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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비결] 자본금 400만원 월매출 400만원, 작지만 알찬 라멘집

5석 규모 작은 매장과 가정용 장비로 비용 최소화 "음식에 뜻 있다면 소박한 창업 권해"

2021.05.07(Fri) 11:08:37

[비즈한국] 라멘은 일본인의 ‘소울푸드’라 할 수 있다. 국민적 인기로 인해 창업자들에게도 인기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리스크 또한 만만치 않다. ‘창업자금은 최소 1000만 엔(약 1억 원)’, ‘하루 100그릇을 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창업 후 3년 이내 70%가 폐업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섣불리 나섰다가는 본전도 못 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깜짝 놀랄 소자본금으로 창업에 도전한 라멘집이 있다. 일본 매체 ‘동양경제온라인’에 실린 ‘소박하지만 알찬 라멘집’의 비밀을 공개한다.

 

‘초라함’을 콘셉트로 내건 이색 라멘집 가와니시멘교(川西麺業)의 마쓰이 료타 사장. 초기자본금이 40만 엔(약 400만 원)에 불과하다. 사진=트위터 @vitamin_farm 캡처

 

2019년 8월 오픈한 가와니시멘교(川西麺業)는 ‘초라함’을 콘셉트로 내건 이색 라멘집이다. 초기자본금은 불과 40만 엔(약 400만 원). 유지비 역시 최소한으로 하면서 착실히 고객을 늘려나가고 있다. 위치는 효고현 가와니시노세구치역에서 도보 1분 거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인석 5개가 전부인 아담한 식당이다. 

 

유독 시선을 끄는 것은 주방 내부다. 보통의 라멘집에서 볼 수 있는 화력 센 가스설비가 없다. 그 대신 동아리 방에나 있을 법한 휴대용 가스버너 2대와 가정용 인덕션이 자리하고 있다. 사장 마쓰이 료타 씨는 “가정용 냉장고와 냄비 등을 포함해 주방설비에 들인 비용은 5만 엔 남짓”이라고 밝혔다. 도시가스도 프로판가스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월 광열비는 1만 2000엔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도구가 이렇다면 ‘제대로 라멘 맛이 날까’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파심을 비웃듯, 가와니시멘교는 맛에 냉정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탄탄한 인지도를 쌓아가며 어엿한 ‘라멘전문점’으로 성장한 것이다.

 

마쓰이 사장은 25살의 젊은이다. 대학 시절 그는 ‘물건 파는 기술’을 익히고자 인재 파견회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파견된 곳은 스마트폰 판매 매장. 그러나 도통 디지털기기에는 흥미가 생기질 않았다. 출근할 때마다 심신이 닳는 기분이었는데, 그런 그가 즐긴 취미생활은 라멘 맛집 투어였다. 중서부 지역인 긴키를 중심으로 다양한 라멘가게를 방문해, 연간 600그릇의 라멘을 먹었다. 마쓰이 씨는 스스로를 “집념의 라멘 마니아”라고 평했다. 

 

마쓰이 사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라멘 시식평과 별점.

 

간혹 라멘 사진을 찍어 시식 별점과 함께 SNS에 올렸다. 600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모았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익화 전망이 서질 않았다. 문장력에도 자신이 없었다. 반면 미각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남달랐다. 한번 먹은 라멘 맛은 모두 기억했다. 

 

어느 날 단골 바에 앉아 넘치는 ‘라멘 사랑’을 토로했더니, 가게 사장이 “사실 창업엔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응원할 테니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라멘집을 시작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묘하게 설득됐다. 아직 20대 초반이 아니던가. 지금의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의 결심은 ‘초기비용 40만 엔짜리’ 가게를 여는 동기가 됐다. 

 

소박한 창업인 만큼 많은 궁리가 필요했다. 일단 ‘싼 가격에 위치 좋은 점포’를 찾는 일이 어려웠다.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낸 곳은 3평 남짓한 매장과 창고나 다름없는 2층을 함께 쓸 수 있는 구조였다. 월세가 4만 엔이 채 안 됐다.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도 파격적으로 쌌다. 다만 에어컨 시설이 없어 6만 엔을 들여 새로 설치했다.

 

‘초라한 기업으로 살아남는 법’의 저자 에라이텐쵸(필명)는 “부채는 악이다. 적은 돈이라도 제대로 모아 창업하라”고 조언했다. 또 수익성 면에서는 “소규모 음식점이 적자경영을 면하려면 월세 10만 엔 이하의 점포를 택하라”고도 했다. 마쓰이 씨의 라멘집, 가와니시멘교는 이 조건을 여유롭게 통과한다. 

 

마쓰이 씨는 원가율을 보통의 음식점과 같은 30%로 정했다. 이 안에서 최대한 맛있는 라멘을 만들기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예를 들어 육수는 설비 사정상 재료를 오래 끓여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 최대한 향신료를 활용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카레 풍미가 은은하게 퍼지는 독특한 라멘이 완성됐다. 부드러운 국물 맛이 일품으로 ‘인근 체인점의 진한 육수에 식상한 손님들을 끌어오겠다’는 차별화 전략도 세웠다. 

 

면 삶기 또한 중요한 작업이다. 과연 휴대용 가스버너와 인덕션으로 가능할까. 마쓰이 씨는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본격적인 업무용 설비와 동일하다”고 단언한다. 가와니시멘교는 카운터 자리가 5석인 작은 가게다. 한 번에 최대 5개의 면을 삶아야 한다. 마쓰이 씨에 따르면 휴대용 가스버너로 정확히 5인분까지는 텁텁하지 않게 면을 삶을 수 있다. 그는 “인덕션에 교체용 물을 올려놓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면서 “항상 깨끗한 물에 삶을 수 있도록 준비해두면 전문점 수준의 면발이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트위터리안 @kobe_ramen_club이 올린 가와니시멘교 가게 외관과 라멘 사진.

 

SNS에는 종종 ‘가와니시멘교의 라멘이 이전보다 맛있어졌다’라는 글이 올라온다. 마쓰이 씨는 그럴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솔직히 스마트폰 판매원 시절보다 치열하게 산다. 그럼에도 적성에 잘 맞아, 마지못해 일하던 때처럼 정신적 데미지가 없다.” 마쓰이 씨는 “힘들어도 라멘집 운영 쪽이 100배는 행복하다”고 웃었다. 

 

이제 20대 중반의 마쓰이 사장은 월 40만 엔 정도를 안정적으로 벌고 있다. 매체 ‘동양경제온라인’이 “일단은 성공인가”라고 묻자, 그는 “대도시 오사카에서 승부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아직은 기술력 부족’이라는 답이 나온다”면서 만족해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독자적인 맛을 더 연구해 가와니시멘교라는 브랜드를 확립하고, 프랜차이즈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작은 가게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이런 조언을 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권한다. 그렇지만 ‘이런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목적이 있는 사람은, 소박한 창업으로 실현해보라. 큰돈을 벌지 못할지 모르지만 내 경우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정도는 된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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