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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70%에도 청약미달 속출…신혼부부 외면하는 '신혼희망타운'

27곳 단지 중 18곳 경쟁률 한 자릿수, 3곳은 미달…작은 평형 위주, 시세차익 환수로 인기 없어

2021.05.13(Thu) 17:56:40

[비즈한국] 이달 신혼희망타운 ‘e편한세상 고천 파크루체’ 공급이 예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에 들어서는 단지로 전체 870가구 중 580가구가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된다. 지난해 말 경기도 시흥, 의정부 등에 공급된 신혼희망타운이 미분양 사태가 이어졌던 터라 이번 분양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신혼희망타운은 인근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하고 있으나 수익공유형 대출 상품, 적은 면적 등으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 단지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수도권 27개 단지 중 18개 단지 한 자릿수 경쟁률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도입된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주택’이다. 입지 좋은 곳의 아파트를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해 관심을 받고 있다. 혼인 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무주택가구 중 소득 기준(전년도 가구당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20% 이하, 맞벌이는 130% 이하)을 충족할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주거 안정을 목표로 신혼희망타운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7월 사전청약을 시작하는 3기 신도시 3만 200가구 중 약 46%인 1만 4000가구가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신혼희망타운 물량이 절반에 가깝다 보니 3기 신도시 입주 희망자 사이에서는 신혼부부를 위한 특혜 아니냐며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신혼부부 사이에서도 신혼희망타운 공급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2018년부터 공급된 수도권 신혼희망타운 27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18개 단지가 청약 경쟁률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서울 수서, 위례, 과천 등 인기 지역 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3 대 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이다. 파주 와동, 의정부 고산, 양주 회천 등에 공급된 신혼희망타운은 미분양 사태가 나왔다. 

 

2019년 1월 공급된 평택고덕A7은 전체 경쟁률이 1.38 대 1을 기록했지만 46㎡ 경쟁률은 A타입 0.6 대 1, B타입 0.4 대 1 등에 그쳤다. 2019년 12월 공급된 화성동탄2 A104 역시 46㎡ 경쟁률이 0.4 대 1로 미분양됐다. 55㎡B 타입도 0.7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지난해 말 공급된 시흥 장현 A9의 경쟁률도 마찬가지다. 전체 경쟁률은 1.67 대 1로 집계됐지만 46㎡ 경쟁률은 0.6 대 1에 그쳤다. 가장 인기가 높던 55㎡A 타입도 2.1 대 1로 마감됐다.

 

#시세 차익 최대 50%까지 환수…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수익공유형

 

신혼희망타운의 가장 큰 이점은 ‘대출 지원’​이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모기지’ 상품은 연 1.3% 금리로 최장 30년간 대출이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라도 LTV 최대 70%까지 대출할 수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LTV 40%, 조정대상지역 50%와 비교하면 높은 비율이다. 초기 자본이 부족한 신혼부부에게 집값의 70% 대출은 주택 구입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출 상품이 신혼희망타운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모기지 상품이 ‘수익공유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향후 대출금 상환 때 분양가 대비 시세차익의 10~50%를 정부가 환수한다.

 

특히 분양가 3억 700만 원 이상인 경우 ‘신혼희망타운 전용 모기지’ 이용이 필수다. 대출이 필요하지 않아도 분양가의 최소 30% 이상은 이 상품으로 대출받아야 한다. 대출 한도는 4억 원이다.

 

환수 비율은 대출 금액이 적고 자녀 수가 많을수록 줄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는 평이다. 70% 대출을 받고 자녀가 없는 경우 10년 거주 후 매각 시 차익(매도가-분양가)의 50%를 회수하게 된다. 자녀가 1명 있더라도 40%를 내야 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수익공유형이라는 제도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 우리나라는 주택을 이용 개념보다는 소유 개념으로 생각한다”며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 보는데 자본 이득을 나눈다니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수익공유형 상품에 대한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혼희망타운 46㎡ 평면도. 아이 키우기 좋은 주거 환경을 강조하지만 평수가 작아 신혼부부들이 외면하고 있다. 사진=신혼희망타운 홈페이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15평? 

 

신혼희망타운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자녀를 위한 최적의 교육환경, 어린이 보호를 위한 100% 지하 주차, 보육 부담을 덜어주는 커뮤니티 시설, 어린이 놀이터 등을 홍보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정작 신혼부부들은 아이 키우기에는 공급되는 평수가 작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신혼희망타운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는 변 아무개 씨(34)는 “딩크족이 아니라면 아이 낳고 살기엔 비좁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쟁률이 낮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장기적으로 메리트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울 정도의 평수도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혼희망타운은 46㎡, 55㎡ 등 소형 평수를 공급한다. 부부 2인만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자녀가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46㎡의 경우 방 2개로​ 실거주 기간 및 전매 제한 등이 걸린 경우가 많아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신혼부부라도 시간이 지나면 3~4인 가구를 꾸릴 수 있지 않나.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소득수준에 맞는 주거 규모를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신혼부부에게 좀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택지비 비중이 높은 교통 여건이 양호한 도심권 공급에 따른 신혼부부 자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46~59㎡형 등 소규모 평형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라며 “신혼부부 선호도 등을 감안해 규모 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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