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베를린에는 현재 5052개의 스타트업, 1052개의 투자자, 80개의 액셀러레이터, 485개의 기업이 있다. 독일에서는 IoT(사물인터넷)와 핀테크 허브 도시, 유럽에서는 가장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는 곳으로 세계 혁신의 수도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스타트업 신을 주도하던 런던이 브렉시트로 주춤하는 사이 베를린은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베를린 스타트업의 주력 산업: 핀테크, AI·빅데이터
디지털 관련 기업과 스타트업이 부상하면서 독일이 디지털 산업 국가로서 매력이 증가하는 반면 디지털화에는 매우 느린 것을 두고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는 국가적인 지원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2017년 12개 지역에 산업 분야별로 특화된 디지털 허브(de:hub)를 설립했다.
독일의 디지털 허브는 실리콘밸리처럼 특정 지역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특화된 산업을 육성하고, 기존 독일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던 중소기업들이 인공지능과 디지털화 관련 기술을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이끈다. 이를 통해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유기적인 파트너십이 형성되도록 지원한다.
이 같은 전국 디지털 허브를 총괄, 조정하는 국가 허브 에이전시(National Hub Agency)가 베를린에 있다. 동시에 베를린은 핀테크와 IoT 허브로 지정되어 독일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베를린 핀테크의 중심에는 핀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자 벤처캐피털(VC)인 핀립(Finleap)이 있다. 핀립은 일본의 SBI그룹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았으며, 핀립의 포트폴리오 회사는 중국계 자본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핀립은 스타트업을 위한 대규모 코워킹스페이스인 H:32를 운영하며, B2B 중심의 금융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금융기관에 은행 라이선스를 통한 화이트 레이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라리스 뱅크(Solarisbank), 비즈니스 계좌 중심의 디지털 뱅킹 서비스인 펜타(Penta),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인 클락(Clark)과 엘레멘트(Element)가 핀립의 투자를 받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베를린 IoT 허브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팩토리 베를린 내의 응용기술 대학 코드(Code Universiy), 기술 전문 벤처 스튜디오(Venture Studio)인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 AG), 베를린 하드웨어 혁신 허브 모션 랩(Motion Lab), 쉰들러 (Schindler)그룹의 스타트업이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파트너인 빌딩마인즈(BuildingMinds), IoT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팀 노이슈타(Team Neusta), 베를린응용과학대학(HTW Berlin), 베를린 경제부 산하 기관인 베를린 파트너(Berlin Partner)가 있다.
#베를린의 유니콘 기업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베를린 출신의 유니콘 기업은 중고차 거래 온라인 플랫폼인 Auto 1,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N26, 한국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유명해진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 여행 및 교통 정보 플랫폼 오미오(Omio), 밀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로 프레시(HelloFresh), 비접촉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섬업(Sumup), 온라인 패션몰 잘란도(Zalando),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위폭스(WeFox), 여행 스타트업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 등이 있다.
#베를린의 유망 스타트업
스타트업 전문 매체 eu-startups.com는 2021년 주목할 만한 독일의 스타트업 리스트를 발표했다. 그 중 많은 스타트업들이 베를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먼저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비드(vivid money GmbH)는 이미 유니콘이 된 N26에 비하면 후발주자이지만, N26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이들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은행인 러시아 틴코프(Tinkoff)은행의 성공을 바탕으로 유럽에 진출했다. 하나의 앱에서 은행 계좌뿐만 아니라 주식, 암호화폐 등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며, 결제한 금액의 최대 25%를 캐시백으로 환급받아 다시 예금과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고릴라즈(Gorillas)는 2020년에 창업해 1년이 되기도 전에 2억 4500만 유로를 투자받아 화제가 되었다. 쿠팡과도 자주 비교가 되는 이 스타트업은 신선 과일, 유제품 등의 식료품을 주문 후 10분 안에 배달해준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현재 베를린을 비롯하여 독일 11개의 도시,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네덜란드 6개 도시, 그리고 런던과 파리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밖에 사내 팀 간 원격 코칭 솔루션을 제공하는 Sharpist, 법률가, 회계사, 세무사, 컨설턴트 등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직접 디지털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Bryter, 식자재 공급 업체와 식당을 연결하는 주문 플랫폼 Choco, 회사의 HR·IT·재무 및 휴가 관리 등 다양한 운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Back 등이 있다.
이미 유니콘이 된, 그리고 이들의 뒤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가는 유망한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이 도시의 역동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주 가까운 일상생활의 영역에서부터 기술 기반의 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유수의 기업을 상대하는 B2B 관련 아이디어까지 상상력과 혁신의 아이디어는 끝이 없어 보인다. 다음 주에는 이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베를린 스타트업 투자자 생태계 이야기를 전하겠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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