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정부지원자금 안내’ 등의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마치 정부 연계기관에서 보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출모집인에게 고객을 연계하는 업체가 내보내는 광고다. 이를 정부 정책으로 오해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했다가 대출 권유 전화를 받고 당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관련 부처가 이러한 광고를 방치하고 있다며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정부지원자금 안내’, ‘정부지원 채무통합’과 같은 문구가 담긴 광고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 기관이 사용하는 태극 문양 로고를 사용하거나, 정부 연계기관과 유사한 단체 이름을 사용해 정부 사업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런 업체의 등기부등본을 조회해본 결과 이들은 실제 정부 연계기관이 아닌 일반 사업자였다. 사업 목적도 ‘포털 및 기타 인터넷 정보매개 서비스업’,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광고 대행업’ 등 광고와 관련이 없어 보였다.
비즈한국은 정부지원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업체에 연락했다. 그러나 직원은 “상담을 원하시면 홈페이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야 한다. 상담원이 순차적으로 연락을 할 것이다. 다른 개인정보가 아니라 이름과 전화번호만 요구하는 것이라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작성한 후 직접 상담을 신청했다. 1시간 후 상담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담원은 빠르게 필요자금, 사용 용도, 연체·신용 회생 여부, 직장, 급여 등 정보 사항을 물었다. 마지막으로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요구했다. 그는 “보이스 피싱, 명의도용 관련해 필수적으로 묻는 요소”라고 말했다.
업체 직원인 줄 알았던 상담원은 금융기관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대출모집인이었다. 대출모집인은 대출(인터넷 등을 통한 온라인 대출 포함)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 및 전달 등 금융회사가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상담사와 대출모집법인을 의미한다.
대출상담사에게 정부지원자금 광고에 관해 묻자 그는 “상품의 종류 중 하나다. 정부지원 상품, 일반지원 상품, 기타 담보상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정부 연계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상품이 정부지원 상품이다. 햇살론, 사잇돌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광고 주체는 고객들을 대출모집인에 연계하는 업체에 불과했고, 이들은 정부지원 상품을 미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광고를 보고 대출 상담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담 신청 페이지에는 첫머리부터 자신들이 마치 지역신용보증재단법에 따라 사업을 하는 것처럼 관련 법령을 명시해뒀다. 페이지 하단에는 버젓이 ‘정부지원자금 신청하기’ 칸을 만들어 놓았다.
제보자 A 씨는 “광고에서 정부 기관만 사용할 수 있는 공식 문양을 사용하길래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어하는 근로자를 위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하겠다 싶었다.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제일 아래에 ‘정부지원자금 신청하기’를 누르면 상담 신청이 완료되는 식이었다”며 “얼마 후 정부 기관이 아닌 대출상담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뭔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실제 대출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그 뒤로 계속해서 대출 권유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개인정보수집항목 이용 약관을 보니 업체가 개인정보는 일정 기간 보관할 수 있고, 목적 달성 시에 파기한다고 나와 있다. 그럼 내가 여기서 대출받기 전에는 계속 전화가 온다는 얘기 아닌가. 나처럼 속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관련 부처에서 업체의 허위·과장 광고 여부를 철저히 조사했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업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해당 관계자는 “취재를 원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표시·광고를 할 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오해할 만한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기 위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이 제정돼 있다. 그러나 광고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표시·광고의 부당성 여부는 단순히 특정 문구만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광고가 전달하는 궁극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한다. 표시광고법에서 단순히 거짓·과장성이 있는지만을 기준으로 표시·광고의 부당성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 오해성이라든지 공정거래 저해성도 동시에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의 부당성을 판단하고 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들의 주의가 절실하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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