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은마아파트가 추진위 설립 이후 19년째 조합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정비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공약사업으로 내세운 강남구는 최근 추진 일정을 2년 연기하며 도계위에 불만을 드러냈다.
#강남구 공약사업 은마재건축, 서울시 도계위 문턱 못넘어 2년 연기
서울 강남구청에 따르면 강남구는 10일 은마아파트 재건축 공약사업 추진 일정을 2년 연기했다. 2019년 하반기 예정됐던 정비계획 수립은 올해까지, 2020년 상반기 예정됐던 재건축조합 설립은 2022년까지로 미뤘다. 당초 공약사업 일정대로라면 올해 은마아파트는 조합원 수입·지출 관계를 정리하고 내년 새 아파트 착공에 나서야 한다.
강남구는 앞서 4월 은마아파트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작성한 정비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특별건축구역 특례적용 사항과 공공임대주택·일반분양주택·조합원주택 간 융합(소셜믹스)을 고려한 배치를 다시 검토하라며 보완을 통보했다.
강남구 측은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대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부정적 견해와 과도한 조건 부여로 정비계획 결정이 지연돼 공약사업 추진을 조정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42돌 맞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설립 후 19년째 사업 답보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올해로 42돌을 맞는 서울 강남권 최대 규모 구축 아파트다. 1979년 9월 서울 대표 학군지 강남구 대치동에 지상 14층 28개 동(4424가구)으로 조성됐다. 유력 학군과 학원가 한복판에 자리한 데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도 가까워 학부모 수요가 꾸준히 유입됐다.
반면 재건축사업은 19년째 답보 상태다. 은마아파트는 2002년 12월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2010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조건부(D등급)로 통과했다. 조합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해야 하지만, 재건축 밑그림을 그리는 정비계획이 수년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확정되지 않아 제자리를 걷고 있다.
통상 재건축·재개발사업은 △기본계획수립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인가 △건축 심의 △사업시행계획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착공 및 준공 등 절차를 밟는다. 정비계획을 결정해 정비구역을 지정하려면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은마아파트 정비계획 수립 여정은 3년여 전 시작됐다. 추진위는 당초 2017년 8월 새 아파트 층고를 49층으로 하는 정비계획안을 수립했지만, 서울시는 층고가 높다며 계획안을 도계위 심의에 부치지 않고 반려했다. 이에 같은 해 12월 층고를 35층으로 낮춘 계획이 상정됐지만, 도계위는 ‘기반시설과 건축 계획을 면밀히 검토’할 것을 요구하며 심의를 보류했다.
추진위는 계획안을 수정해 2018년 3월 다시 제출했지만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는 3개월 뒤인 2018년 6월 또 한 번 재자문 결과를 냈다. 이번에는 새 아파트에서 북측 도곡로로 이어지는 통행로가 비좁다는 이유였다. 도계위 소위원회는 통행로와 인접한 땅을 정비구역에 포함하거나 대토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계획안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해당 구역은 토지 소유자의 매각 의사가 없어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이번 계획안 제출에서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재건축사업과 관계자는 “서울시 주무 부서에서 정비계획안을 보완하라는 요청이 들어와 추진위가 검토 중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정비구역 지정을 내다보고 있다”며 “통상 소셜믹스 등은 건축계획이 수립된 이후 건축심의 과정에서 검토되는데 정비계획 단계에서 보완 요청이 들어왔다. 아직 서울시의 구체적인 (정비사업) 방향이 수립되지 않은 것 같다.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도 “서울시가 이번에 보완을 요청한 사항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들여다볼 내용이 아니다. 건축 계획 윤곽이 드러나는 사업시행 인가 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는 내용을 정비사업 첫 단계에서 논란거리로 만든 것이 의아하다. 위원회가 아닌 담당 부서에서 보완 요청을 한 것으로 미뤄 서울시가 (시내 재건축·재개발사업) 속도조절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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