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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7] 이명화-서예와 서양화의 만남

2021.05.12(Wed) 23:56:30

[비즈한국]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능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 홍보하고 전시까지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미술가 응원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본격적인 작가 발굴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번의 시즌 동안 140여 명의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소개됐고, 상당수 작가가 화단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협회(KAUP)’라는 그룹을 결성, 활동을 시작해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아직 터널 속에 있는 우리 현실에서 출구를 향한 자그마한 빛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이명화는 서양화의 물질감과 동양 예술의 본류 중 하나인 서예의 필법을 자신의 방법으로 소화해 새로운 회화를 만들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조선시대에는 서예를 회화의 앞자리에 두었다. 지배층 문인들의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데 서예가 회화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조선 후기에는 회화가 서예를 따라 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19세기 조선 회화는 문인들의 그림이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게 된다. 서예의 필법으로 그림을 만드는 것이었다.

 

북산 김수철이나 우봉 조희룡 같은 이가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회화를 만들어 미술사에 이름을 올린 작가가 되었다. 이를 두고 ‘이색 화파’ ‘신감각 산수’라고 불렀는데 우리 전통 회화를 기름지게 만든 독창적 흐름으로 꼽힌다.

 

추사 김정희 같은 이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서체 ‘추사체’를 만들었고, 서예의 본고장 중국에까지 명성을 떨쳤다. 그 서체로 그린 작품이 한국 회화사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되는 국보 180호 ‘세한도’다.

 

Thistle-소멸: 162.2×130.3cm Oil on canvas 2014

 

문인들의 정신세계를 담은 이런 그림은 서예를 중심에 두었다. 즉 글에 담긴 고매한 정신성을 그림으로 나타내려고 했다. 이에 따라 글씨의 기운을 회화 속에 담으려는 노력이 나타났는데, 문자의 형상미를 따라하거나 서예의 필력으로 경치를 그리려는 시도가 그것이었다. 전문가들은 ‘문자의 향기’ 혹은 ‘글의 기운’이라고 칭했다.

 

이런 사례는 20세기 서양 미술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후 추상의 한 갈래인 ‘서법적 추상’이 그것인데, 서예의 필치로 그리는 추상화인 셈이다. 일본 미니멀리즘을 이끈 이우환도 서예의 필법으로 신감각 추상화를 만들어 성공한 대표적인 화가다. 

 

이명화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게 되는 작가다. 그는 전통 서양화로 다진 필력으로 꽃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물을 그린다. 구체적 식물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서법적 추상화의 느낌이 보인다. 그렇지만 필치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사물의 형상을 자신의 개발한 독특한 방법으로 붓글씨 쓰듯 단숨에 그려낸다. 주사기에 유화 물감을 넣고 이를 짜내 화면에 그린다. 그래서 물감의 기운과 질감이 도드라지는 그림이 만들어진다. 

 

Thistle-윤회: 33.4×53cm Oil on canvas 2014

 

 

형상이 가진 독자적 성격을 숙련된 필치와 물질감으로 표현하는 방법이기에 결과물의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조선 후기 신감각 산수의 현대적 버전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명화는 엉겅퀴를 중심 소재로 삼아 자연의 사계절 모습을 그린다. 공간감 없이 옆으로 병렬한 평면적 구성을 따르기에 현대적 감각이 뚜렷하다. 필력과 물질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그래서 필치의 율동과 물감의 물리적 힘이 도드라진다. 회화가 주는 근원적인 매력이 발산되는 순간이다. 

 

이명화는 서양화의 물질감과 동양 예술의 본류 중 하나인 서예의 필법을 자신의 방법으로 소화해 새로운 회화를 만든 작가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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