모여들지만 빛과 바리온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빛과 물질이 분리되는 순간 빛은 계속 퍼져나가지만 바리온은 그 자리에 정체된다. 결국 최종 완성된 (가장 오른쪽 아래) 그래프를 보면 물질의 밀도 분포가 높게 솟은 첫 번째 피크과 두 번째 피크 사이의 거리가 약 150Mpc, 즉 4억 9000만 광년 정도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Daniel J. Eisenstein et al. 2006

 

우주 속 은하들은 약 4억 9000만 광년의 일정한 간격으로 모두 거리를 둔 채 분포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Zosia Rostomian(LBNL), SDSS-III, BOSS

 

그러면서 앞서 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있던 암흑물질 중 일부가 약간 바깥에 퍼진 채 얼어 있는 바리온의 질량에 이끌려 다시 바리온이 모여 있는 영역 쪽으로 모이게 되었다. 동시에 바리온 역시 중심에 잔뜩 쌓여 있던 암흑물질 씨앗의 중력에 이끌려 그 중심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암흑물질과 바리온 모두 초기에 밀도가 살짝 높았던 영역 중심, 그리고 그 중심부로부터 일정 반경을 벗어난 영역 두 곳 위주로 많이 모여들게 된다. 

 

최종적으로 암흑물질과 바리온이 주로 어디에 가장 많이 모이게 되는지 그 밀도 분포를 그려보면, 초기에 밀도가 살짝 높았던 정중앙에 가장 많이 모이는 첫 번째 봉우리를 그리고, 정중앙에서 일정 거리를 벗어난 영역에 두 번째 봉우리를 그린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물질이 많이 모여드는 두 봉우리 영역을 중심으로 더 많은 가스 물질이 모여들면서 은하들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 두 번째 봉우리가 생기는 지점이 정중앙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나서 생기는지를 보면, 현재의 우주에서 약 150Mpc(메가 파섹), 광년 단위로 약 4억 9000만 광년이다. 앞서 우주에 분포하는 은하들 중 임의로 두 은하를 골라서 그 은하들이 얼만큼의 간격을 두고 분포하는지 은하들의 관계 함수를 그렸을 때 확인된 은하 간 평균적인 거리와 똑같은 값이다! 우리가 우주에서 관측할 수 있는 은하 사이의 거리 두기 모습은 바로 이러한 우주 진화 과정을 입증해주는 분명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암흑에너지를 지지하는 바리온 음향 진동 관측 결과, 결말은 과연? 

 

바리온의 음향 진동은 우주의 스케일을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우주가 진화하면서 은하들이 정확히 얼만큼의 간격으로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분포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즉 정확하게 시간에 따라 은하들의 평균 간격이 실제로 어떻게 변해왔을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구의 하늘에서 보이는 그 은하들의 겉보기 간격과 비교하면 각 은하가 실제로는 얼마나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지를 정확히 유추할 수 있게 된다. 바리온 음향 진동을 활용하는 것은 마치 초신성을 활용하는 것처럼 아주 먼 우주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또 다른 거리 측정 방법이 될 수 있다. 초신성이 표준 ‘촛불’이라면 바리온 음향 진동으로 인한 은하 간 평균적인 거리 두기 간격은 표준 ‘잣대’가 되는 셈이다. 

 

초신성의 일정한 최대 밝기가 표준 촛불이라면 바리온 음향 진동으로 알 수 있는 은하들의 평균적인 거리 간격은 그 길이가 일정한 표준 잣대가 될 수 있다. 이미지=NASA/JPL-Caltech

 

가까운 우주에서 먼 우주에 이르면서 바리온 음향 진동으로 인한 은하들의 간격이 다르게 관측된다. 이미지=Eric Huff, the SDSS-III team, and the South Pole Telescope team. Graphic by Zosia Rostomian

 

이러한 분석을 위해 천문학자들은 2014년부터 6년간 우주 전역의 아주 가까운 곳부터 먼 곳의 은하까지, 수많은 은하들이 우주 공간 속에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정밀한 지도를 그리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하늘 전역의 은하들의 지도를 그리는 슬로안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의 일환으로, 확장된 바리온 진동 분광 서베이(eBOSS, Extended Baryon Oscillation Spectroscopic Survey)라고 부른다. eBOSS 프로젝트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100억 년 전에 이르는 아주 먼 우주 속에서 새롭게 확인한 19만 5000여 개의 은하들의 정밀한 공간 분포 지도를 얻었다. 특히 관측한 우주 범위의 끝자락에 있는 밝은 퀘이사 6만여 개를 새롭게 확인해 초기 우주부터 최근의 우주에 이르기까지 우주 팽창의 속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슬로안 전천 탐사(SDSS)를 거쳐 가장 최근의 eBOSS 관측까지 약 20년간 작성한 은하들의 공간 분포 지도. 이미지=eBOSS collaboration

 

흥미롭게도 eBOSS 프로젝트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과거에 비해 현재로 올수록 점차 팽창속도가 빨라지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들어 이러한 바리온 음향 진동 관측 결과가 보여주는 가속 팽창의 징후는 앞선 초신성 관측이나 우주 배경 복사에 비해 더 강력한 우주 가속 팽창의 증거로 거론되고 있다. 즉 우리 우주가 중력에 대항해 더 빠르게 팽창하도록 만드는 암흑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다. 우주에 분포하는 은하들이 보여주는 거리 두기의 모습이 바로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암흑에너지의 강력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기존의 초신성 관측만을 근거로 우주의 가속 팽창을 주장했던 1990년대 후반의 연구에 대해 최근 일부 문제가 제기되면서, 우주가 실은 가속 팽창을 하지 않고 암흑에너지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파격적인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주장은 앞선 연구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초신성 자체의 광도가 우주의 나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지만 그 사이에 우주 가속 팽창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지지하는 또 다른 종류의 직간접적인 증거가 많이 제기되어왔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초창기의 초신성 관측뿐 아니라 우주 배경 복사 관측, 세밀한 우주 진화 시뮬레이션의 결과, 바리온 음향 진동으로 인한 은하들의 거리 두기 모습까지, 굉장히 다양하고 서로 독립적인 여러 종류의 관측이 동일하게 우주의 가속 팽창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진 가속 팽창 우주론이 굳건하게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신의 가장 정밀하고 가장 대대적인 은하들의 분포 지도를 그리는 관측을 통해서,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우리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결과를 재확인했다. 

 

과연 우리 우주는 정말 가속 팽창을 하고 있을까? 다양한 관측 증거로 지지받고 있는 지금의 암흑에너지와 가속 팽창 우주론이 계속 굳건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계속 놓치는 것이 있는 걸까? 21세기 새로운 우주론 대논쟁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 

 

*참고 

https://svs.gsfc.nasa.gov/13768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worlds-largest-map-of-space-offers-clues-on-dark-energy/

https://www.sdss.org/surveys/eboss/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0004-6256/151/2/44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04/1/33/6185048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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