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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부장에 고함] '윤며들 듯' 밀레니얼 부하 직원과 소통하는 법

권위의식도 허세도 없는 시크한 말하기…솔직한 일침에 유머 한 스푼

2021.05.04(Tue) 11:07:54

[비즈한국] ‘윤며들다’, 윤여정에 스며든다는 뜻의 신조어가 요즘 핫하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마음속으로 배여 들어 스며들 만큼, 대중들이 윤여정에게 열광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대한민국 대중들이 그녀에게 단단히 ‘윤며든’ 이유는 대체 뭘까.

 

수많은 이들을 직관적으로 ‘윤며들게’ 만든 가장 큰 이유, 그건 그간 배우 윤여정이 인간과 배우 사이를 넘나들며 보여준 거침없는 솔직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국내 언론 기자회견장에서 ‘아카데미상 수상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다음과 같이 거침없이 말한다. “저는 ‘최고’, 이런 말이 싫어요. ‘1등’, ‘최고’, 이런 말 하지 말고 우리 다 같이 ‘최중’만 하고 동등하게 살면 안될까요? 아카데미가 삶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이렇게 말하면 내가 사회주의자처럼 보이려나, 하하하!”

 

사진=영화 여배우들 한 장면

 

범자의 눈엔 인생 최고일지 모르는, 스스로가 멋지게 빛나는 순간에도 윤여정은 세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는 인생과 삶의 기준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나이와 지금껏 이룬 명성에 부릴 법한 권위의식도 허세도 1도 없이, 그녀 특유의 솔직하고 시원한 코멘트로 말이다.

 

사실 이러한 윤여정의 솔직함은 과거 인터뷰 발언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윤여정은 과거 TV 예능 토크쇼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나와선, “집수리할 비용이 모자라서 영화 ‘바람난 가족’에 출연했다”고 말해 사회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배포의 인터뷰다. “나는 생계형 연기자예요. 연기자가 연기를 잘할 때는 돈이 궁할 때예요.”라고 말하며, “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내 일생을 연기에 바쳤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이다. 배우로서의 직업적 소명을 훈훈하게 포장하는 여타 배우들과는 달라도 사뭇 다른 코멘트. 맙소사! 솔직하다 못해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리얼감 ‘쩌는’ 그녀의 대답에 묘한 쾌감까지 들 정도다.

 

사진=MBC 제공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은 윤여정의 이렇게 시크하고 과감한 발언과는 상반된 그녀의 인생 여정이다. 말로는 모든 상황을 무겁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녀 말의 이면에는 남다른 행동의 성실함이 품격처럼 배어있어서다. 사실 수많은 사람이 진짜 윤여정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녀가 말한 현실적인 코멘트와는 다르게, 자신의 연기도 삶도 매우 치열하게 살아냈기 때문이다. 자식들을 지키고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혹독하게 연기했으며, 그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 스크립트를 ‘성경’처럼 여기며 연기했다”는 그녀.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지키기 어려운 삶의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실천해왔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은 노력의 산물을 일흔이 넘는 나이에 아카데미상 수상으로까지 얻어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기본을 지키지만 기함할 정도로 솔직한 그녀, 그런데 그 안에서 멋스러운 품격을 지키는 유머러스한 태도는 한 번도 잃지 않았던 진짜 어른이 윤여정이다. 특히 요즘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윤여정처럼 나이 들고 싶다며 말하는 ‘할매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쳐, 할머니 감성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이라는 단어까지도 포용하는 그녀 매력의 진수를 살펴보니, 이렇게 ‘존재가치’를 높이며 늙어갈 수 있는 어른을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집사부일체 방송 캡처

 

윤여정처럼 멋진 어른을 보니, 직장 내 상사들도 그녀처럼 멋지게 말하는 방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하직원이 본인 취향 기준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이제 “라떼는 말이야” 식의 꼰대 밥 비벼 먹는 소리일랑 집어치우자. 본인이 생각하는 의견은 어필하고 설명하되, 이를 강요하지 않고 각자 판단하게 할 기회를 줘봐라. 

 

그리고 SBS ‘집사부일체’에서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 라고 시크하게 응수했던 윤여정처럼 툭 던지듯 본인의 의견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 봐라. 이렇게 표현된 솔직한 일침에 유머 한 스푼까지 살포시 넣어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권위주의에 물들지 않은 당신의 섬세한 태도에 당신의 부하직원은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거다. 나와는 다른, 전혀 다른 종족이라 느껴지는 밀레니얼 세대 부하 직원과의 소통 시작은 이렇게 한 걸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씩 소통의 길로 나아간 당신, 멋짐도 ‘윤며들 듯’ 레벨업 된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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